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리브리엄, 아일랜드, 데몰리션맨, L.A 탈출 ...

작품성이나 진지함은 별로 없어 보이는...
다소 황당한 액션을 적당히 즐겨 봐야 할 SF 영화들이다.
그저 그렇게 시간 때우기로 봐도 괜찮은 것들이지만...
요즘 그 속에 담긴 함의가 느껴진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SF가 대개 그렇듯이 시대적 배경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며...
영화의 주인공들은 절대자에 종속된 사람들을 해방시킨다는 것이다.

대중은 어느 절대자의 힘에 완전히 의지하며 살아간다.
절대자는 그들을 이끌며 나름대로 지상 최고의 낙원을 구축한 상태다.
거기에서 개인의 자유는 완전히 말살되어 있다.

그 사회에 이질적인 존재인 주인공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허상으로 보이는 낙원에 의문을 제기한다.
절대자는 대중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되고...
대중은 절대자에게 해방되어 개인의 자유를 얻게 된다.

허상이든 아니든 기존의 낙원은 파괴되며...
풀려난 사람들은 새로운 신세계를 대면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 이후 풀려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과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

절대자에 자신을 내맡기며 살던 시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시대.

미래에 이런 사회가 도래할지 말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는 분명 이런 사회가 있긴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있다.
수도승들이 그렇지 않은가?

영화의 시점은 미래로 되어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는 과거의 사회다.
이런 영화의 실제 시대적 배경은 중세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중세 시대의 인간은 신의 속박, 혹은 자연의 속박에 묶여 있었다.
어느 과거에 서양에서 그러한 속박이 깨졌다.
인간들은 해방되었으며 개인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영화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신세계에서 건설한 사회는...
다름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무한한 팽창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알고 보니 "개인의 자유"는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것이였다.

왜 개인은 자유를 누려야 하는지...
자유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즉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을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다.

영화에서 "개인의 자유"는 불가침의 성역이다.
"개인의 자유"를 무조건적인 신성한 위치에 올려 놓음으로써...
경제적인 "개인의 자유"를 전제로 동작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성공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이 영화들은 결국 미국에 대한 찬양이라 할 것이다.

예전에 "나"라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그 생각에 별 다른 변화가 없다.
거기에 "자유"라는 것을 덧붙여 생각해 보니 왠지 우스워 보인다.
중세 사람들이 대체 무슨 심정으로 살아갔을지 아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하는데 정말로 그러한가?
영화에서 보듯 허무하고 아무것도 아닌 가짜 낙원에 불과했는가?
점점 모를 뿐이다.

PS : 저 영화들에 "아이로봇"도 하나 추가....

'자작 >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와 분열  (0) 2010.06.07
게쉬틴안나...  (0) 2010.06.07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Zero Sum 인가?  (0) 2010.06.07
단어 하나 하나는 귀신이라던데...  (0) 2010.06.07
유죄 판결...  (0) 2010.06.07
Posted by ikipus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90)
자작 (222)
(19)
지극히_개인적인 (4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