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에서 40만원 주고 구한 세미 할로우 기타이다.
센터블럭은 마호가니, 하우징은 메이플, 메이플과 월넛을 붙인 넥이라 한다.
지판곡률은 12인치, 스케일은 24.75인치,  2개의 깡통픽업이 붙어 있다.

 

에피폰이 저가 브랜드라 Made in china 이긴 한데,

첫 번째이자 이전 주인이 미국 교포라 전 주인이 학창시절 미국에서 구입한 기타이다.

중국생산이라지만 기본적인 품질관리는 통과한 기타인 듯 하다.

 

 

지판이 엄청 검은 색이라 이거 혹시 에보니 지판 아닐까 싶었다.

먹물칠이라도 해 놓은 건가 싶어서 초반에 열심히 닦아 봤는데,

연식 탓에 때가 엄청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지판은 짙은 검은색이다.

스펙은 찾아 보니 인디언 로즈우드라고 하는데 암튼 엄청나게 새까맣다.

 

픽업을 비롯한 모든 하드웨어들이 금장이었던 모양이다.

연식이 되어서 그런지 금장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연식 때문일까? 아니면 중국제라서 그랬을까?

 

 

중국 공장 제조에 에피폰이라는 브랜드 탓에 저가 이미지가 있지만,
몇 년 전 동일 모델이 국내에서는 신품 기준 80-90만원 정도였고,

쉐라톤2 단종 후 쉐라톤2Pro가 나왔는데 신품가는 100만원 이상이었다.


그나마도 쉐라톤2Pro도 신품은 시장에서 없는 모양이고,

다시 수입해서 판매한다면 코로나 끝나면서 물가가 엄청 오른 탓에,

아마도 신품가는 120만원 이상 갈 것이 거의 분명하다.

깁슨에 비해 저가일 뿐 절대적인 가격으로 볼 때 저가 기타는 분명 아니다.

 

그럴만 한 것이,

쉐라톤은 에피폰에서 생산하는 세미 할로우 기타 중에서는 최고급 모델이고,
에피폰이 깁슨에 인수되기 전, 쉐라톤은 한 때 깁슨 ES-355의 경쟁 모델이었다.

(ES-355에서 F홀을 막은 기타가 비비킹의 루씰이다)

 

참고로 깁슨의 ES-335에 해당하는 에피폰 제품은 리베라이고
풀할로우 바디인 깁슨 ES-330에 해당하는 에피폰 제품이 카지노이다.
에피폰의 할로우 바디 계열에서 가장 저가 제품은 DOT이다.

 

여담으로,
링고스타를 제외한 비틀즈 멤버 전원이 카지노를 사용한 적이 있고,

존 레논은 솔로 활동 시기에도 카지노 기타를 이용한 적이 있어서
카지노는 에피폰 제품 중 인지도에서 깁슨을 누른 거의 유일한 경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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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그냥 세미 할로우 바디 모양이다.

당근인지라 앞/뒤 모두 Natural Finish를 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색상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택권이 있었다면 다른 색상을 골랐을 것이다.

 

 

에피폰 레스폴 그렇긴 한데 이 놈도  Head가 쓸데 없이 크고 길다.

가분수 느낌이 나는 건 둘째치고 Head가 길다보니 튜닝 안정성에는 불리하다.

매번 칠 때마다 무조건 튜닝해야 하고 틈만 나면 또 튜닝해야 한다.

 

큰 헤드를 그냥 두기 심심했는데 꽃 무늬 자개를 넣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옛날 스타일의 자개농이 연상된다.

자개 장식이 고급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넥은 메이플과 월넷이 쓰인 5 Piece라고는 하는데 외관으로는 그냥 메이플 넥이다.

바디 접합 부분의 목재가 다르긴 한데 이게 월넷인지 센터블록 마호가니인지는 모르겠다.

 

 

 

더블컷 어웨이의 바디 좌우가 살짝 비대칭인데,

이것도 마음에 안 든다. 미묘하게 괴랄한 느낌을 받는다.

완변한 대칭으로 해도 될 것을 굳이 왜 이렇게 했을까 싶다.

 

한마디로 요약하지만 나에게는 예뻐 보이는 기타는 아니다.

하지만 못 생긴 것도 아니고 질리는 외모도 아니다.

그냥 시골 선비처럼 점잖지만 심심하고 밋밋하게 생겼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매력적인 예쁜 소리를 내는 기타다.

 

할로우 바디인 탓에 그냥 쳤을 때 음량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는데,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의 음량은 아니다.
넥이 다소 두터운 느낌이지만 자꾸 치다보면 나름 연주감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바디가 커서 체구가 작은 연주자에게는 분명 불편한 기타다.

 

다소 클래식한 외모와는 다르게 의외로 드라이브 사운드가 잘 먹힌다.
브리티쉬 락에서 할로우 바디 기타가 잘 쓰인다는 이야기를 주워 들었는데,
헬릭스에 물려서 소리를 들어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짱짱하고 청량한 드라이브 톤이 난다. 겨울에 듣기에는 추울 지경이다.

 

지금 들어보니 하이톤이라 귀가 좀 아프긴 한데,

처음 쉐라톤2를 구하고 이것저것 만져보며 만들어 본 드라이브 톤이 이렇다.

쉐라톤2_드라이브톤_샘플.mp3
1.00MB

 

 

클린톤이나 오버드라이브 살짝 걸린 톤에서도 소리는 발군이다.
중후하지만 따듯하면서도 너무나도 예쁜 소리가 난다.
한음 한음 정성을 들여 예쁘게 쳐야 하는 연주에는 딱이다.

 

지금까지 취미로 커버한 곡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업도 이 녀석으로 한 것이다.
이 녀석은 참 예쁜 소리를 가졌다.

ikipus :: Na,Ni(류수정)-기타커버 (tistory.com)

 

드라이브 톤도 시원하게 나오고 솔로 연주에도 예쁜 소리를 낸다.
하드락 정도에는 충분히 차고 넘치는 백킹톤을 낼 수 있고,
가격 수준과 상관 없이 분명 좋은 소리를 가진 기타다.

 

하지만 분명 좋은 기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이 잘 안 간다.
아무래도 음량이 있으니 주변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있는데,
일단 기타 바디가 크고 넥도 두터운 탓에 선뜻 손이 잘 안 간다.

 

그러나 소리 성향이 확실하고 쓰임새도 분명한 녀석이다.
내가 직업적인 음악작업을 한다면 이런 기타는 꼭 옆에 두고 싶다.
활용도가 낮을 수는 있지만 장르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 기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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