구글링을 해 보니,

운동량과 운동에너지의 차이에 대한 질문들은 많았지만 이에 대한 답변들은 대부분 미분/적분, 스칼라/벡터 등의 고차원(?) 수식들을 운운하기에 피부에 와 닿지도 않고 무슨 소리인지 읽어 내기도 쉽지 않다. 알고 보면 간단한 개념인데 의외로 직관적인 답을 찾기 어려워서 내가 찾은 답을 간략히 써 본다. 

 

쉽게 말하자면, 운동량은 파괴력이고 운동 에너지는 파괴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비용(운동에너지)을 많이 들이면 파괴력(운동량)은 높아진다는 것이 상식이다. 당연히 동일한 질량이라면 비용을 많이 들일수록 파괴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동일한 비용이라면 무거울수록 파괴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즉 비용이 같다고 파괴력이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1kg이 4m/s의 속도로 움직이고 4kg이 1m/s로 움직여서 충돌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느 쪽의 파괴력이 더 클까? 운동량 큰 놈의 파괴력이 더 크다. 계산해 보면 두 놈 모두 운동량이 똑같다. 즉 파괴력이 똑같다. (운동량=mv, 1X4 = 4X1)

 

그럼 운동량을 얻기 위한 운동 에너지는 얼마일까? 운동 에너지는 (1/2)(mv^2)이므로 1kg을 4m/s로 움직이려면 8J이 필요하고 4kg을 1m/s로 움직이려면 2J이 필요하다. 즉 무게가 1:4 라면 에너지는 무게의 반비례인 4:1로 투입해야 대등한 파괴력을 얻는다.

 

에너지를 투입한다는 의미가 추상적으로 읽히는 분들을 위해 J을 cal (칼로리) 단위로 환산해 보자. 열의 일당량을 1cal 당 4.2J이라 하고 위의 예에서 에너지를 칼로리로 환산해 보면 1kg에 33.6cal, 4kg에 8.4cal를 소모한 것이 된다. 언뜻 보기에 33.6cal를 들인 쪽이 파괴력이 클 것 같지만 에너지가 작용한 질량의 크기에 따라 운동량 크기는 달라진다. 지금 보다시피 33.6cal와 8.4cal가 각각 서로 다른 질량인 1kg과 4kg에 작용한 운동량의 크기는 동일하다.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해 보자. 어떤 놈이 쌀밥 한 숟가락 먹고 얻은 에너지로 4kg 돌을 던져서 내게 아픔을 선물했다고 하자. 똑같은 아픔을 돌려 주겠다고 돌을 집었는데 1kg이 잡혔다. 받은 아픔 그대로 돌려 주려면 쌀밥 네 숟가락 먹고 얻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돌을 던져야 한다. 내가 받은 충격량을 그대로 되갚아 줘도 상대보다 4배의 비용을 지불한 탓에 배가 더 빨리 고파질테니 전체적으로 결국 내가 손해다. 기왕 제대로 복수하려면 4kg 보다 무거운 돌을 골라야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으로 권투의 펀치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상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펀치를 날려도 내 펀치가 상대방보다 강력하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운동량과 운동에너지를 착각하면 빠른 펀치로 파괴력을 제곱으로 키워서 체급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오류에 빠진다. 펀치 속도 증가량의 제곱 비율로 비례하는 것은 파괴력이 아니라 자신의 체력(비용)이다. 파괴력(효과)은 그저 속도 증가량에 비례할 뿐이다. 체력을 덜 쓰면서 큰 파괴력을 내려면, 빠른 펀치 보다는 묵직한 펀치가 효과적이다.

 

PS 1 :

나보다 덩치 큰 사람에게 함부로 덤비면 안되는 물리학적 근거는 명확하다.

너무나도 명확한 근거이므로 자존심 구길 필요는 전혀 없다.

 

PS 2 :

감량 목적을 위해 헬스 하는 경우, 같은 시간을 운동한다고 했을 때

무거운 걸 천천히 움직이는 것 보다는 가벼운 것을 빨리 움직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PS 3 :

위기 상황에서 뭔가를 부수고 탈출할 때에는 할 수 있는 한 무거운 것으로 때려라.

가벼운 것으로 때릴수록 체력만 소모되어 탈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무겁더라도 물렁한 것을 선택하는 우를 저지르지는 말자)

 

PS 4 :

만화에서 등장하는 에너르기파는 적에게 운동량을 가해 충격을 입히므로,

물리학 관점으로는 운동량파로 명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운동량파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면 모멘텀파를 추천한다.

일본식 발음을 굳이 고수해야 한다면 모멘타무파는 어떨까 싶다.

 

PS 5 :

운동량과 운동에너지의 차이에 대한 뱀발(사족)은 여기 클릭

에너지 개념을 발견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나름 주관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은 여기 클릭

 

PS 6 : 

2024년 2월 질문에 대한 운동량 관련 뱀발(사족)은  여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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