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ix (Floor)

 

기타를 오랫동안 손 놓고 있던 중 갑자기 필이 꽂혀서 집에 있던 GT-6을 써 보려 했다가 전용 전원 어뎁터가 없어서 대안을 찾아 이리 저리 검색하던 차에 알게 된 물건이다. 2019년 겨울에 스쿨뮤직에서 200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했다. 이런 고가의 물건을 사도 되나 싶었는데 더 나이 먹기 전에 한번 써 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에 어찌 어찌 하여 지르게 된 물건이다.

 

소위 멀티이펙터 3대장으로 불리는 물건들 중 하나인데 그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조작이 제일 간편하다 (그 때문인지 3대장 중에서는 제일 하급 취급을 받는 듯). 가격이 저렴(?)한 것도 한 몫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의성이었다.

 

GT-6를 사용했던 경험에서 비추어 멀티 이펙터의 기능을 100% 사용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멀티 이펙터라는 물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가 되려면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노가다를 해야 한다. 밥벌이가 따로 있는 아마추어가 그런 투자를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기능을 100% 쓰겠다는 되지도 않을 희망은 처음부터 버리고 시간 투자 대비 활용도가 높은 쪽을 택하는 것이 나에게는 정답이었다.

 

유명한 프로기타리스트도 프리셋을 그냥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리가 있다. 제조사에 소속된 전문가가 나름 노력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 프리셋이기에 내가 만들어 낸 설정이 프리셋보다 더 좋게 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프리셋을 들어 보다가 자신이 원하는 소리와 소리와 비슷한 것을 선택해서 일부 설정만 바꾸는 것이 훨씬 접근성이 높다. 멀티이펙터 3대장의 리뷰들을 살펴 보니 헬릭스가 이런 요구사항에 제일 부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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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렀고 받아 보고 이리 저리 사용해 보니 세상 많이 변했고 돈 많으면 좋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내장되어 있어서 PC에 USB 케이블만 꽂으면 녹음 환경은 그냥 OK가 된다. 물론 DAW 구해서 설치하고 헬릭스와 PC를 연결할 Driver를 깔아야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USB 케이블 꽂는 것 외에 할 일이 없다. 사용 메뉴얼이 있기는 한데 거의 무용지물이다. 그냥 용감하게 이리저리 해 보면 사용법은 대충 알게 된다.

 

 이 녀석이 제공하는 프리셋은 그냥 써도 기대했던 소리가 찰떡 같이 난다. 엠프 2개를 병렬로 붙여 놓은 복잡하고 화려한 프리셋도 많지만 단촐한 프리셋에서 몇가지 설정을 살짝 바꾸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엠프 시뮬레이션이 다른 경쟁제품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하는데 내 수준에서 이 정도의 엠프 시뮬이라면 차고 넘친다.

 

별도 IR을 구매할 수도 있다던데, Hellix의 내장된 내용들만으로 충분하다. 분명 나에게는 과한 물건이지만 JCM-900처럼 무용지물은 분명 아니다. 어쨌든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즐겁게 사용할 수 있다. 200만원이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취미로 지출한 내역 중에서 가격대를 떠나 만족도가 가장 높다. 그 이전에 없었던 즐거움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돈 값은 충분히 하는 물건이다.

 

무거워서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어디 가지고 가려면 큰 마음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