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압

2021. 7. 16. 12:09

전압은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익숙한 용어이지만 그것이 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실 파고 들어가면 의외로 이해하기 결코 쉽지 않은, 높은 난이도를 가진 개념이다. 

 

물의 낙차에 비유하여 전압을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하는 것이 피상적으로는 접근하기에는 가장 쉽고 간단하다. 이 글에서는 내 나름의 다른 모델로 전압의 정체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간단히 쓰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일반인 수준을 넘는 이공계통 독자를 위한 글이 되고 말았다.

 

전압의 수식적 정의는 J/C(주울/쿨롱)으로 에너지 개념이 들어간다. 즉 주울의 실험(1845년)으로 에너지 개념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전압이란 개념은 존재할 수 없었다.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할 당시(1831년)의 패러데이도 "전압"을 몰랐으며 그 대신 전기적 현상을 일으키는 근원적인 힘이라는 의미로 기전력(Electromotive force,  emf)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줄의 실험 이후 지금의 전압 개념이 확립되면서 전압과 기전력의 정의가 엉킨 상태가 되었다. 

 

위키피아에서 "기전력"을 찾아 보면 "전위차가 기전력"이며 "도체 양끝에서 일정한 전위차를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되어 있다. 즉 기전력은 전위차이며 전위차를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인데 기전력을 전위차라고 했으므로 전위차를 기전력으로 대체해 보면 "기전력은 기전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 이라는 괴상한 정의가 된다.  이는 기존의 기전력 개념이 전압으로 대체되었지만 기전력이란 단어가 여전히 살아 남은 탓에 벌어지는 혼란이다. (언제 누가 전압을 J/C 으로 정의했는지 자료를 찾아 봤지만 현재로는 알 수가 없다)

 

지금은 기전력의 단위를 전압(J/C)으로 사용하지만, 영어 원단어를 보면 분명 해당 단어는 힘(F)이다. 에너지 개념이 도입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기전력을 힘으로 취급했을 법하다. 지금도 "전압"을 전기현상을 일으키는 힘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고 이는 "기전력"의 뉘앙스와 일치한다. 이렇게 이해해도 일상생활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게다가 전압이 뭔지 잘 몰라도 키르히호프의 법칙과 두 개의 수식 (V=IR, P=VI)만 알고 있으면 전기 기술자의 밥벌이에는 애로 사항이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전압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그리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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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체감하고 살고 있는 세상은 인력의 세상이다. 지구는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를 끌어 당기고 있으므로 별다른 짓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땅바닥에 딱 붙어 있게 된다. 집에서 빈둥거릴 때 바닥과 내 몸이 일체가 되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했기 때문이니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가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면 결국 땅으로 돌아간다. (공기는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로 잠시 들떠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무거운 순서대로 서로를 깔고 있을 뿐이다)

 

전압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력의 세상을 반대로 뒤집어 놓은 척력의 세상에서 전압이란 개념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이 세계관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전자기학 교과서를 절반 정도를 떠들어야 한다. 전압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현실의 세상을 뒤집어 놓은 척력의 세상을 받아 들이기만 한다면 전압은 이해하기 쉽다. (다만 에너지[J]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 한다. 특히 에너지가 노동량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 모른다면 ikipus :: J=N•m (tistory.com))

 

그래서 우선 전압이란 개념이 서식(?)하는 세계관을 소개해 볼까 한다. 이 세계관은 전압을 이해하려다 보니 본인이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들을 나름대로 짜집기 해서 만들어 본 것이다. (결국은 전기장을 표현한 다른 버젼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인력의 세상에서 세상의 중심은 "땅"이다. 억지로 힘을 주지 않으면 질량을 가진 모든 것은 다 땅바닥에 납작 붙어 있다. 억지로 땅바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질량에 대해 언제나 지구는 그 질량을 잡아 당긴다. (사실은 서로 잡아 당긴다) 인력의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은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땅에서 멀어질수록 인력은 작아지지만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지구 인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땅에서 무한대 거리만큼 멀어지는 수 밖에 없다. 결국 불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주 천체 모든 별로부터 인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인력의 세상을 반대로 뒤집은 척력의 세상이 있다. 그 세상은 서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어대는 세상이다. 질량이 없고 그 대신 "전하"라는 놈이 있다. 전하에도 두가지 종류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는데 척력의 세상에서 "전하"의 종류는 모두 다 똑같다. 즉 한 놈이라도 플러스면 모든 전하가 플러스고 한 놈이라도 마이너스면 전부 다 마이너스다.

 

현실의 지구는 척력의 세계에서 "중심전하"가 된다. 우리는 살면서 지구의 질량이 얼마인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듯 "중심전하"의 전하량이 얼마인지는 신경쓰지 않도록 하자. 그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상태는 중심전하로부터 무한대의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무한대 거리라는 것에 겁먹지 말자.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듯이 그냥 놔 두면 전하는 중심전하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력의 세계에서 질량은 가진 모든 물체는 결국 땅으로 떨어지지만, 척력의 세계에서 전하를 띈 모든 것은 결국 중심전하로부터 먼 곳으로 떠난다. 그 척력의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은 쿨롱이 발견한 "쿨롱의 법칙"이다. 만유인력과 수식 형태는 똑같지만 질량의 자리에 전하량이 들어가 있다.

 

마블 영화를 보려면 마블의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하듯이 "척력의 세상"을 받아들이면 전압은 너무나도 쉽다. 엄정함을 중시하는 과학 분야에서 저런 "척력의 세상"을 시나리오 쓰듯 만들어 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냥 영화 보듯이 세계관을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과정이 알고 싶으면 학부 수준의 전자기학 책을 사서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보시라. 공자님과 대화할 수 있는 또다른 세계를 종종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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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의 세상에서는 지구로부터 질량을 억지로 들어 올리면 결국 그 질량은 땅으로 떨어지지만, 척력의 세상에서는  반대로 전하를 억지로 중심전하 쪽으로 밀어 넣으면 그 전하는 결국 중심 전하 반대 방향으로 영원히 멀리 떨어진 상태로 되돌아 온다.

 

 

인력의 세상에서 1kg에 대해 220J 일을 가하여 지구로부터 들어 올리면 땅에서 어느 높이로 올라가게 된다. (몇 미터 올라가는지는 논외 사항) 이 때 1Kg은 위치 에너지가 220J이 되고 해당 높이에서 인력을 받아 결국 땅으로 떨어지면서 운동에너지 형태로 220J을 뱉어(?) 낸다. (즉 땅바닥이 패이든가 암튼 뭐가 되었던 움직임이 발생한다)

 

척력의 세상에서 전하 1C (질량의 단위가 Kg이듯 전하의 단위는 C이다) 에 220J의 일을 가하여 중심전하 방향으로 밀어 넣으면 무한대 거리로부터 어느 거리만큼 중심전하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 때 전하 1C 짜리는 이동한 위치에서 척력을 받고 반대 방향으로 튀어 나와 무한대 거리로 되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220J을 뱉어(?) 낸다. ("뱉어 낸다"는 의인화 된 표현이 거슬린다면 "잃는다"로 읽어주셔도 된다)

 

"무한대 거리"가 거슬린다면, 전하가 중심 전하에서 멀어지다가 뭔가에 걸려서 특정 거리에서 멈춰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하는 질량이 없으므로 관성 따위는 없고 외부에서 가한 일의 크기만큼 전하는 중심전하 쪽으로 이동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일이 끝나면 전하는 다시 중심전하에서 멀어지게 되고 처음 일을 받았던 원위치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때 받은만큼의 일을 뱉어 낸다. 원위치로 돌아오면 더 이상 중심전하와 멀어지지 못하니 더 이상 일을 뱉어 내지 않는다. 

 

 

 

인력의 세계에서는 물체가 낙하하며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뀐다. 운동에너지로 바뀐다는 것은 질량을 가진 어떤 것의 속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척력의 세계에서는 전하가 중심부하로부터 멀어지면서 일을 뱉어(?) 내는데 이걸 현실세계에 연결시키면 운동 에너지로 활용하여 물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현실의 모터는 전기 플러그를 통해 척력의 세계에 연결되어 있어서 전하1의 에너지를 받아 실제로 물체를 움직인다.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옷장이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엔트로피가 뒤바뀐 듯 현실과 뒤집어진 척력의 세계에 연결된 통로가 현실에 널려 있다. 흔히 보이는 전기 콘센트가 바로 그 통로의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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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림을 보고 있으니 인력의 세상이나 척력의 세상이나 자연스러운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그것으로 인력의 세상에서는 위치 에너지가 증가하고 척력의 세계에서도 그 비슷한 역할을 하는 에너지가 증가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척력의 세계에서는 그것을 전하의 위치에너지 (줄여서 전위)라고 부르기로 했고 1C 당 위치에너지를 전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즉, 전압은 압력(힘)의 크기가 아니라 에너지의 크기이다. 그런데 에너지와 힘은 서로 비례하기는 하니까 일반인들에게는 힘이나 에너지나 그 놈이 그 놈이다. 대충 같이 써도 일상 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다. 아니면 얼마나 높게 올랐갔냐는 높이의 개념처럼 생각해도 일맥상통 한다. 서로 비례하긴 하지만 정비례 관계는 아닌 것만 명심하면 된다. 그러나 돈이 걸린 문제라면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고 특히 비용을 정산해야 하는 경우라면 전하를 중심전하 쪽으로 이동시키는데 들어간 노동의 양을 의미하는 에너지(J)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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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핸드폰 보조배터리가 많이 보이는데 배터리의 용량의 단위를 대부분 Ah로 적어 놓았다. A는 전하의 흐름량에 대한 단위로 초당 전하량을 의미하며 (C/S) h는 1시간이니까 3600S를 의미한다. 결국 배터리 용량의 단위는 전하량을 의미하며 Ah=3600C 이다. 배터리에 적힌 Ah의 숫자만으로 상대적인 대소를 판별하려면 배터리들의 전압이 모두 같아야 한다. 아래의 그림에서 어느 배터리가 에너지 용량이 클지 생각해 보시라.

 

 

 

PS) 우리의 일상은 인력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의의로 우주는 척력의 세계다. 블랙홀은 우주가 팽창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에 불과할 수 있다.

 

PS) "척력의 세계"라고 칭한 내용들은 패러데이의 전기장 개념을 (엄청 많이) 각색해서 설명해 놓은 것이다. 전기장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에너지라는 개념이 없었고, 당연히 패러데이는 에너지 개념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패러데이는 F(힘)이 미치는 공간으로 전기장을 도입했으며 패러데이의 전기장 E는 1C당 전하가 받는 힘의 크기로 정의 될 수 밖에 없었다 (E=F/C). 그 후 에너지 개념이 생겨나면서 힘(F)을 에너지(J)로 바꿔 넣은 전압 (V=J/C)의 개념이 주류로 쓰이기 시작한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패러데이 시절 기전력의 단위는 E(F/C) 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은 기전력의 단위를 V (J/C)로 표기한다.

 

PS) "옴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일컬어지는 "옴"은 V=IR이란 수식을 제시한 적이 없다. 옴의 법칙은 줄의 실험(1845년) 이전에 발표된 것(1826년)이었고 당연히 전압의 개념을 알 수 없었던 옴이 저런 수식을 언급했을 리가 없다. V=IR 이라는 수식은 줄의 실험 이후의 후대 사람이 다시 재 정리 한 것임이 틀림 없다. 그런데 V=J/C 을 누가 제창했는지 알 수 없듯이 옴의 법칙을 V=IR으로 정리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자료를 찾기 어렵다. 흡사 음모론적 세력이 과거를 세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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