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TV에서 하던 것을 그냥 안 보고 넘기다가 어제 보게 된 "추격자".
난 피 튀기는 영화는 그리 내키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이름값이 워낙 있는 영화이길래 결국 봐 버리고 말았다.
보고 난 후 느낌은...
"젠장 + 브라보" 랄까...
잘 만든 것 같기는 한데 불편한 내용들...
암튼 입소문 난게 이유가 있었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살펴 봤더니...
나름대로 갑을 논박은 있던데...
그냥 보이는 것 그대로인 영화.
생각하고 짚어 볼만한 건수가 별로 보이지는 않는다.
암튼 어쨌든...
김윤석 형님 완전 짱이십니다.
이하는 굳이 봐도 안 되는 군더더기...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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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각에서는 그리 생각할 꺼리가 느껴지지 않는 영화.
감독은 돌려 말하고자 하는 것 없이 그냥 직선적으로 들이민다.
"A는 A다"라고 하는데 보는 입장에서 뭐라 굳이 붙일 말이 없지 않은가?
다만 그게 받아 들이기에 불편할 따름이지.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은...
슈퍼마켓에서 미진이가 눈만 감은 채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하는 것.
아무리 궁여지책이라지만 그냥 죽은 척하고 처분만 바라는 꼴이라...
그냥 왠지 구어체적인 반말을 쓰고 싶어진다.
양해 하실 분은 양해 하시고 아니신 분들은 그냥 참든가 나가시든가...
쥐도 급하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되든 안 되는 이판사판 붙어 봐야 하는 것 아니였나.
하긴 애초에 그런 인물이였으면 중호의 전화를 씹었어야 했건만...
그냥 나 죽여 줍쇼...하고 찍소리도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
그게 감독이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거지.
미진은 공포와 두려움에 둘러싸인 무기력한 한마리 새끼양이고...
그건 바로 감독이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
미진의 그 모습을 본 살인마의 실소는 감독이 우리에게 날리는 비웃음이야.
감독이 그렇다고 하는데 뭐 내가 거기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있겠냐.
그건 감독 니 생각이니 니 맘대로 하라고 할 밖에...
감독이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도 답답하겠더군.
굳이 이런 감독의 시선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어.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내가 동의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느냐지.
내가 거기에 동의하냐고? 천만에...
슈퍼 아줌마가 그 놈에게 망치를 넘겨주려는 바로 그 순간...
문을 박차고 나와 그 놈 머리 끄댕이를 잡고 싸웠어야지.
다들 그 넘에게 있는 말 없는 말 떠들어 댄 슈퍼 아줌마를 원망하지만...
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길을 선택한 건...
범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주저 앉은 미진 그 자신이였지.
미진은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그걸 걷어차 버리고 타인의 처분만 바라는 노예의 자세를 취했던거야.
포주에게 착취당하며 비참하게 사나 연쇄 살인범에게 망치로 맞아 죽으나...
미진은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뭐라 할 말이 없어.
미진은 그저 재수가 나빠서 희생자가 되었지만...
미진은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가해자도 될 수 있어.
자신이 자기의 삶은 살아가지는 어렵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건 그 자체로 유죄야.
미진은 자신이 주인되는 삶을 살지 못했고...
포주든 연쇄살인범이든 누가 되든 그저 처분만 바랬지.
결국 그 태도가 자신을 죽였으며 가엾은 슈퍼 아주머니도 죽인거야.
매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진은 유죄야.
무기력함과 패배주의는 은근히 우리 주변에 많아.
그 동안 우리는 무기력함에 스스로 면죄부 주기에 급급했지.
그저 거기에 대해 답답하다고 넉두리나 하는게 다야.
넉두리 뒤에 우리는 뭘 어찌 할 수 있겠소이까...이거지...
상병신도 이런 상병신이 어디 있나?
이제 이런 시선에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 줄 때가 되지 않았냐?
엄한 슈퍼 아줌마의 방정맞음을 핑계로 돌리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미진이에게 책임이 있음을 볼 때가 되지 않았어?
감독이 연쇄살인범이란 인물을 통해 날리는 썩소에 대해...
우리는 그 넘의 턱주가리에 한방 꽂아 넣는 걸로 응답해 줘야지.
언제까지 결정적인 순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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