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보니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이란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 아닌가 싶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맞고 틀리고는 별 관심이 없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뭐라도 해야 한다.

각자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이게 아니란 것은 대략 느낌이 오지만 그 외 대안이 없다면...
혹시 모르지 하는 기대로 할 수 있는 것을 그냥 한다.
아직 이것에서 예외인 사람을 본 적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멍청한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것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지만...
멍청하든 똑똑하든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그리고 세상에는 사실 똑똑한 이들이 그리 많지도 않다.
사실 인간인 이상 똑똑하다고 해 봐야 거기서 거기다.

그냥 길이 보이지 않으면 가만 있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만히 그냥 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주변에서 가만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들들 볶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불안해서 안달복달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면...
마음 편히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사실 기다리는 것도 그 다음 계획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냥 무대책으로 넋 놓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안하면 중압감과 긴장을 느낀다.
그러니 아무 것이라도 해야 한다.
정 할 것이 없으면 술이라도 마시고 게임이라도 해야 하고...
정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면 자살이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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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으면 대개 안된다고 말리는 이가 있다.
그런 구도에서 안된다고 말리는 이가 이기는 경우는 못 봤다.
시간이 흐르면 하겠다고 하는 놈이 결국은 일을 저지르게 된다.
안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 늘리겠다고 했을 때...
원자력을 하면 안되는 이유는 백가지 천가지를 댈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을 해야 하는 한가지 이유를 이길 수는 없다.

해야하는 한가지 이유를 놓고...
"이거 안하면 뭐할건데?" 라는 역질문에는 당할 도리가 없다.
할 것이 없으면 자살이라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대안이 없다면 그 쪽으로 간다.

뭘 하겠다는 사람 말리는 방법은 없다.
정 말리고 싶다면 오히려 맞불을 놓는 것이 유일하다.
"이건 안하면 뭐할건데?"에 대해 더 큰 걸 내 놓아야 한다.
항상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만족시켜야 한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사람들은 그게 되는 것인지 안 되는 것이지에 대한 판단에 관심이 없다.
판단은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당장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따져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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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결국 인간이란 판단하지 않는 존재라는 생각과 맞닿는다.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보는 생각이라 욕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살아보니 그리 느껴지는 것을...
그리고 판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이 칭송하기도 한다.

대개 사람들은 판단을 잘한 것 보다는 얼마나 열심히 했냐에 감동한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판단의 입장에서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달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직무는 대부분 단순 반복적인 업무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길을 가는데 목적지가 없다면 길을 왜 가겠는가?
다들 길을 갈 이유가 없다고 쉽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길을 가는 이들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그냥 길을 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진정 인생의 목적지를 댈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인생의 목적지는 대부분 그 인생을 끝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대부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지 그 다음은 별로 중요치 않다.
즉 길을 계속 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거다.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가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어차피 길을 모른다면 판단 할 수 없다.
어느 길이 맞는 길인지 알 수 없다고 그냥 서 있을 것인가?
동전을 던지든, 침을 튀기든 어느 길이든 골라서 가야 한다.

길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계속 그 길을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
이 길에 그 다음 길이 보이면 그 길로 간다.
막다른 길만 아니면 된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이들은 어찌되었던 그 길을 계속 갔고...
그 길에서 경지에 닿아 다른 길로 들어 선 자들이다.
가다 멈추면 결코 그 길에 이어진 다른 길로 갈 수가 없다.
인간이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증을 가진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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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판단을 하지 않는 존재라고 비아냥 거리는 말이 결코 아니다.
어쩌면 판단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싶다.
인간이 뭐 대단한 존재라고 판단을 하는가?
그냥 신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주어진 길을 가면 될 뿐.

물론 할 수 있는 것만 하다가 잘못 된 길을 갈 수도 있다.
과거를 보면 할 수 있는 것만 하다가 폭삭 망해버린 경우 많다.
이리 저리 잴 것 많은 상황에서 딱 눈 감고 할 수 있는 것 하다가...
호되게 두들겨 맞고 된통 당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많다.

무수히 많은 뻘짓이 있었지만 그래서 뭐?
그 뻘짓으로 가던 길 되돌아 가기도 했지만...
또 다른 길을 만나서 계속 걸어간 경우도 많다.
암튼 그래도 인간은 계속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이럼 면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는 사실 극히 간단명료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그냥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내 관할이 아니니 그냥 받아들여라.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징징거려봐야 엄한 짓만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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