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스쿨뮤직에서 206만원에 구매했다.
그 동안 펜더기타 라인업이 변경되어서 공부를 제법 했어야 했다. 예전 Standard에 해당하는 모델이 Professional인데 구매를 맘 먹었던 타이밍에 Professional이 단종되고 Professional2가 출시된 상황이었고 Professional2는 국내에 막 수입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스탠다드 레벨의 기타를 구하기로 맘을 먹게 되니 가장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은 외관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고전적인 외관인 썬버스트 색상에 백색 픽가드이어야 했다. 기왕이면 Professional2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색상이 없다. 버즈비 / 뮤직포스 / 기타네트 다 찾아 봤는데 가장 비슷한 색상은 스쿨뮤직에 Professional이 딱 한 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판이 메이플이다. 어린 시절 저가 기타의 메이플 넥을 접해 보고는 나에게 메이플 넥은 믿고 거르는 아이템이었다. 고민이 되었지만 받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반품하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넣었다.
막상 물건을 받고 개봉해 보니 내가 알던 펜더 하드케이스가 아니다. 저격용 라이플이 들어 있을 법한 분위기의 다소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의 검은색 하드케이스가 왔다. 케이스 열고 실물을 보는 순간 반품하자는 마음은 싹 날라갔다. 저가 기타에서 흡사 방망이 같았던 메이플 지판이 아니다. 넥 잡아보고 몇 번 쳐 보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로즈우드보다 훨씬 더 편하게 지판이 보인다. 고정관념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에게 펜더 스트라토케스터는 메이플 넥이 진리로 되었다.
물건 받고 헬릭스에 연결해서 며칠동안 이 놈만 붙잡고 살았는데 만지면 만질수록 진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국산 펜더 카피(Saint-Up)이 완전한 손가락 연습용 기타로 전락해 버렸다. 며칠 붙잡고 놀다보니 어설픈 블루스 곡 (ikipus :: 자작_블루스 사운드 샘플 (tistory.com)이 저절로 나온다. 드라이브 톤은 묵직하지는 않지만 거칠면서도 예쁜 드라이브 톤이 나온다. 이 정도면 왠만한 팝이나 가요에서는 충분히 통하고도 남는 사운드다.
Hellix를 구매하고 처음 써 봤을 때의 교훈이 다시 떠올랐다. "진작 사서 경험해 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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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에 관심 있다면 다들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외관이니 뭐라 덧붙일 말은 없다. 스쿨뮤직에서 마지막까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물건이라 반품 되었던 역사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는데 불량은 전혀 없고 사소한 수준의 기스도 없다. 지적할 하자가 보이지 않는데 이 녀석이 왜 안팔리고 끝까지 남아 있었던 건지 지금도 이상하긴 하다.
사양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넥은 쿼터쏜인 듯 하다. 넥 감은 쓰고 있던 기존 국산 펜더 카피 (데임 세인트업) 도 좋지만 이 녀석도 당연히 좋다. 더욱 좋은 건 넥 뒤쪽의 사틴처리다. 손에 땀이 많아서 니스칠 해 놓은 넥을 잡으면 끈적 거리는 느낌을 받는데 사틴 처리한 넥에서는 끈적한 느낌이 없다. 한번 경험을 해 보니 사틴 처리가 아닌 넥은 잡기가 싫어진다.
이 놈은 2점식 브릿지인데 새들은 빈티지 타입이다. 빈티지 타입의 새들은 처음 봤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새들에 줄이 들어갈 홈 자리가 없어서 신경 안 써주면 줄이 새들의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는다. 처음 받아서 아밍을 이리저리 해 봤는데 튜닝은 잘 유지 된다. 그렇게 초기에 테스트 해 본 이후 암을 달아 본 적은 거의 없다.
헤드머신은 그냥 일반적인 헤드머신이다. 튜닝 안정성은 괜찮다. 하지만 스트라토케스터는 빈티지 헤드 머신이 제일 예뻐 보이긴 한다. 빈티지 헤드 머신과 비교해보면 이 녀석은 어딘지 모르게 투박해 보인다. 투박해 보이는 반면 그다지 튼튼할 것 같지가 않다. 아직까지는 멀쩡한데 왠지 오래 쓰다보면 언젠가는 말썽이 날 듯한 인상을 받는다.
무게는 꽤 가볍다. 중량을 저울로 달아 본 것은 아닌데 아무튼 손으로 잡고 들어 보는 순간 가벼운 것이 느껴진다. 무게도 무게이지만 앉아서 넥을 잡고 안아 보면 기타가 날씬하고 날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타와 신체가 닿는 모든 부분들이 적당히 굴곡져 있어서 걸리는 느낌이 없이 부드럽다. 잘못하다가 어느 순간 몸에서 쓱 하고 미끄러져 빠져 나올 듯 하다.
물건 받자마자 용감하게 줄 높이 변경하고 픽업 높이 및 인토네이션을 이리 저리 조정하다가 어느 순간 아무리 해도 인토네이션이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서 셋업을 맡겼다. 경험 해 보니 픽업 높이는 1번 줄 쪽은 최대한 높게, 6번 줄 쪽은 최대한 낮게 해 놓은 공장 초기 세팅이 최상이었다. 한번 셋업을 한 이후 4계절을 모두 겪었는데 무난히 상태를 유지 했다. 메이플 통넥이 상대적으로 휘는 문제가 덜하다고 한다.
헬릭스에 연결해서 기본 프리셋들을 이리저리 적용해 보니 어디에선가 들어 봤었던 듯한 익숙한 톤들이 별다른 시행 착오 없이 쉽게 나온다. 흔히들 알고 있는 조합에 대해 기타를 연결해서 쳐 보면 기대했던 수준의 소리가 나온다. 이런 경험을 해 보니 소리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펜더 스트라토케스터는 일종의 표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이 익숙한 소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타이지만 세상에 없었던 자신만의 사운드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펜더 스트라토케스터는 피해야 할 기타가 된다. 반헤일런이 마개조를 통해 프랭켄슈타인을 만든 이유가 실감났다.
흔히 하는 말로 옥구슬 굴러다니는 소리도 나고 찰랑 찰랑 거리는 소리도 잘 난다. 브릿지 쪽 픽업에 게인을 살짝 걸면 특유의 소리 끝이 살짝 말리며 꽉꽉 거리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부들부들 거리며 히마리 없이 늘어지게 퍼진다는 느낌도 받는다. 다소 자유롭고 헐랭한 음악에서는 너무 좋고 잘 어울리지만 각 잡고 딱딱 끊어지는 듯한 엄격함이 있는 음악에서는 잘 안 맞는다. 딱딱하고 곧은 심지가 느껴지는 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 놈은 그런 경우에는 아쉽다.
지판 종류가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기는 하다. 메이플 지판은 소리가 딱딱하고 로즈우드 지판은 소리가 부드럽다는 편견(?)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같은 조건이라면 메이플 지판 소리에 비해 로즈우드 지판 소리가 상대적으로 날카롭게 튄다. 로즈우드 지판은 매질이 다른 나무가 붙어 있기에 반사파가 더 많이 생긴다. 즉 로즈우드 지판은 서스테인 측면에서 불리한 대신 그만큼 소리가 더 날카롭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로즈우드 지판의 빈티지2 61로 드라이브 걸고 쳐 보면 "제이크 이 리" 날카로운 톤이 비슷하게 난다.
스트라토케스터 싱글 픽업 특유의 알맹이가 빈 듯하면서도 거친 소리를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은 오히려 기존에 쓰고 있었던 국산 스트렛 카피(세이트 업)이 더 낫다. 아마도 Professional 기타에 새롭게 적용되었다는 V-Mod 픽업 탓인 듯 하다. 픽업을 어떻게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험 잡음은 경험하지 못했으며 분명 싱글 픽업 소리인데 알맹이가 더 채워진 소리가 난다. 이런 것이 소위 말하는 현대적인 사운드에 부합하는 것인가 보다.
펜더 스트라토케스터는 워낙 유명한 기타이고 업계 표준이 되다시피한 기타이지만 그만큼 한계도 명확한 기타이고 이 녀석 또한 마찬가지다. 블루스나 리듬감이 강조된 훵키 음악 또는 힙합에도 잘 어울리고 여기에 더해 Professional은 거친 소리가 덜해서 팝 성향의 음악에도 무난한 성능을 내 준다. 이 정도면 세션용으로도 웬만한 요구 사항은 만족시킬 수 있을 듯 하다. 모델명을 왜 Professional로 했는지 그 배경을 알 듯 하다.
여기에 더해서 속 빈 듯한 거친 소리가 나와 주면 스트라토케스터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텐데 이 부분이 아쉽다. 펜더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유지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그래서 결국 Vintage II 61을 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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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써 놓았듯이 왠만한 팝음악 성향의 음악에는 두루 두루 다 어울린다. 링크( ikipus :: 뉴진스_SuperShy )는 뉴진스의 SuperShy에 프로페셔널을 써 본 것. 톤 노브를 완전히 돌려서 최대한 먹먹한 소리로 해 봤다. 뉴진스의 디토( ikipus :: 뉴진스_Ditto )에도 비슷한 톤을 적용해서 해 봤다. 디토에는 암을 살짝 썼고 플렌저를 아주 살짝 걸어 줌
리어픽업에 적당한 엠프를 받쳐주면 남성적인 락음악 성향도 충분히 커버된다 ( ikipus :: 정국_StandingNextToYou). 전형적인 팝음악도 커버 가능하며 ( ikipus :: Butter(BTS)_기타커버) 청승 맞은 우울한 음악에도 ( ikipus :: 기리보이_눈이오던날 ) 어울리는 소리를 뽑아 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묵직한 소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에서 리듬이면 리듬, 솔로면 솔로 모두 가능한 소리를 뽑아 낼 수 있다. 초창기 때 세팅 때문에 헤메기는 했지만 버징은 전혀 없고 튜닝도 안정적이라 손으로 잡고 쳤을 때 기능면에서 불안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으며 앉아서 치나 서서 치나 편안하다.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정도면 내 수준에서 평생 써도 될 기타다. 만지면 만질수록 손에 이 놈은 분명 좋은 기타라는 확신이 든다.
굳이 단점이라고 한다면, 반응성 높은 빈티지 컨셉의 스트라토케스터와 비교할 때 이 놈은 다소 둔탁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스탠다드 레벨의 기타이니 이건 당연한 것이고 나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다른 한가지 단점은 단단하고 각 잡힌 묵직한 소리는 죽었다 깨도 안 나온다는 것인데 그것 또한 단점이라기 보다는 스트라토케스터의 태생적인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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