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 가득 하니 아직 안 본 분들은 읽지 말 것.

아예 안 보겠다는 분들은 읽으셔도 상관 없다.

우찌우찌해서 마누라와 같이 오붓하게 보게 된 영화.
극장에서 영화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벌써 2번째다.

재미 없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 가서 보니 뭐 나쁘지는 않다.
하기야 나는 그렇게 욕 많이 먹었던 터미네이터3도 그럭저럭 볼 만 하던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은 참 아쉽다.
마지막은 너무나도 엉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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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크리스천 베일"이 누군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이퀄리브엄" 나왔던 그 양반이였더군.

비주얼은 괜찮아 보였다.
T2에서 나왔던 "존 코너"가 저런 모습으로 성장했다면 봐 줄만 한 듯.

그런데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마커스"로 분한 "샘 워싱턴"의 비중이 더 커 보였다는 것.

마커스와 스카이넷의 대화에서 오딧세이가 떠올랐다.

신에게 거역하고 자신의 의지를 따르는 것으로...
결국은 신의 예언을 실현했던 뜻을 따르던 오딧세우스.

매트릭스의 네오는 "The One"으로 행세하며 매트릭스에 대항했지만...
매트릭스에 대한 저항은 결국 Reload로 매트릭스를 영생시키는 운명으로 귀결되었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했던 마커스의 의지는 창조주 스카이넷의 목적을 이룰 수 밖에 없는 운명.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처럼 아무리 뛰어봐야 벗어 날 수가 없다.

존 코너가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음에도...
스카이넷은 존 코너를 죽였다고 마커스에게 말한다.
번역상의 오류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오딧세우스에게 내려졌던 운명처럼 존 코너는 죽어야 할 운명.

마커스는 자신에게 부착된 추적기를 떼어 내며 스카이 넷에 저항해 보지만...
아마 그것조차도 이미 예정된 수순에 불과했을 것이다.
마커스는 존 코너를 보호하려 하지만 결국 그 와중에 존 코너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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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보였듯 존 코너에게 T-800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
아놀드 슈왈츠제너거의 모습을 한 T-800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이다.

제우스의 진면목을 본 아들은 불에 타 죽고 만다.
아버지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에 기어이 올라탄 파에톤은 죽고 만다.

기계인 T-800과 또 다른 기계인 마커스는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T-800은 아들인 존 코너의 심장에 비수를 넣고 만다.

하지만 자신을 인간으로 아는 또다른 아버지 마커스에 의해...
사악한 아버지 T-800은 목이 잘린채 제거되고...
마커스는 아들과 화해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존 코너는 죽었으나 아버지의 심장으로 다시 부활한다.

영웅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아버지와의 화해.
아직까지 이 공식을 어기는 미국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뜬금없이 보이지만...
어떻게 하든 마커스는 존 코너를 살려야 했고...
그래서 막판에 자신의 심장을 쿨하게 존 코너에게 주고 만다.

그리고 그의 결정에 다들 안타까워 하는 척 할 뿐 말리는 이는 없다.
마커스를 인간으로 인정했던 블래어마저도 이를 그냥 지켜 본다.
 

공식을 따르기는 했으나 이야기 전개는 참으로 엉성했다.
마커스가 시한부 인생이거나 부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했다면...
아니면 죽어가고 있는 존 코너와 마커스 자신의 생명 중에서...
긴박하게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상황으로 만들었다면...
그렇게까지 엉성해 보이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막판에 쫓겨서 대충 마무리 지은 듯한 느낌.

PS :
다른 리뷰를 보다가 알게 된 건데...
원래 결말은 존 코너가 죽고 마커스가 존 코너의 얼굴을 받는 거였다고 한다.

영웅의 죽음과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이게 더 훨씬 그럴듯 한건데...
사전에 결말이 유출 되면서 거센 항의를 받아 급선회 한거였다는...
원래 의도한 결말은 급진적이기는 하나 공식에 대한 충실도는 더 높은 것인데...
그냥 존 코너의 심장 대신 마커스의 심장을 주는 것으로 그쳤다.

하기야 마커스가 잠시 죽었던 것도 심장이 죽었기 때문이였으니...
전체적인 맥락에서 존 코너의 심장이 마커스의 것이라는 것은...
존 코너라는 존재가 죽어 마커스로 부활했다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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