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량과 운동에너지의 차이에 대해 간략히 써 놓은 글에 대해 사족으로 덧붙인 내용이다.

둘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서술한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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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에 대해 1N의 힘을 5초 동안 가한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의 진행에 따른 물체의 속도 및 이동 거리, 그리고 운동량과 운동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이번에는 질량을 늘려서 2kg에 대해 1N의 힘을 5초 동안 가한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의 진행에 따른 물체의 속도 및 이동 거리, 그리고 운동량과 운동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운동량은 가한 힘과 가한 시간의 곱이 된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힘을 작용시킨 물체의 질량은 운동량과는 아무 상관 없다. 1N의 힘을 5초 동안 가하면 대상 물체의 질량이 얼마이든 운동량은 5kgm/s가 된다. 애초부터 F(힘)는 단위 시간에 대한 운동량의 변화량으로 정의된 물리량 이다. (F=p/dt)

 

반면 운동에너지는 대상 물체의 질량에 따라서 달라진다. 위의 경우에서 물체의 질량이 얼마가 되든 가한 힘(F)와 시간(t)에 따라 운동량은 일정하게 결정되지만 운동에너지는 물체의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가한 힘이 일정한 경우 운동량은 시간에 정비례하여 증가하지만 운동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리학이 일상 생활에서 전혀 쓰일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운동량과 운동에너지의 이러한 차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노동자 입장에서 급여를 운동량에 근거해서 받아야 할까? 아니면 운동 에너지에 근거해서 받아야 할까? 여러분들이 납부하고 있는 각종 요금 (전기세, 가스비, 유류비 등등)은 운동량와 운동 에너지 중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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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시간 개념이 없는 물리량이다. 시간이 1초가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물 1g1도 올리면 이를 1cal 열량이라 한다. 줄의 실험에 의해 1cal=4.2J 이므로 에너지를 칼로리 개념으로 생각하면 에너지에 시간 개념이 없는 것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단위 시간에 기초한 물리량이 익숙하므로 에너지라는 개념이 여전히 직관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다. 

 

1N의 힘으로 1m를 이동하는 것이 1초가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다 1J이란 것이 개인적으로는 전혀 와 닿지는 않지만 별 수 없이 받아 들어야 한다. 가령 1N의 힘을 1일(하루종일) 가하여 어떤 물체를 1m 움직였다고 생각해 보자. 그 결과 질량 3.7 MegaTon (10의 9승 kg) 물체가 8cm/h의 속도로 움직이게 되고 운동량은 86,400 kgm/s이다. 시속 8cm 속력이면 거의 정지 상태나 다름 없지만 동일한 운동량이 1톤의 무게에 작용하면 시속 300km 이상으로 질주한다. 그러나 작용한 무게가 어떻게 되었던 1N이 1m 작용한 것이므로 필요한 에너지는 꼴랑 1J (0.23 cal)이다.

 

단위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감이 결정되는, 개념이 익숙하므로 힘과 시간을 곱한 운동량의 개념은 직관적이다. 에너지의 개념은 단위 시간의 개념이 없어서 운동량 보다는 직관적이 아니다. 1N의 힘을 똑같이 5초 동안 작용했는데, 1kg에 작용하면 12.5.J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2kg에 작용하면 6.25.J이 소모된다. 동일한 운동량에 대해 질량이 크면 클수록 에너지는 반비례 한다. 위의 경우 운동량은 매우 크지만 질량이 터무니 없이 크면 에너지는 터무니 없이 작게 작용한다.

 

실질적인 효과는 운동량이므로 내가 1N의 힘을 5초 동안 써서 제공한 운동량에 대해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 1kg에 힘을 쓰든 2kg에 힘을 쓰든 내가 제공한 운동량은 동일하므로 이것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재수가 나빠서 무거운 물체가 걸려도 운동량은 힘의 크기와 투입시간에만 비례하므로 불이익 받을 일이 없을 것다는 안심이 든다.

 

하지만 에너지를 기준으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면 1N의 힘을 5초 동안 줬는데도 2kg 짜리가 걸리면 1kg 걸린 사람보다 급여를 반으로 받는다. 같은 힘으로 같은 시간 일했는데 재수 나쁘게 무거운 것이 걸리면 재수 좋게 가벼운 것이 걸린 사람의 절반 밖에 급여를 못 받으니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운동량이 더 맞아 보이기에 노사협의를 진행하면 노동자에게는 엄청난 손해가 된다. 노동 가치설을 주장한 리카르도는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 간에 자본자 입장에 선 주장을 낸 것이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던 칼 막스도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제대로 하려면 노동 제곱 가치설을 주장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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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말하는 F()의 정의와 일상 언어의 힘이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자신의 근육을 사용해서 얻는 물리량과 뉴턴 역학에서 F로 불리는 물리량이 같은 "힘"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 내가 근육을 사용할 때 느끼는 통증의 크기와 뉴턴이 말하는 F의 크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근육은 신체 내 화학반응을 통해 얻은 열에너지로 운동을 만든다짧은 시간 동안 많은 열에너지를 소비할수록 짦은 시간 동안 많이 움직인다. (지방은 일률이 낮아서 폭발적인 운동에서는 소모되지 못한다) 

 

즉 인간이 근육을 사용하여 시간에 따라 정량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F가 아니라 열 에너지이다. 열에너지 소비로 질량을 가진 물체를 가속시켜 운동량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열에너지 소비량과 운동량 크기의 상관 관계는 선형 관계가 아니다. 전혀 직관적이지도 않으며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어쨌든 줄은 실험을 통해 열과 에너지(힘과 적용 거리의 곱)가 선형적으로 비례함을 실증했다. 열과 에너지가 선형적으로 비례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받아 들이면 에너지(힘과 적용 거리의 )와 운동량(힘과 적용 시간의 곱)은 수식 관계를 따질 때 선형 비례 관계 아니라 지수 비례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운동량은 근육이 소모하는 열에너지를 제곱량으로 갈아 넣어야 증가한다. 1N1초 동안 가하는데 필요한 칼로리와 1N5초 동안 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5배 차이가 아니라 25배 차이가 난다.

 

인력은 2배 동원하면 얻을 수 있는 운동량은 2배가 아니라 최대 1.41(root 2)이다운동량 변화의 제곱 비율로 인력을 동원해야 원하는 운동량을 얻을 수 있다. (운동량을 2배 얻고 싶으면 인력은 최소 4배를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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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량에서 힘의 투입 시간은 등가속 운동을 전제로 한다. 힘의 투입 시간을 노동 투입 시간으로 삼는 것은 해당 전제를 받아 들인다는 것인데 이것은 심각한 오류를 가져온다.

 

 

일정한 힘을 일정 시간 동안 가하면 해당 시간 동안 가속도는 일정하다때문에 1N2초 동안 가할 때 운동량 2kgm/s얻고 1N4초 동안 가할 때 운동량 4kgm/s를 얻는 반면 가속 운동으로 인한 속도 증가로 운동 거리는 전자는 2m, 후자는 8m가 된다. 즉 등가속도 운동에서 운동량은 시간에 비례하여 커지지만 운동거리는 시간의 제곱으로 늘어난다. (작용 힘이 일정한 등가속도 운동에서 작용 시간이 2배면 운동량은 2배, 운동거리는 4배)

 

역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줄의 실험에 따르면 1N로 1m 움직이는데 드는 열량은 0.23칼로리(1J)이며 J과 cal는 선형적 비례 관계를 가진다. 1N2m 움직이는데 0.47 칼로리(2J)가 필요하며 이 때 얻는 운동량은 2kgm/s 이다1N8m 움직이는데 1.90 칼로리(8J)가 필요하며 이 때 얻는 운동량은 4kgm/s 이다. 운동량에서는 논하는 힘의 작용 시간은 소모되는 칼로리를 제곱으로 갈아 넣은 등가속도 운동에 대한 작용시간이다. 작용 시간이 어떻게 되든 열에너지는 이동 거리에 정비례한다.

 

이제 노동의 대가를 정산하는 기준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명확해진다노동의 축적은 등속 비율로 비례하며 노동의 축적으로 얻는 운동량은 등가속 비율로 비례한다. 동일한 일률을 투입하면서 2배의 가치를 얻고 싶으면 4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2배의 가치를 얻고 싶은 이에게는 4배의 비용을, 4배의 가치를 얻고 싶은 이에게는 16배의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인간의 노동에서 기계의 노동으로 대체 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계는 연료를 태워서 동력을 얻는 열 기관이며 연료는 종류에 따라 단위 열량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수값으로 제한된다. 즉 연료가 투입되는 부피 혹은 질량에 비례하는 비용이 인간의 노동보다 더욱 엄격하게 투입되어야 한다. 운동량을 기준으로 생산단가를 책정하여 요금을 부과하는 자본가는 채산성을 확보 할 수 없어 망하게 된다.

 

직관적이지 않은 에너지 개념은 열역학이 화학에서 물리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중요하고 기초적인 물리량이 되었지만 여전히 식품영양을 논하거나 다이어트를 논할 때 J 보다 cal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운동과 열이 등가라는 것에 대한 직관적 이해가 지금까지도 어렵다는 것이 느껴진다. (해외에서는 cal는 잘 안쓰고 J 단위를 쓴다는 설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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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글에 또 사족 붙이기

 

PS 1:

투수의 구속이 높을수록 공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구속 150km/h과  155km/h 의 차이는 수치상으로는 고작 5km/h에 불과하지만 그 에너지는 조달하기 위해 투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150km/h를 던지는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155km/h를 던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PS 2:

마력은 F가 아니라 단위 시간당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 일률이다. 마력이 두배라고 F가 두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F는 1.41배 쯤 커진다) 기계의 힘이 강할수록 가격이나 연료 비용이 지수 비례로 증가하는 것은 물리학 기본 개념에서 볼 때 너무나도 당연하다. 가격이 높을수록 가격 대비 성능비가 낮아지는 것은 제조사의 농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연의 이치이다.

 

PS 3:

위의 1N을 1일 동안 가해서 1m를 움직인다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무중력 허공에 떠 있는 질량 3.7 MegaTon (10의 9승 kg)의 정지한 물체를 8cm/h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꼴랑 1J 이다. 밥 한공기가 250kcal 정도 하니까 밥알 한톨 정도를 소화하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다. 다만 상대가 무중력 허공에 떠 있고 내가 반동을 받지 않고 1J의 작용은 온전히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그런 조건에서는 1J의 에너지로도 엄청난 운동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직관적으로 닿지는 않겠지만 내 계산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렇다.

진공 상태 튜브 안에 있는 자기 부상 열차를 움직이는 리니어 모터는 그런 조건에 부합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 환경이 제공되면 열차의 직진 운동을 만들어 내는 리니어 모터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직관적으로 보이는 수준보다 훨씬 작을 것이며  엄청난 중량을 초음속 수준으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엄청 무거운 물체를 허공에 매달고 박자를 잘 맞춰 밀어 보면 의외로 많은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다.

 

PS 4:

운동량과 운동에너지를 차이를 이해하기 쉬웠다면 음모론자들은 실제 여러분이 누리는 효용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요금을 내고 있다고 떠들어 대면서 이것은 자본가들의 음모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효용이 2배 증가 했는데 비용은 최소 4배 이상 내야 한다는 것이 언뜻 보면 이상하지만 이건 자본가들이 여러분의 돈을 갈취하려는 트릭이 아니라 그냥 이미 그러한 자연이 원래 그런 것 뿐이다. 자신의 희망사항이나 입장을 자연에 투영하려고 하면 인생이 매우 피곤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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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ki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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