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 외모와 다르게 튼튼하고 우직한 곰탱이.

 

 

 

깁슨 레스폴의 대안을 찾고 찾다가 구입하게 된 기타.

연주하기 편하면서 묵직한 소리를 내주는 괜찮은 놈이다.

하지만 살벌한 헤비메탈을 하기에는 살짝 부족하다.

제임스 헷필드가 EMG 픽업 쓴 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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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험한 기타 중 드라이브 사운드로는 깁슨 레스폴이 으뜸이다. 가지고 있는 기타 중 일제 쉑터 슈퍼스트랫(SD2)도 강렬한 소리를 잘 내지만 레스폴의 드라이브 소리와는 비교가 불가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가 좋다 한들 연주 편의성 면에서 나랑은 너무 안 맞는다. 아무리 소리가 좋다한들 손에 잡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 레스폴의 클린톤 소리는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써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래 저래 내 기타 중에서 레스폴은 방출 1순위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레스폴을 지랄 맞은 기타로 여기지만 드라이브 소리 하나만큼은 정말 좋다. 1950년대에 등장한 구닥다리 물건이지만 요즘 시대의 살벌한 메탈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신기한 놈이다. 흔히 묵직하다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냥 묵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특정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좋은 소리를 낸다. 소리에 있어서 레스폴의 대안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레스폴과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도 연주 편의성이 좋은 기타가 항상 아쉬웠다.

 

취미로 기타 커버를 만들면서 묵직한 드라이브 소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그 때마다 레스폴의 대안이 아쉬웠다. 슈퍼스트랫이나 펜더 스트랫으로도 강렬한 드라이브 톤은 만들 수 있지만 고음이 강조되는 느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무게감 넘치는 Riff를 내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이에 헤비메탈 기타 중에서 그나마 가장 레스폴과 비슷할 것 같은 익스플로러를 어느 날 갑자기 질러 버리게 된다.

 

살면서 별난 기타를 하나쯤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마호가니 바디의 헤비메탈 기타들을 알아보니 그나마 깁슨 익스플로러가 가장 대중적이기도 했다. 또한 메탈리카의 시대를 살았던 세대여서 익스플로러 기타에 대한 선망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레스폴 대안을 핑계로 익스플로러를 갖고 싶기도 했다. ESP는 너무 비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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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외관과 다르게 연주 편의성이 레스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어떤 면에서는 스트라토케스터보다 더 편한 구석이 있다. 서서 치건 앉아서 치건 다 편하다. 하이플랫 짚기도 매우 편하다. 의외로 몸에 닿는 부분에서도 각진 부분이 느껴지지 않아서 불편함이 없다.  레스폴은 브릿지가 붕 떠 있는데 이 놈은 스트랫처럼 브릿지가 바디에 착 붙어 있어서 오른손이 편안하다. 커 보이는 덩치와 달리 레스폴에 비하면 무게감도 훨씬 덜하다.

 

불편한 것은 길이다. 다른 기타들에 비해 넥이 더 길다. 개방현 코드를 잡을 때에는 왼손 팔을 넥 쪽으로 더 뻗어야 한다. 이게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 그 덕에 매고 칠 때 기타를 내려쳐도 왼손이 편안하다. 바디도 길어서 전체적으로 기타가 길다 보니 주변과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대로 기타를 세워 놓기 어렵다. 대충 세워 놓을 수는 있지만 보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아 위태롭다. A형 스탠드에 세울 수도 있는데 역시 꼴 사납고 위태롭다. 기타를 허공에 걸어 둘 수 있는 스탠드가 필수적이다.

 

긴 리치와 세우기 어렵다는 두 가지를 빼면 편의성은 스트라토케스터를 뺨친다. 하지만 기타의 성질머리는 레스폴과 유사하다. 브릿지와 스케일 그리고 목재가 레스폴과 동일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익스플로러는 억센 느낌에서 레스폴보다 한술 더 뜬다. 익스플로러는 전체적으로 견고하며 우직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둔탁하고 투박하다. 기타에 성별이 있다면 이 놈은 우직한 곰탱이 남자다.

 

내가 아무리 지랄을 떨어도 이 기타는 그 지랄을 모두 감당해 낸다. 죽으라고 세게 스트로크를 넣으면 스트랫은 몸이 부서질듯 반응하지만 이 녀석은 그냥 태연하다. 아무리 줄은 흔들어도 줄이 넥 바깥으로 빠지는 삑사리 따위는 있을 수 없을 것 같고 연주 중에 튜닝이 나가는 일도 없다. 견고하다 못해 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뭔가 부드럽고 우아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익스플로러를 쓰는 테크니션 기타리스트를 본 적이 없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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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폴을 엠프에 걸지 않고 그냥 쇠줄을 쳐 보면 단단하면서도 우아한 소리를 낸다. 분명 좋게 들리긴 하지만 엠프 걸고 생톤을 쳐 보면 이걸 어떻게 써 먹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아하고 심지 있는 좋은 소리임에는 분명한데 이걸 써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머리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익스플로러는 레스폴보다 더 하다. 쇠줄 소리 기준으로 볼 때 익스플로러는 레스폴에는 있는 우아한 느낌조차 없다. 그냥 단단한 쇠줄 소리가 난다.

 

혹자는 의외로 범용성이 좋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익스플로러의 생톤은 내 귀에는 그냥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익스플로러만 가지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봤겠지만 다른 기타가 있으니 그럴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드라이브 소리는 기대 했던 수준의 소리가 난다. 하지만 레스폴과 비교하면 역시 아쉽다. 레스폴의 드라이브 소리는 묵직하면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포근함이 있지만 익스플로러는 그런 구석이 없다. 또한 묵직함에서도 내 귀에는 레스폴이 더 낫다.

 

깁슨이 익스플로러를 시장에 내 놓았을 때 실패 했다더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양도 괴상한데 소리에서도 레스폴과 차별되는 확연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경험했던 기타들 중에서 익스플로러는 서스테인 측면에서 원탑이다. 하지만 레스폴 서스테인도 충분하다. 레스폴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경우 익스플로러는 연주 편의성 외에 모든 것들이 애매하다.

 

하지만 이건 비교 대상이 레스폴인 경우이다. 그리고 애초에 익스플로러 선택 시 범용성은 생각도 안해 봤다. 앨더나 베이스우드 바디에 메이플 넥이 대부분인 슈퍼스트랫 기타들은 강렬한 소리를 잘 내지만 기본적으로 쏘는 듯한 성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쏘는 느낌 없는 묵직한 소리를 원했고 묵직한 리프를 내는 기타 중에서 연주 편의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요구 사항이었다. 이런 면에서 익스플로러가 괜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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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ff 소리는 내가 기대하는 소리를 내 준다. 깽깽거리지 않고 묵직하게 소리를 내 준다. 역시 이 놈은 소리도 우직한 곰탱이 같은 느낌을 낸다. 소리 역시 견고하지만 세련된 느낌과 거리가 멀다. 생긴 것과 다르게 픽업 출력이 강력한 느낌은 덜한데 게인을 높이면 잡음이 거슬린다.  현재 내 실력으로는 이 놈으로 메탈리카 소리는 내기는 어려울 듯. 픽업을 바꿔 주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그 동안 EMG 픽업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EMG 픽업이 필요한 건가 싶기도 하다.

 

이 놈으로 헬릭스에 연결하여 아이브의 Attitude를 작업해 봤는데  ( ikipus :: 아이브 Attitude 기타 커버 ) 톤 잡기에 애를 먹었다. 톤 잡는 노가다를 싫어해서 헬릭스 프리셋 중에서 괜찮게 들리는 것을 대충 수정하거나 심플하게 셋팅한 것을 사용해 왔는데 원곡의 저음과 기타 톤이 어울리지 않아서 이상하게 튀거나 소리가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헬릭스를 붙들고 이리저리 세팅을 바꿔가며 시행착오를 겪어 보니 살벌한 하이게인 톤에는 깁슨 익스플로러가 살짝 부족하다. 픽업을 바꾼다면 더 괜찮을 듯.

 

그리고 의외로 솔로 소리가 매력적이다. 작고하신 게리무어 형님이 생전에 이거 썼으면 꽤 어울렸을 듯. 적절한 게인과 이펙터가 받쳐 준다면 게리무어의 스틸갓더블루스 느낌은 비슷하게 낼 수 있을 듯 하다. 레스폴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깁슨은 깁슨이다. 강렬함 보다는 중후함에 방점이 찍힌 솔로톤이 필요할 때는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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