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이 17세기에 프린키피아를 출간하고도 200년 정도 흐른 19세기에 와서야 인류는 운동이 열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간신히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머리를 굴려 알아낸 것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제 실험을 통한 검증이 이루어진 이후에 억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며 그 실험의 장본인은 줄이다.

 

 

열역학은 현행 교과 과정에서 중3 때 배우고 줄의 실험도 중3 수업 때 등장한다. 추가 낙하하면서 축이 회전하며 물을 휘젓고 이에 수온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는 실험장치인데 이 때 물의 온도 변화와 추의 위치 에너지 변화량이 정비례 함을 실증하고 열의 일당량 (J/cal)을 정밀하게 계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에너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보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이 정밀하게 열의 일당량을 측정하려 했다면 단순히 추를 떨어뜨리는 것 외에 분명히 많은 것을 했어야 한다.

 

아래 그림처럼 고정 도르래에서 한쪽에는 5kg, 다른 한쪽에는 15kg의 추가 매달려 있고 무거운 추가 아래로 움직이면서 1m 움직였다고 생각해 보자. A는 위치 에너지가 49J (mgh=5(9.8)(1)=49) 증가하고 B는 위치 에너지가 147J 감소한다. B는 147J의 일을 했는데 A가 그 중에서 49J을 받았다. 나머지 98J은 어디 간 것일까? 이런 식이라면 줄의 실험에서 추가 낙하하면서 행한 일이 온전하게 물의 온도를 올리는데 사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위의 그림에서 98J은 B의 운동 에너지와 A의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어 계 내에 존재한다. 보통은 자유 낙하 운동을 언급하면서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 간 변환이 보존된다고 가르친다. 가량 아래 그림과 같이 10Kg의 물체가 1.63미터 자유 낙하 하여 지면에 닿는 순간 위치 에너지가 모두 운동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고정 도르래에서의 운동은 등가속도 운동이기는 하지만 자유 낙하 운동은 아니다. 이 때 물체가 움직이는 가속도를 구하는 식은 아래와 같다.

 

 

A(5Kg)와 B(15kg)가 고정 도르래로 연결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A는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B는 내려온다. 이때 두 물체의 가속도는 방향이 반대이며 크기는 위의 식을 적용하여 풀어보면 4.9m/s^2가 된다.

 

 

자유낙하라면 B는 147N의 힘을 받아 9.8m/s^2의 가속도로 하강하겠지만 아래 그림과 같이 고정 도르래에서 B는 73.5N의 힘을 받아 자유낙하보다 절반 느린 4.9m/s^2 가속도로 낙하한다. (A는 24.5N의 힘을 받아 동일한 가속도로 상승한다)

 

 

A와 B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 1초 뒤의 상황에서 A는 2.45m를 상승하여 움직이고 있는 중이고 B는 2.45m 하강하여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이 때 A,B의 속도는 방향이 반대이고 크기는 4.9m/s이다.

 

 

이 때 각 물체의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다.

 

 

자유 낙하였다면 B의 위치 에너지가 고스란히 B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정 도르래의 경우 B의 위치 에너지 중 일부는 B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A의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로 전환된다. 즉 B의 위치 에너지 변화량은 B의 운동 에너지와 A의 운동 에너지 그리고 A의 위치 에너지 변화량의 합과 동일하다. (360.15 = 180.075 + 120.05 + 60.025)

 

한편 A는 24.5N의 힘을 받아 2.45m를 이동했으므로 60.025J의 일을 하였고 이는 고스란히 A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마찬가지로 B는 73.5N의 힘을 받아 2.45m를 이동했으므로 180.075J의 일을 하였고 이는 고스란히 B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된 상태이다. 힘을 가해서 물체를 움직였으니 가해진 에너지만큼 고스란히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본 고정 도르래의 경우 해당 계에서 소비된 에너지는 B의 위치 에너지 뿐이다. 계 내에서 소모된 에너지는 B의 운동 에너지와 A의 운동 에너지 그리고 A의 위치 에너지로 변환되어 계 내에 보존된다. 이제 줄의 실험 장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질량 m의 추가 h만큼 낙하하였다면 물에 가해진 에너지는 mgh라고 계산하여 열의 일당량을 계산하려면 추가 h만큼 낙하한 후 정지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h만큼 낙하했을 때 추의 속도를 정확하게 재어 추의 운동 에너지를 배제하여야 한다.

 

 

즉 위의 구조를 가지는 줄의 실험 장치에서 열의 일당량 (1cal 당 J 환산값)은 "(mgh)/(αW)" 가 아니라 "(mgh-(1/2)mv^2)/(αW)"로 계산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물의 온도 뿐만 아니라 추가 h를 낙하하는 그 시점의 순간 속도 V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추가 일정 거리 동안 낙하하면 부하가 증가하여 저절로 멈추도록 하든가 또는 추의 운동 에너지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내려야 했을 것이다.

 

줄 이전에 정설이였던 열소설(열이 입자 형태의 물질이라는 이론)을 부정하는데에는 단순히 추를 낙하시켜 물의 온도 변화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열의 일당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려 했다면 추의 운동 에너지 영향을 배제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실험이 필요했을 것이다.

 

의외로 줄이 열의 일당량을 정확히 어떻게 측정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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