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을 개봉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밑에서 움직이는 걸까?
속편이 개봉할 때쯤 되면 전편들이 TV에 많이 방영된다.
나처럼 극장 출입 거의 못하는 사람들은 항상 뒷북 치는 영화만 보게 되는 셈
그래서 보게 된 "레지던트 이블 2"
난 징그럽거나 무서운거 안 좋아한다.
그런 내가 좀비 나오는 걸 볼 이유가 없다.
예전에 "레지던트 이블" 주구장창 방영 했을 때에도 조금 보다가 화면 돌리기 일쑤.
"스타 크래프트"도 안하는 내가 영화의 원작이라는 게임을 알리는 만무하고...
전편의 내용도 잘 모르는 상태...
아무 사전 내용도 없이 채널 돌리다가 보게 된 영화...
항상 그렇듯이 스토리 설명이나 사진도 없이 스포일러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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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의 액션에 비하면 이건 액션도 아니다.
좀비가 아주 흉칙하고 징그럽지도 않다. 그렇다면 난 아예 채널 돌리고 안 봤다.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액션의 강도는 아무래도 낮다.
하지만 여자가 펼치는 액션은 강력함을 앞세우는 남성적 액션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여자에게는 남성보다 아무래도 섬세하고 예민하다.
액션 영화에서 여자가 주인공이면 아무래도 이 점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앨리스는 길거리를 걸어가다가도 뭔가 위험이 있음을 직감하며...
여자아이를 보고 바로 감염자임을 알아챈다.
논리가 아닌 감각와 직관으로 사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제공된다.
이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어떤 신비한 힘을 지니는 일종의 무당이다.
신탁은 여사제들을 통해 이루어지며 우리네 무당도 여자들이 아니였던가?
앨리스는 신비한 힘을 지닌 일종의 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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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폭력은 목적 지향적으로 묘사 될 때가 많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상대방을 위압하는 그런 폭력이 아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어쩔 수 없이 휘두르는 그런 폭력.
아레스는 살육에 촛점을 맞춘 남성적인 전쟁의 신.
아테네는 명분에 촛점을 맞춘 여성적인 전쟁의 신.
그리스 신화의 이런 설정에는 나름대로 남녀 차이에 대한 통찰이 있다.
여자들이 폭력까지 휘둘러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대개 2가지.
하나는 사랑이고 또 하나는 자식이다.
둘 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
민족이나 국가 또는 세계 평화 같은 거창한 명분에 대개의 여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에어리언2"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에어리언 퀸 앞에 맞짱 뜨려고 나타나는 시고니 위버의 모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을 가진다.
"킬빌"에서 피 칠갑을 하며 칼을 휘두루는 여성...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복수가 명분이였고...
결국 그 명분에 자식이 등장하게 된다.
앨리스는 살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다.
영화는 나중에 여자아이의 구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부여해 준다.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에는 아이는 거의 공식처럼 등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여자가 휘두르는 액션에 탄탄한 명분이 생기며 거부감을 최소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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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러하듯이...
영화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살살 달래준다.
현실의 제약 없이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SF 장르에서...
주로 달래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은 신으로의 상승 욕구이며 죽음에 대한 극복.
죽음을 극복한 존재는 기존 인간과 분명히 다른 존재.
영화에서 그 다른 존재는 3가지로 나타난다.
앨리스와 네메시스 그리고 좀비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며 죽음에서 부활할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은 T-바이러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일반 대중에서 그 힘이 주어지면...
인간은 그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T-바이러스에게 장악당해 좀비가 되고 만다.
나에게 굴러온 힘이 내 능력이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 힘에게 내가 장악당하고 내 자신은 없는 상태가 되는 셈.
나름대로 엠브렐라에서 준비를 한 상태에서 그 힘을 맞이한 앨리스와 멧.
영화에서 악당이 말한대로 네메시스와 앨리스는 쌍둥이 남매와 마찬가지.
네메시스와 앨리스는 인간이 원하는 새로운 존재가 된다.
하지만 아직은 막 태어난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
창조주를 넘어서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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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를 넘어서려는 존재에게 창조주는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다.
앨리스 자신이 소속되어 있었으며 새로운 앨리스를 창조한 엠브렐라.
영화에서 새로운 앨리스의 가장 강력한 적은 자신의 창조주.
즉 엠브렐라이다
이름 그대로 엠브렐라라는 우산 안에서 살아 갈 수도 있으나...
앨리스는 그 우산을 찢고 뛰쳐 나오는 존재.
하지만 네메시스는 어떠한가?
네메시스는 창조주인 엠브렐라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또한 화면상에 컴퓨터가 추론한 결과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무차별적인 논리를 앞세워 세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앨리스가 직관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며...
누구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즉,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이다.
논리적이고 상명하복에 익숙한 남자인 멧.
그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 났음에도 기존의 틀에 묶여 있는 존재이다.
새로운 세계에서 과거의 틀에 묶여 있는 존재는 그렇게 흉한 모습을 지닌다.
악역을 담당하던 기존의 창조주인 엠브렐라의 수장 역시 남자 아니던가.
네메시스가 명령을 거부하고 앨리스를 돕게 되면서...
네메시스는 더 이상 네메시스일 수 없다. 존재가 없어질 수 밖에...
새로운 세상은 결국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 있는 여성의 몫.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 제치듯...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가 새로운 존재를 받아 들이듯...
새로운 세상을 열어 제칠 수 있는 존재는 남자, 멧이 아닌 여자, 앨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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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니 영화에서 남자들은 참으로 별 볼 일이 없다.
가장 최강의 힘을 가진 남성이였던 네메시스도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고...
대개 남자들은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로 나와서...
총질 몇 번 하다가 좀비에게 처참하게 당하거나...
어린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던 백신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는 정도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3편까지 만들어질 정도의 세상이 되었다는 건...
그만큼 남자들이 구악으로 몰리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대로 간다면...
아버지라고 불리는 기독교의 하나님도 결국 엠브렐라 꼴이 되실 듯.
내가 기독교 신자라면 이런 발칙한 영화에 대해서 불편해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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