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량

2024. 2. 15. 20:59

운동량과 운동에너지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본 바를 써 본 적이 있는데 ( ikipus :: 운동량과 운동에너지 (tistory.com) ) 해당 글에서는 쉽게 설명한다고 운동량을 파괴력이고 운동에너지는 비용이라 칭했다.

 

물리학에서는 충격량이라는 별도의 단어가 있는데 운동량을 족보도 없는 파괴력이라 한 것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을 수 있겠고 운동의 크기란 것을 정의한 운동량에 대해 생각해 본 바가 있기에 별도의 글로 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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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m) 곱하기 속도(V)" 의 단순 수식을 운동의 크기 (운동량, P) 로 정의하는 것은 그럴싸 해 보이며 데카르트 이후 호이겐스가 딴지를 걸며 수정을 하긴 했으나 그 이후에는 누구도 운동의 크기를 저렇게 계산하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딴지를 걸고 싶어 이러쿵 저러쿵 생각을 해 봐도 데카르트의 운동량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합당하다.

 

아래 그림과 같이 B가 A와 정면 충돌하여 B가 정지했다면 충돌 후 A의 속도는 얼마일까?

 

 

보나마다 충돌 후 A의 속도는 1m/s 일 것이다. 실험을 해 봤냐고? 물론 안해 봤다. 하지만 해 보나 마나 1m/s 이다.

 

 

운동을 수치적으로 해석하는 물리학의 출발점은 저 그림에서 충돌 후 A의 속도가 절대적으로 1m/s 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내 능력으로 저걸 증명하라고 하면 증명할 방법이 없다. 증명할 수 없으므로 저걸로 시비 거는 사람과 말싸움이 붙으면 이겨 먹을 방법이 없다.  실제 실험을 하면 믿음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험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실험의 결과가 무엇이든 이상적인 상황에서 충돌 후 A의 속도는 1m/s 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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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후 A의  속도가 1m/s가 되는 것을 받아 들인다면 다음의 경우 충돌 후 A의 속도는 얼마일까?

 

 

앞선 이야기에 동의했다면 이 경우 충돌 후 A의 속도는 2m/s 가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고 하면 여전히 앞의 전제를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B의 질량이 두배로 커지는 경우는 어떨까?

 

2kg이 1m/s로 움직인다는 것과  2개의 1kg이 1m/s로 움직인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이다.

 

정지해 있는 1kg의 A에게 1m/s로 움직이는 1kg이 동시에 2번 정면 충돌을 했다. 중첩의 원리를 부정할 수 없다면 충돌후 A의 속도는 2m/s 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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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속도가 2배 증가하니 충돌 후 A의 속도가 2배 증가한다.

B의 질량이 2배 증가하니 충돌 후 A의 속도가 2배 증가했다.

 

이렇게 따져 보니 움직이는 물체가 충돌 후 다른 물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능력은 속도와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는 것이 명확하다. 속도와 질량의 곱은 운동량의 정의이며 결국 운동량은 정지해 있는 물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의 크기를 의미한다. 데카르트가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정의한 과정은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같은 운동량으로 움직이는 물체라면 충돌 시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은 동일하다. 즉 1kg이 초속 1km로 움직이나 1ton이 초속 1m로 움직이나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은 동일하다. 초속 1km로 움직이는 1kg이 더 위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얻어 맞는 물질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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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운동량을 정의한 것이 더해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했고 사람들은 그걸 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 칭한다.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를 밀 때, 동시에 자기의 운동을 똑같이 잃지 않는 한 다른 물체에 어떠한 운동도 줄 수 없으며, 또 자신의 운동이 똑같이 증가하지 않는 한 다른 물체의 운동을 빼앗을 수 없다"

 

다소 문장이 길긴 하지만 사실은 간단한 내용이다. 지멋대로 움직이는 물체는 없으며 또한 지멋대로 정지하는 물체도 없다는 뜻이다. 무엇인가 정지했다면 그만큼 다른 것이 움직인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장을 읽어 보면 뭐라 반박할 수 없는 지극히 맞는 이야기이다.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에 물체가 지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이 글을 읽어보는 수고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

 

데카르트의 원문은 라틴어로 작성되었기에 정확히 무슨 단어를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 문장을 보면 "~을 잃지 않는 한 ~을 줄 수 없으며 . . . . ~ 증가하지 않는 한 ~ 빼앗을 수 없다" 표현이 있는 것으로 봐서 데카르트는 본능적으로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했던 듯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데카르트는 방향성과 관계 없이 우주 내 운동량의 합은 언제나 동일하다는 법칙을 내세운다.

 

운동하는 물체가 정지한 물체에 부딪힌 경우에는 대해서만 생각해 보면 데카르트의 생각이 맞다. 그러나  2개의 물체가 서로 운동하면서 정면충돌 하는 경우에 운동량의 합이 언제나 동일하다는 데카르트의 생각은 들어 맞지 않게 된다. 네덜란드의 호이겐스가 이걸 알아 차리고 운동의 방향에 부호를 따져서 운동량을 벡터로 바꾸긴 했는데 호이겐스가 어떻게 이걸 알아 차렸는지는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

 

반칙이기는 한데, 운동량 보존 법칙 수식 외에 데카르트가 생전에 알지 못했던 에너지 보존 법칙 수식을 동원하여 연립하면 두 물체가 충돌 했을 때 충돌 전의 상황만으로 충돌 후의 상황을 계산해 낼 수 있다. 에너지가 유실되지 않는 두 물체의 탄성 충돌에서 충돌 후 속도를 계산하는 수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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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수식으로 아래의 두 물체가 충돌 했을 때 충돌 후 속도를 계산해 낼 수 있다. 

 

이 때 충돌 전의 상황에서

데카르트 : 계 내 운동량 총합은  3

호이겐스 : 계 내 운동량 총합은 -1.

라이프니쯔 : 계 내의 활력(mv2) 총합은 3.

 

위의 수식으로 충돌 후 속도를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뭔가 요상해 보이는 숫자가 나와 버렸지만 암튼 충돌 후 상황에서

데카르트 : 계 내 운동량 총합은 5/3 + 2/3 = 7/3.

호이겐스 : 계 내 운동량 총합은 -(5/3) + (2/3) = -1.

라이프니쯔 : 계 내 활력 총합은 25/9 + 2/9 = 27/9 = 3 .

 

데카르트는 우주의 운동량의 합이 스칼라로 더해도 항상 일정하다고 했지만 데카르트가 틀렸다. 충돌 전에는 3 이었지만 충돌 후에는 7/3 (2.33333) 이 되어 줄어 버렸지 않은가? 이게 데카르트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 되어 버린다. 신이 만들어 놓은 운동량이 보존되지 않고 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물체들이 서로 쿵쾅 거리며 부딪치고 움직이다 보면 움직이는 물체가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모든 운동이 정지할 수도 있다. 그럴 수 있을까?

 

운동량이 서로 똑같은 물질끼리 부딛힌다면 우주의 물체들을 계속 쿵쾅거리며 운동량이 스칼라 합은 보존된다. 즉 대칭이면 보존된다. 그러나 운동량이 서로 다른 물질끼리 부딛치면 운동량의 스칼라 합은 경우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이것은 우주의 물체들이 미친듯이 빨리 움직이거나 아니면 모두 정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어찌되든 데카르트가 믿었던 신의 완정성은 부정된다.

 

호이겐스의 생각도 맞긴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호이겐스의 생각대로라면 위의 상황에서 운동량의 총합은 0 가 된다. 어마무시한 질량이 어마무시하게 움직이는데 운동의 크기합이 0 이라니 너무 허탈하잖아. 우주 전체의 운동량의 총합이 0 일 수도 있다면 그게 얼마나 맥 빠지는 소리인가. 분명 운동은 존재하는데 합이 0 이라니. 호이겐스의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인기 있을 내용은 아니다.

 

라이프니쯔가 주장했던 활력(mv2)은 충돌 전/후가 동일하다. 물체들이 치고 받으며 변화하며 억겁의 시간이 흘러도 같은 값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우주의 운동을 해석하는데 변치 않는 기준이 생긴다. 라이프니쯔 자신은 이게 열과 관련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겠지만 암튼 라이프니쯔는 얼떨결에 에너지의 선구자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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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상황은 어떨까?

 

척 보면 둘 다 운동량이 같으므로 결과 어떨지는 뻔한다. 결과를 계산해 봐도 뻔한 결과가 나온다. 충돌 후 A와 B는 방향이 반대로 바뀌고 속력은 유지된다. 이 때에는 데카르트, 호이겐스, 라이프치히의 생각이 모두 들어 맞는 특이한 케이스이다.

 

아래와 같이 B의 속도를 3배로 높여보면 어떻게 될까?

 

계산을 해 보면 소수점 계산이 꽤 복잡해지긴 하는데 1/1000까지만 써 보면 다음과 같다.

 

B의 운동량이 A의 3배가 되는 상황에서는 B가 A를 튕겨내고 밀고 들어와 버린다. 데카르트의 입장에 따른 운동량은  충돌 전후의 값이 4000과 (대략) 2000으로 달라진다. 호이겐스의 입장에 따른 충돌 전후의 운동에너지는 동일하게 -2000을 유지한다. 계산이 귀찮아서 해 보지는 않았지만, 라이프치히의 생각대로 활력은 전후 동일하게 10000 (=1000*1 + 1000*9) 일 것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다들 익숙하게 알고 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운동량 보존의 법칙"은 법칙이라지만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운동량을 스칼라로 생각했던 데카르트의 생각이 맞았다면 "운동량 보존의 법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겠지만 데카르트의 생각이 틀려 버리는 바람에 시시한 것이 되어 버렸고 "에너지 보존 법칙"이 그 자리를 꿰어 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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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간 충돌 시 에너지는 보존되지만 운동량은 보존되지 않는다. 에너지의 개념이 없었던 17세기에 라이프니츠는 mv2이 보존된다고 했었고 뉴턴은 mv가 보존된다며 서신 교환으로 논쟁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뉴턴이 틀렸다. 

 

위에서 행했던 계산의 결과는 에너지의 스칼라 합이 보존된다는 내용과 운동량의 벡터합이 보존된다는 내용을 연립한 수식을 적용한 것이므로 라이프니츠와 호이겐스의 생각에 부합하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데카르트와 뉴턴이 틀렸다는 위의 예는 사실 전제부터 뉴턴의 패배를 깔고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뉴턴의 입장에서 위의 논증은 반칙이다.

 

라이프니츠와 뉴턴이 논쟁을 했다는 것은 충돌 전의 상황으로부터 충돌 후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을 그들이 알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뉴턴이 라이프니츠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mv로도 충분한데 신이 mv2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하러 그렇게 많이 만들었겠느냐. 완벽한 신이 뻘짓을 할 리가 없다" 라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는 내용을 구구절절 적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모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살았던 17세기에는 에너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에너지  보존 법칙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세기 이후 무려 200년이 지난 19세기가 되어서야 갑론을박을 거치며 에너지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라이프니츠는 나름의 통찰력이 있었으나 그도 mv2이 에너지를 의미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우주에서 시간이 어떻든 항상 상수로 보존되는 것은 mv2이다. 귀족적 취향의 과학자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그리고 줄의 견해를 취합하면 우주에서 보존되는 것은 결국 신이 수고한 노동량이다. 내 근육을 이용한 노동이든 가축을 이용한 노동이든 석탄은 태워서 얻은 노동이든 모든 노동량의 근원은 신으로부터 온 것이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견해는 다소 엉뚱하지만 나름 물리학적 근거가 있게 된다.

 

물체의 충돌에서 운동 에너지는 보전되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것은 에너지가 두 물체의 운동 외에 다른 것으로 작용되는 것을 고려할 경우이다. 현실 세계에서 충돌 시 소리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기체 분자의 운동에 변화가 생긴 것이며 두 물체 간 운동 외에 다른 운동으로 에너지가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그 외에 충돌 시 빛이나 열이 발생하거나 물체의 형태가 어그러진다면 이에 대해서도 에너지가 작용된다. 닫힌 계 내에서 벌어진 모든 변화에 대한 에너지 작용량을 고려하면 충돌 전후의 에너지는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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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량이 클수록 충돌 시 다른 물체를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내 주먹의 운동량이 크면 맞는 녀석의 턱이 더 빨리 돌아간다. 주먹의 속도가 아무리 전광석화처럼 빨라도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 상대방의 턱이 잘 안 돌아 간다. 운동량을 파괴력이라 설명했던 건 이런 배경이기 때문이다.

 

같은 운동량이라면 속도가 빠른 것이 더 위력적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정지한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은 1000m/s의 1kg이나 1m/s의 1000kg이나 똑같다. 같은 운동량인데 속도가 빠르다면 그건 해당 운동량을 달성하기 위한 비용(에너지)가 높다는 뜻이다. 

 

정지해 있는 1kg을 1000m/s으로 움직이려면 500,000[J] 이 필요하며 정지해 있는 1000kg을 1m/s로 움직이려면 500[J] 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1000배 차이가 나지만 정지해 다른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은 똑같다. 가벼운 물체로 무거운 물체와 동등한 운동량을 내려면 당연히 비용이 더 들 수 밖에 없다. 무게가 1000배 차이가 나는데 동일한 능력을 가지게 하려면 1000배의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1m/s의 1000kg의 속도를 3배로 높이면 운동량이 3배로 커진다. 여기에 1000m/s의 1kg이 부딪치면 1000kg은 1kg을 튕겨 내고 밀고 들어와 버린다. 1kg은 전광석화처럼 1000kg을 때렸지만 오히려 1kg이 전광석화처럼 튕겨 나간다. 이 때 1kg에 실린 에너지는 1000kg보다 111배 정도 크다. 하지만 1kg의 운동량이 1000kg의 운동량의 1/3에 불과하므로 튕겨 나가게 된다. 

 

물론 이건 이상적인 탄성충돌 상황에서 성립한다. 즉 충돌하는 두 물체가 절대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금강불괴의 재질로 이루어져 있을 때 그런 결과가 나온다. 인간의 신체는 금강불괴가 아니므로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1000m/s의 1kg과 1m/s의 1000kg 중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현실에서 이상적인 탄성충돌은 없다. 실제 충돌이 벌어지면 충돌 면적과 재질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두 물체 모두 어느 정도 형체를 유지할 수 있다면 3m/s의 1000kg이 1000m/s의 1kg을 튕겨내고 밀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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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로 무게의 격차를 극복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한 비용은 높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에너지의 크기를 능력의 크기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데카르트와 뉴턴이 운동량을 지지했던 이유는 그것이 다른 물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크기였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능력의 크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도 관심이 가는 것은 능력의 크기이다. 그런데 다들 에너지를 운운하니까 에너지라는 것이 능력이 크기라고 착각하기 딱 좋긴 하다.

 

물리학 교과 과정을 보면 운동량은 초반에 살짝 언급될 뿐이고 이후 J=Nm라는 수식으로 에너지를 소개한 후 운동량은 거의 취급되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한데 아무튼 다들 뭔지는 잘 모르지만 에너지라는 단어는 익숙하며 에너지가 크면 능력이 큰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에너지가 크다고 상대를 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더 큰 것은 아니다.

 

위의 예에서 초속1km의 1kg이 초속 3m의 1ton을 때리면 오히려 1kg이 더 빨리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1kg에 들인 에너지(비용)은 1ton에 들인 에너지(비용) 대비 100가 넘는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지만 상대보다 100배의 노력을 들였는데도 튕겨 나온다면 허무하지 않을까?

 

이러면 서글퍼진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스포츠에서는 피지컬의 우위가 절대적이다. 작은 녀석이  큰 녀석을 이겨 먹는 상황이 구경하는 관중 입장에서는 재미 있지만 작은 덩치가 큰 덩치를 이겨 먹을 방법은 연장을 집어드는 반칙 외에는 사실상 없다. 덩치 큰 녀석이 게으르다면 작은 녀석에게 승산이 있을 수 있지만 체급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어찌 해서 극복해 나가도 점점 정상급 선수들이 남게 되는 상황이 되면 피지컬 우위를 넘기는 불가능 하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의 근면한 거북이는 운이 좋았던 것 뿐이다.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토끼의 실수에 기댄 운 덕분이다. 그러나 토너먼트를 올라 갈수록 운에 기댄 행운은 Zero에 수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약자가 강자를 이겨 먹을 수 있는 방법에 열광한다. 피지컬 안 키우고 이겨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열심히 찾는다.

 

그런 방법들을 좋은 말로 "지혜" 또는 "지략"이라고 하는데 내 경험에 "지략"의 효과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어떻게 하든 피지컬을 올려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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