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흔하게 쓰이는 용어이지만 의외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물리량이다.

 

데카르트가 물체의 자연스러운 운동이 직선 운동이라 선언한 이후 3개의 뉴튼 물리 법칙도 직선 운동을 대상으로 한다. 일단 직선 운동을 수식적으로 모델링 하면 원 운동을 이해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원 운동을 여러 직선 운동으로 분해하여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직선 운동의 물리량을 원 운동에 맞는 물리량으로 대체하여 뉴턴 수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직선 운동에서 시간이라는 물리량은 원 운동에서도 그대로 시간으로 유지된다. 다만 직선 운동의 이동거리는 원 운동에서는 '각'으로 대체되며 이에 따라 속도는 각속도, 가속도는 각가속도, 운동량은 각운동량으로 변경된다. 즉 거리가 '각'으로 변경되면 이에 연동된 다른 물리량의 정의도 바뀌고 정의가 바뀐 물리량에는 접두어 '각'이 붙는다. 변환된 '각' 물리량을 직선 운동에 사용되는 수식에 그대로 적용하면 원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힘'은 "각힘"으로 '질량'은 '각질량'이라고 바꿔야 할 것 같은데 힘에 대해서는 각힘이라 하지 않고 토크(Torque)라 한다. 가장 최근 버젼의 우리말 번역은 '돌림힘'이라고 한다. 참고로 질량 mass는 원 운동에서 대해 '각'질량이라 하지 않고 관성 모멘트(inertia moment)라 한다. 두 개념 모두 직선 운동에서 원 운동 관련 개념으로 변환될 때 회전 중심과의 거리가 고려된다.

 

Torque란 단어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James Thomson 이란 양반이 19세기 말엽(1884년) 그의 저서에서 제안한 단어이며 그 이전에는 "Moment of a force"라고 불렸다. Moment라는 단어는 물리량이 축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효과의 크기를 의미한다. 뉴턴이 정의했던 F=ma라는 물리량이 축(axis)에 작용할 때 나타나는 힘의 효과에 대한 크기가 Torque인 것이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토크 τ 는 어떤 축에 대해 힘이 물체를 회전시키려는 경향이고, 회전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어느 물리학 책에 써 있는 토크에 대한 정의인데 이것 역시 뭔 소리인지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경향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물리학스럽지 않은 애매모호한 단어이다.

 

F가 회전 운동에 대해 작용할 때 중심점에서 멀게 작용할수록 회전 속도는 느려지지만 그와 반대로 회전하려는 성질은 강해진다. Torque는 그 회전하려는 성질의 크기를 수치화 한 것이다. F=ma라는 '힘'에 대한 버젓한 정의가 있지만 Torque는 원운동에 있어서 F의 크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일 직관적이고 마음 편하다. 

 

 

보통은 지렛대를 예시로 하여 설명한다. 이것 외에는 딱히 설명한 방법이 없긴 없다. 윗 그림에서 힘과 축 거리를 곱한 값이 큰 쪽 방향으로 지랫대는 내려간다. 지렛대에 힘이 작용하는 상황을 직선운동 형태로 바꾸어 생각하면 아랫 그림과 같다.

 

 

지랫대 양쪽에 작용하는 힘은 서로에게 간섭하여 영향을 미치는데 그 영향력의 크기는 힘의 크기에도 비례하지만 중심점과의 거리에도 비례한다.

 

토크는 두 힘이 작용하는 상호 거리에 따라 힘의 작용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계에 대해 힘의 방향과 크기를 판정하는데 적용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원판에 서로 다른 힘이 가해질 때 원판이 도는 방향을 판정하는데 유용하다.

 

Torque는 가해진 힘(F), 그리고 힘이 가해진 지점과 중심간의 거리인 m 의 곱으로 결정된다. 즉 τ = Nm이 되는데 에너지를 나타내는 J과 의미는 완전히 다르지만 수식은 똑같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τ = Nm에서 N은 방향을 따지는 벡터이고 m은 N과 수직 방향의 거리 벡터이다. J=Nm에서 N은 방향을 따지지 않는 |N|이다. (하지만 J=Nm에서 m은 힘의 방향에 대해 움직인 거리를 의미하는 벡터량이므로 J도 벡터량의 의미는 있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Kg중•m”라는 단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질량이 아닌 중량은 F의 의미가 있으며 중력 가속도 9.8을 곱하면 Torque 값으로 환산된다. 힘의 단위를 N으로 쓰지 않고 중량을 사용하므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좋다.


또한 “J/rad”을 쓰기도 하는데 rad은 무명수이므로 에너지와 토크가 완전 동일시 될 수 있어 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1m 원호를 대상으로 했을 때 단위 각도당 투입되는 에너지 크기라는 의미가 되므로 직관적으로 와 닿는 단위이기도 하다. 가령 토크가 10 τ 라고 하면 1m를 10N의 힘으로 이동한 10J이 투입된다는 의미이고 반지름 1m 원호를 기준으로 할 때 이 때 이동 각도는 1rad이 된다. 즉 10 τ 는 1m 반지름의 원 운동에 대해 1rad 당 10J의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

 

 

토크(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 및 쓸모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에 덧붙여 토크를 다루기 위한 기술적인 세세한 측면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수학적으로 토크(τ)를 다루기 위해 몇 가지 약속을 한 것이 있는데 내용은 별 것이 아니지만 수식으로 풀어 놓으면 장황하고 복잡하게 보여서 여기에서 넋 놓고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위의 그림을 보면 힘의 방향만 보고는 회전 방향을 판별할 수 없다. 반드시 힘의 방향과 위치의 방향 (중심에서 오른쪽에 있냐 왼쪽에 있냐)의 조합에 따라 시계 / 반시계가 판정된다. F와 R이 주어졌을 때 토크의 크기는 그 둘의 곱이 된다. 그런데 같은 평면에서 토크가 시계 방향으로 작용하는지 반 시계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를 그림으로 나타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2차원 평면이 아닌 3차 공간의 Z 축에 토크를 표시한다. 이 때 반시계 방향을 Z 축의 + 방향으로 잡는다.

 

반시계 방향을 +으로 잡는 것은 약속이기는 하나, 굳이 이유를 찾자면 직각 삼각형을 아래와 같이 그리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θ가 +로 증가하는 방향을 반시계 방향으로 잡게 되고, 왠만하면 다들 반시계를 +를 잡는다.

 

그림으로 보면 쉬운데 일반적 수식 형태로 나타내려면 좌표계를 3개의 숫자로 나타내야 하고 이렇게 되면서 행렬 연산이 난무하게 되고 거기에 투영을 위한 sin, cos 등이 등장하면서 완전 암호 같은 수식들이 등장한다. 즉 어려운 시험 문제로 출제하기에 딱 좋은 형태가 되고 왠만한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는 추억을 안겨주며 그 덕에 졸업 후에는 다들 잊어 버리고 살아가다가 외적이란 소리를 들으면 대부분 경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시각으로 보면서 하나 하나 생각해 보면 벡터의 외적은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PS : 병 뚜껑을 열 때 손가락만 돌리는 것보다는 손가락을 고정하고 손목을 축으로 돌리는 것이 토크가 더 강해진다. 동일한 원리로 손목을 고정하고 팔꿈치를 축으로 돌리면 토크는 더 강해진다. 병뚜껑 따는 것이 힘들다면 손가락과 손목을 고정하고 팔꿈치를 앞으로 민다는 느낌으로 시도해 보시라. 작용점과의 거리가 멀어져서 좀 더 수월하게 열린다. (단 뚜껑을 잡은 손가락의 악력이 작용점에 미치는 힘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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