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절 한창 들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였다.
일을 하던 담당자가 떠나면 해당 분야가 엉망이 된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걱정을 하는 듯 보이지만...
그런 것을 정말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사실 없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남은 사람들이 그 업무를 대체할 것이고...
그것도 안된다면 적당한 사람을 한명 뽑으면 된다는 것이다.
남은 사람들의 진짜 걱정은 그 뒷감당에 본인이 걸릴까봐이다.
사람이 떠난다고 정말로 일이 날아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조직 혹은 시스템의 힘을 믿는 것이다.
회사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구성원 개개인에 의존하는 비율은 약해지고...
조직 그 자체가 가지는 어떤 결에 따라 조직은 유지된다.
내가 떠난다고 그 일이 마비될 것이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남은 사람들 중 누군가가 잠시 고생을 할 것이란 미안함은 있지만...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면 어떻게 하든 조직은 내 빈자리를 채워 놓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현재의 직장보다 좋은 자리가 있어서 옮기고 싶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빠져 자리를 옮기는 것에 다른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어차피 나 하나 빠진다고 그 조직이 무너진다면...
그 조직은 언제 무너져도 무너질 조직인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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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니...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남과 나를 구분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남과 나를 구분하는 흔한 기준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남과 나를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국가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구분의 기준으로 삼는다.
아주 옛날에는 지체 높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이름이 없었다.
유럽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이 남과 나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던 듯 하다.
그 흔적이 남은 것이 영어에서 말하는 Last Name 등 성씨가 된다.
대장쟁이네 둘째와 방앗간네 셋째가 결혼한다는데...
실제 대장쟁이네는 빵가계를 하다든가 방앗간네의 직업이 벽돌공이라든가...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Fisher가 Taylor인 경우는 있을 수가 없었다.
개인은 주위 환경의 영향을 분명히 받으며...
개인의 정체성과 주변 환경을 완전히 분리하여 생각할 수는 없다.
옛날에는 이런 생각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였다.
하지만 회사와 개인은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며...
계약이 파기되거나 만료되면 그 관계는 없던 것이 되고 만다.
회사에서 어떤 역할의 어떤 일을 했든...
회사에 사표를 던지면 예전에 했던 일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된다.
자연인 "김개똥"과 "XX회사 XX부서 김개똥 과장"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인가?
"공"과 "사"의 구분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데...
사람은 똑같은데 어떻게 "공/사"의 구분을 할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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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건 분열이다.
베이커가 더 이상 빵을 굽지 않아도 되고...
테일러가 더 이상 옷을 만들지 않아도 되며...
밀러가 더 이상 멧돌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토지와 신에게 예속되어 있던 인간들을 떼어내어...
도시 공장의 노동자가 전환시켰던 가장 중요한 명분...
그건 바로 Freedom이다.
김개똥은 계약 관계를 통해 김개똥 과장이 되었지만...
계약 관계를 파기하면 김개똥 과장은 없어지고 김개똥만 남는다.
김개똥은 어디에도 얽메이지 않는 Freedom을 가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자유 노동자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Freedom"을 목숨처럼 떠받든다.
근대 산업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자유 노동자이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해방된 복제인간들은...
결국 계약을 통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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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의 기본 전제는 단절이다.
Freedom은 인간과 세상을 단절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Freedom을 떠받드는 세상에서 단절은 모든 것의 기본 원칙이 된다.
문자는 문자가 나타내는 의미와는 단절된 형태로 존재해야 하며...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과 데이터의 의미는 단절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현상과 이를 다룰 수 있는 추상적인 모델은 단절되어야 한다.
한자는 문자와 문자의 의미가 단절되지 않은 표의문자이다.
중국이 Freedom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화를 이루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단절은 분열을 가져온다.
결국 Freedom은 분열을 가져 올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이 이렇게 Freedom을 떠받들지 않았다면...
정신과 의사들이 밥 먹고 살기는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Freedom이란 것이 목숨을 걸 정도로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 우위를 가지는 가치로 남아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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