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길

2010. 12. 2. 20:26

내 생각에 세상에는 네가지 종류의 길이 있다.

쉽고 맞는 길
어렵고 틀린 길
쉽고 틀린 길
어렵고 맞는 길

길은  쉽거나 어렵고 또한 그와 관계없이 맞거나 틀리다.
네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당연히 쉽고 맞는 길이다.
하지만 쉽고 맞는 길이 어떤 길인지는 가 봐야 안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쉽고 맞는 길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쉬운지 어려운지는 알기 어렵다.
그저 눈에 보이는 초입으로만 판단 가능할 뿐이다.
그래도 이건 일부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
그나마도 판단을 할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더 알기 어렵다.
이정표가 있다면 선택하고 말고도 없다.
선택은 이정표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선택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끝까지 가 봐야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나마 일부 판단 가능한 것에 의존한다.
왠만하면 척 봐서 쉬워 보이는 길로 가는 것이다.
그 다음 갈래가 나오면 다시 쉬운 길을 선택한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니 우선 쉬워 보이는 길로 가는 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니 내가 악마라면 쉬워 보이는 길에 진을 치고 있을거다.
상황이 되는대로 쉬운 길만 택해서 가다보면...
어느 순간 옴짝달싹도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알지도 못한다.

살아 오면서 그런 순간에 처해 본 적이 있다.
나도 참 어리석은 놈인지라 실제 당해 봐야 알 수 있었다.
매번 선택의 순간에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하지만...
길은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 꽉 막혀 버리고 만다.

그나마도 나는 그 상황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어느 정도 비용이 들었지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였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길로 들고 싶지 않다.
쉬운 길의 끝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선택을 할 때면 자연히 쉬운 쪽을 고른다.
사소한 결정을 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사실 그건 선택도 아니다.
그냥 쉬워 보이는 것을 집어 들면 그 뿐이다.

그러나 정말 선택을 해야 할 때라면...
내가 하는 선택인지, 상황이 하는 선택인지 생각해 본다.
어떠 종류의 두려움을 그저 회피하는 건 아닌지...
내가 신과 맞대면 했을 때 떳떳할지 생각해 본다.

대개 그런 경우는 어려워 보이는 길로 가게 된다.
맞는 길인지 틀린 길인지는 가 봐야 안다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쉬운 길로 가고 싶어서 계속 외면했을 뿐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려워 보이는 그 길을 고생스럽게 헤쳐 나가다 보면...
그렇게 막상 그 길을 가다보면 그게 그리 어렵지도 않다는거다.
다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음미해 보면 참으로 놀랍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운명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간다는게 그런거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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