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옹께서 펜더 트리뷰트 모델을 받으신단다.

처음에는 Signature Model인 줄 알았다. 신중현이라는 한국인의 이름으로 된 펜더 시그네춰 모델이 존재하게 되는 건 특별한 일로 여겨지기는 한다만 세계에서 일곱 번째, 동양인 최초 운운하는거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시그네춰 모델과는 뭔가 다른 모양. 펜더 시그네춰 모델이야 많고 많지 않은가?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07/24/3925807.html?cloc=olink|article|default

기사 뉘앙스를 보니 신중현 옹은 가만 있는데 펜더에서 알아 모셔서 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들어 줬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뭐 그런가 보다 할 뿐. 펜더 홈피 찾아 보니 펜더에서 일하는 8명의 "Master Builder"중에서 신중현 옹의 트리뷰트 기타를 만들어 줬다는 "Dennis Galuszka"라는 사람이 있긴 하다.

좋은 기타 받았다고 신문지상에 대문짝하게 났으니 신중현 옹께서 부담 꽤나 받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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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은 기타 받으셨다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면 될 듯.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일.

인터뷰를 읽던 도중 창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이 눈에 띈다.

"클래식이나 국악이 나오던 시절엔 마이크가 없으니 배에서 우렁차게 소리를 내 무대를 꽉 차게 만드는 고전적 창법을 썼어요. 그런데 마이크와 시스템이 발달한 현대에선 창법이 달라지거든요. 소리를 웅장하게 할 필요도 없고, 몸에서 만들어내는 음을 오히려 흡수하는 쪽으로 발당시켜야 해요. 마이크 자체가 진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계와 마찰시키면 잡음이 나요. 기계와 문명과 문화는 같이 가는 거예요."

전기기타라는 당시로는 새로운 도구로 기존과는 다른 음악을 해 봤던 경험이 있었던 탓인지 이 분은 꽤 본질적인 면을 알아 보시는 듯 하다. "기계와 문명과 문화는 같이" 간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필요에 의해서 도구를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 도구 그 자체가 본질인 경우가 많다. 형식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형식이 내용에 우선한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이냐가 아니라 어떤 형식이냐다. 형식이 달라지면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화시키고 싶으면 형식을 장악해야 한다.

제 아무리 성량이 큰 오페라 가수라 해도 육성만으로 잠실 올림픽 운동장에서 공연을 할 수는 없다. 5초짜리 가수라는 비판을 들어도 아이돌 그룹은 이걸 해 낸다. 마이크라는 놈이 노래라는 것을 변형시킨 것이다. 웅얼거리는 말소리마저도 공연이 가능한 음악으로 격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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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는 신체의 변형이고 연장이다. 그 확장 변형된 신체로 다른 음악이 나타났다. 확장 변형을 어디까지 용인하여 어느 선까지를 인간의 영역이라 할 것인가? 이 부분에서 세대 간. 개인 간 의견 차가 존재한다.

난 개인적으로 요즘 노래에서 육성을 대 놓고 기계음으로 변형시켜 심하게 깍아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런 것도 노래라면 개나 소나 가수 시켜도 다 할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컴퓨터만으로도 이런 건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내 개인의 레벨에서 끝나는 이야기다.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많은 노래에서 그런 부분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펜더 기타가 처음 나왔을 때 전통적인 기타를 만들던 깁슨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왔다. "이런 기타면 개나 소나 다 만들겠다"

깁슨의 한탄은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펜더 기타를 카피하는 회사는 세상에 많고도 많다. 심지어 펜더 기타보다 더 좋은 펜더 카피를 만들기도 한다. 펜더 기타가 제시한 것은 전기/전자 기술을 이용한 기존 기타의 확장 변형이였다. 나는 기존의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기타가 비슷하기는 하나 본질적으로 다른 악기라고 생각한다. 연주 방법이 분명히 다르다.

마이크는 음성기관의 확장 변형이다. 어쿠스틱기타와 일렉기타와의 연주 방법이 다르듯 마이크라는 달라진 음성기관을 통한 발성방식은 기존과 다를 수 밖에 없고 노래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노래 그 자체를 바꾼다. 형식이 내용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달라진 방식은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이들이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개나 소나 가수가 된 것이다. 음성기관의 확장은 이제 마이크라는 기계를 넘어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신호처리 알고리즘과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컴퓨터라는 도구가 그것이다.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해서 뭣하긴 하다만, 현영씨는 라이브가 도저히 불가능한 가수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히트곡을 부른 가수로 행세할 수 있다. 음성기관이 더욱 크게 연장되고 변형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을 빌린 가짜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현영씨를 가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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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씨가 앨범 냈을 때...
개나 소나 다 가수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오마이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
개나 소나 다 기자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을 할 때...
개나 소나, 아니 개구리도 대통령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펜더 기타가 나왔을 때...
개나 소나 기타 만든다고 비아냥거렸다.

자동차가 대중화 되기 시작할 때...
여성 운전자들에게 집에 가서 솥뚜껑 운전이라 하라고 비아냥거렷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자.
그 후 어떻게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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