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이것 역시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명절날 TV를 통해서 1편과 2편을 봤고 3편은 궁금증을 못 이겨 MegaTV에서 1500원 주고 봤다.
항상 TV를 통해 중간부터 본 지라...
처음부터 본 3편에서야 디즈니 로고를 보게 되었다.
오홍 디즈니에서 이런 것도 만드는구나.
영화를 다 보셨다는 가정하에 글을 쓰는 것이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이쯤에서 피해 가시길...
--------------------------------------------------------------------------------
1편은 기억이 가물하고 그나마 설날 특집으로 방영된 2편은 기억이 좀 난다.
마치 코믹 요소가 강화된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느낌이였다.
3편은 2편에 비해 그리 웃기지는 않은 듯...
2편 엔딩 보고 "이게 뭐야?" 하는 약간 벙 찌는 느낌.
이야기가 완결이 되지 않은 채 끝나버려 마치 3부를 위한 예고편 같은 느낌이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연속극처럼 만드는 경향...
짜증난다.
디즈니에서 만들었으니 애들 상대로 만들었겠지 했는데...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읽었던 프레이져의 "황금가지" 내용이 2편과 3편에 녹아 있었다.
터너가 외부에 있는 데비 존스의 심장을 찌른 후...
데비 존스의 역할을 터너가 승계 받는 부분을 보면...
대본을 쓴 사람이 "황금가지"를 읽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영향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이건 아예 대 놓고 한 차용이다.
프레이져는 "황금가지"에서...
바로 그러한 야만적 자리 바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에 대한 합리적인 해답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게다가 칼립소는 영원한 생명으로 오딧세우스를 유혹했던 바다의 여신.
오디세우스가 그러했듯이 "데비 존스" 역시 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유혹을 거부한 오딧세우스와 달리 "데비 존스"는 여신과 사랑에 빠진 존재.
데비 존스는 다른 평행 우주에서의 오딧세우스라 할 만 하지 않은가?
데비 존스는 오딧세우스의 또다른 모습.
중세 뱃사람들이 두려워하던 거대한 문어라든가...
바다 끝을 가면 낭떠러지가 있다는 그런 미신들...
하나 같이 다 서양의 옛날 이야기들이다.
결론적으로...
신화에 대한 서양의 시각을 철저히 바닥에 깔아 놓은 영화다.
거기에 주윤발 형님의 동참은...
이 시각을 전 지구적으로 확대하는데 결재 도장으로 작용한다.
정크선을 타고 극지방을 지나 세상의 끝 낭떠러지에 도달한다니...
보면서 조금은 어이 상실 상태가 되더라.
--------------------------------------------------------------------------------
해적이 주인공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영화에서 해적은 꽤 괜찮은 존재로 나오고...
일반 대중의 상징으로까지 확대되어 나온다.
원래 나쁜 놈이 주인공이 되면...
해적의 나쁜 짓도 은근슬쩍 정당화 시킬 수 있고...
이걸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꿈을 준다는 핑계로 주입 시킬 수도 있다.
이런 영화는 권선징악을 다룰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누가 더 고수인가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세계는 대개 정글이다.
먹고 먹히면서 살아남는 것이 선이 된다.
캐러비언의 해적도 별 다르지 않다.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세계는 정글이다.
거짓말과 폭력이 정당한 실력으로 대접을 받는 그런 정글.
그리고 3편에서는 그러한 정글을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망라한 전 지구로 확대 시킨다.
등장인물들은 철저한 경쟁에 시달리면서 달려간다.
이 영화 뿐만 아니라 미국 영화나 드라마들의 특징이 대개 그렇다.
상황이 정신없이 밀어 닥치고 치열한 경쟁과 투쟁으로 그 상황을 헤쳐 나간다.
거기에 "왜?"라는 질문은 없다.
있다면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정도가 고작이다.
사실 "개인의 자유"는 자본주의를 성립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이다.
개개인의 의지로 자신의 이기심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라는 질문에 개인의 자유를 들이데는 것은...
사실은 자본주의의 대한 긍정을 들이데는 것이다.
이 영화를 비롯한 미국 동영상물에 등장하는 정글은...
바로 다름 아닌 자본주의다.
경쟁에 의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교묘하게 관객에게 주입시킨다.
영화에서는 그 시스템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한다.
오늘날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와 맥락이 같다.
거기에 "왜?"라는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일 뿐이다.
그저 정신없이 경쟁하며 헤쳐나와야 할 뿐...
자본주의라는 정글은 무한한 팽창을 전재로 하듯이...
주인공들은 항상 새로운 도전과 투쟁을 향해 떠난다.
거기에 대체 "왜"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저 그것을 긍정하고 미래를 밝게 보는 주인공를 태도를 보여 줄 뿐이다.
3편 마지막에 쪽배를 타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는 "잭 스패로우"의 모습은...
자본주의 체계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태도로 보였다.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 같지만...
거대한 세뇌공작 같아 보이지 않는가?
'자작 > 잡다한_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계 (스포일러) (0) | 2010.06.10 |
---|---|
월광보합, 선리기연 (스포일러) (0) | 2010.06.10 |
EBS - 2007 아프간 전선 보고서 (0) | 2010.06.10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스포일러) (0) | 2010.06.10 |
괴물 (스포일러)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