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구매한 일렉트릭 기타이다. 구입한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1998년 아니면 1999년이다. 구매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20년을 훌쩍 넘긴 옛날 물건이 되어 가고 있다. 넥이 바뀌어서 헤드 데칼이 없다. 데칼이 없으니 Dame 물건이라는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어쨌든 내가 건드린 건 줄 교체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Dame의 공식 루트를 통했다.

 

구매 후 몇 년간 잘 쓰다가 한 때 벽걸이를 구해서 벽에 걸어 두었는데 어쩌다 보니 낙상 사고가 벌어져서 넥이 부러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홍대에 있던 Dame 공식 수리점에 찾아가 맡겨 놓았다. 똑같은 넥을 달아 줄 것이라 생각했으나 생뚱맞게 데칼 없는 민짜 넥을 달아 주셨다. 당시 Saint-UP은 단종이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원래 21플랫짜리가 22플랫짜리로 변했고 데칼 없는 헤드 탓에 사제 커스텀 기타로 오인하시는 분들도 생겼다.

 

Dame의 첫번째 상품은 싱-싱-싱 스트라토케스터 카피인 Saint DX (Deluxe) 였고, 두번째 상품이 싱-험-험 스트라토케스터 카피인 Saint Up 이었다. 이 당시는 IMF 구제금융의 충격이 엄청났던 시기였는데 역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회사들도 활발히 생겨났던 시대다. 닷컴 기업들과 코스닥의 호황이 막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한다.

 

당시 Dame은 신생회사였는데 그동안 악기업체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업방식을 택한다. 낙원상가를 비롯한 Off-Line 매장의 유통망을 완전히 배제하고 100% On-Line 판매만으로 기타를 팔았다. 그것도 지금 같은 Naver나 G-Market 등의 대형 온라인 유통망이 아닌 자사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판매를 했다. 당시 대형 온라인 유통망 따위는 없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Dame은 홈쇼핑을 통해 통기타도 팔아 치우는 위엄을 선보인다.

 

지금이야 일렉기타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당시로는 말도 안되는 짓이었다. 무조건 악기는 구매자가 실물을 손으로 만져보고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같은 브랜드의 악기라고 해도 품질은 편차가 제법 심했고 판매상들은 연주 불가능한 불량 기타를 태연히 판매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OEM 생산을 하던 에피폰 레스폴 중 사소한 하자가 있던 물건이 비정상적 루트로 시장에 풀려 있던 때였는데 그것마저도 짝퉁 물건이 유통되고 있었다. 용팔이의 악명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낙팔이의 악명도 나름 제법 높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낙원상가를 비롯한 Off-Line 매장들은 유통 구조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던 시기였으며 그들의 입장에서 Dame의 영업방식은 기존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나쁜 놈이었을 것이다. Dame은 기존 유통망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을 선택했다. Dame에게도 모험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모험이기는 마찬가지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니 세상이 참 많이 변하기는 했다. 당시에는 사회적 신뢰라는 무형의 Infra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대였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질 수 없었던 변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위험을 떠 안아야 했지만 생초보인 나에게는 차라리 100% 통신 판매를 하던 Dame의 방식이 더 매력적이었다. 낙원에서 눈탱이 맞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당시 직장이 지방에 있어서 낙원을 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동네 악기점에서도 악기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선택의 폭은 굉장히 좁았으며 당시 국산 저가 기타는 날라다니는 톤으로 악명 높던 시절이었다. 날라다니는 톤이 뭔지도 모르는 생초보가 동네에서 덜컥 기타를 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물론 Dame을 택하기 이전에 환불 가능 여부 및 품질에 대한 입소문을 열심히 검색해 봤음은 물론이다. 개인 홈페이지에서 얻은 평판들과 Mule에서 작성된 리뷰들을 참고했다. 현재 Mule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의 기타쟁이 사이트이지만 당시에는 4대 통신망의 일렉기타 중고판매 글들을 취합해서 게시하던 초창기 시절이었다. 초창기 Mule에서 초기 Dame 제품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물론 당시 Dame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호불호가 극렬히 나눠지긴 했다.

 

당시 가격은 30만원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데임 홈피 게시판에 글 올려 놓고 돈 입금하고 처음 기타를 받아 봤을 때 그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 것도 모를 시절이었지만 배송받은 하드 케이스를 열어보자 마자 마음이 뿅~ 가버렸다. 요즘은 100만원대 기타라도 소프트케이스가 제공되는데 Dame은 30만원대 가격대에 하드케이스를 포함시켰다. 기타 구매 후 선생님 구해서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불량 때문에 애를 먹었던 적은 없다.

 

여담으로 기타는 톤이 좋아야 하지만 구매 당시에는 그걸 알고 살 수가 없다. 매장에서 쳐 봤는데 소리가 너무 좋아서 질렀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내가 익숙한 환경에서 기타를 이렇게 쳐 보고 저렇게 쳐 보고 해도 톤이란 건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판인데 매장에서 한번 쳐보고 어떻게 알겠는가?

 

현실적으로 구매 시 따져야 할 것은 불량 여부이다. 그 중에서도 넥과 브릿지, 픽업의 센터가 가지런히 중앙에 위치해야 하는 것이 으뜸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개방현과 12플랫이 같은 음계를 내는지 여부이다. 즉 인토네이션이 맞아야 한다. 세번째는 연주 중에 줄이 풀리지 않아야 한다. 밴딩 몇 번에 튜닝이 나가버리면 연주가 아예 불가능 하다. 네번째는 넥이 휘지 않아야 한다. 배가 들어가고 나온 것을 넘어서 비틀려서 휘었으면 방법이 없다. 이 네가지 불량은 감내할 수 없는 불량이다. 지판을 누를 수 없는 경우이거나 해당 지판에서 나야 할 음 높이가 나지 않는 불량이기 때문이다. 새로 만드는 수준의 대공사를 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이 없다.

 

다섯번째는 지판에서 손을 움직였을 때 플랫에서 날카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여섯번째는 넥의 배가 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총열을 보듯이 헤드 쪽에서 브릿지 쪽을 바라 보았을 때 줄과 넥이 수평을 유지하는지 보면 된다. 일곱번째는 당연하게도 각종 노브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불량들도 문제이긴 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을 들이면 해결되는 사항이고 사람에 따라 그냥 감내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인토네이션은 브릿지 셋팅을 조정하면 맞출 수 있다. 최종 구매 직전 단계에서 매장에 셋업을 요청한 후 셋업된 상태에서 인토네이션을 최종 확인해 보면 된다. 셋업을 했는데도 인토네이션이 안 맞으면 그 놈은 악기로서 존재가치가 없는 불량품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매장에서 인토네이션이 안 맞는 것은 매장에서 평소 기타 관리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게을러서 안한 것이든 능력이 안 되어서 못한 것이든 어쨌든 기타 상태가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매장에서 구매하는 경우 인토네이션이 안 맞는 기타는 왠만하면 거르는 것이 좋다.

 

불량이 아니라면 그 다음으로 따져 하는 것은 외관이다. 일렉기타는 무조건 예쁘고 봐야 한다. 이건 개인적 주관에 따라 갈리는 부분이니 알아서 판단하시면 된다. 개인적으로 기타 톤은 구매 시 따지지 않는다. 나무 재질이나 브릿지 종류 등의 눈에 보이는 스펙으로 기타의 성향 정도만 판단할 뿐 나머지는 막연하게 비쌀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주 만져 보면서 좋게 들리는 톤을 찾아 보는 수 밖에 없다. 경험상 높을 가격일수록 듣기 좋은 톤, 또는 익숙한 톤을 찾기가 수월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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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매한 기타였지만 2022년 현재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새로운 기타를 살 수 있는 금전적/시간적 여건이 안 되서 Saint Up 하나로 버틸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다.

 

위에서 언급한 불량사항에 어느 하나라도 해당 되었다면 반품했을 것이고 반품 기간을 놓쳤다면 중고로 내 놓지도 않고 그냥 버렸을 것이다. 그 동안 쓰면서 불량 때문에 지랄 맞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기타가 예쁘다. 펜터 스트라토케스터는 밋밋하게 생기긴 했지만 보고 또 볼수록 질리지가 않고 예쁘게 보이는 이상하고 신기한 외관을 가졌다. Saint-Up의 외관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색상도 보면 볼수록 예쁘게 보인다.

 

넥을 손에 잡았을 때 얼마나 편안한지도 많이 따지는 부분인데 초기 넥이나 교체된 넥이나 그다지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일렉 기타가 이 녀석 밖에 없어서 비교 대상군이 없는 탓에 그냥 많이 잡아서 익숙해 진 탓도 있겠지만 이 후 경험했던 다른 기타들과 비교해 봐도 넥감은 여전히 좋은 편에 속한다. 교체된 넥이 좀 더 곡률 있는 편인데 아마도 9인치 정도인 듯 하다.

 

수십년 써 오면서 낙상으로 수리 받는 것을 포함해 셋업은 세번 받았다. 습도 관리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꽤 오랜 세월을 보냈는데 여기 저기 까지고 덴트도 제법 있지만 지금까지도 전체적인 상태는 좋다. 주말에만 치기는 하지만 한번 조율해 놓으면 한달 정도는 조율 없이 그냥 버틸 수 있다. 리플랫 한다면 100년도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현재까지 경험으로는 목재 관련 내구성은 갑 오브 갑이다.

 

불량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아쉬운 것은 트레몰로 브릿지이다. 조금만 아밍을 해도 줄들이 격하게 틀어진다. 30만원대에서 아밍에 안정적인 브릿지를 기대하기는 무리이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리고 펜더 프로페셔널 스트라토케스터와 비교해 보면 꽤 묵직하다. 앨더 바디에 모양과 크기는 거의 비슷한데 무게 차이가 나는 걸 보면 암튼 뭔가 다르긴 한 모양이다.

 

소리는 주관적인 영역이니 뭐라 하긴 어려운데 미들과 리어의 싱글형 험버커(레일형) 픽업은 귀가 아플 정도로 너무 쏘아대는 듯한 소리를 낸다. 나중에 다른 음악들을 들어보니 레일 싱글형 험버커의 소리 성향은 대체로 그런 듯 하다. Push-Pull 스위치로 싱/험 전환을 할 수 있고 픽업 선택에 따라 소리는 확실히 인지 가능할 정도로 변화하긴 하는데 어쨌든 쏘는 소리가 나고 조합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프론트 픽업만 썼다.

 

1년 정도 Saint-Up을 쳐 보다가 똘똘이 엠프에 깡통 험버커 픽업이 달린 PRS 카피 저가 기타로 백킹을 잠시 쳐 보고는 소리의 박력감에서 픽업의 격차를 실감했다. 차라리 싱-싱-싱 으로 구성된 Saint-DX를 살 걸 그랬나 싶었다. 그 경험으로 스트라토케스터는 무조건 싱-싱-싱 이라는 고정 관념이 생겼다. 아밍 안 되는 브릿지에 쏘는 소리를 내는 험버커를 붙여 놓은 Saint-UP으로 블루스에서 메탈까지 다 할 수 있다는 당시 Dame의 광고는 분명 과장된 것이었다.

 

어느 순간 기타 Shape에 상관 없이 왠만하여 싱-싱-험 기타가 대세가 되었고 심지어 펜더도 스트라토케스터 양산 라인에서 그런 기타를 내 놓고 있기는 한데 초보 시절의 저 경험으로 인해 스트라토케스터에서 리어 험버커의 톤은 기대하지 않는다. 경제적 사정으로 1대의 기타만이 허락된다면 "싱-싱-험"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스트라토케스터는 "싱-싱-싱"이고 험버커 픽업톤은 별도의 기타를 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Dame이 초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Saint 시리즈의 생톤 소리가 펜더에 필적할만하다는 초기 유저들의 반응이었다. 프론트 픽업에 한정하여 말하자면 분명 들어 줄 만한 소리가 나긴 한다. 스트라토케스터 싱글 픽업 특유의 심지가 빈 듯한 허기진 소리가 어느 정도 난다.  당시 국산 저가 기타는 합판 기타가 난무했던 시절이었고 90년대 펜더 스탠다드(N-시리즈)도 품질이  일정하지 않던 시절이라 Dame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측면이 있다.

 

당시 30만원 대에 Alder Body 스트라토케스터는 Dame 외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장에 안착 후 Dame은 베이스우드의 Saint-T로 라인업을 바꿨다. 혹시 해서 검색해 보니 아직도 Saint 모델에서 Alder Body가 있긴 하다. Dame은 당시 나름 승부수를 걸었고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소리가 살짝 말리는 느낌(살짝 오리처럼 꽉꽉 거리는) 없이 플랫하게 소리가 끝나며 부들부들 하지도 않고 딱딱 하지도 않은 어중간하고 투박한 느낌의 소리를 내긴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소리가 딱히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이 정도면 괜찮은 소리다.

 

불량은 없었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일렉트릭 파트를 비롯한 부품들은 저가로 구성된 듯 하다. 리어 측 톤노브는 떨어져 나가서 한 동안 그냥 썼고 기타 잭도 헐거워서 덜렁 덜렁 거린 채 그냥 썼다. 어차피 엠프에 거의 연결 안하고 손가락 연습하는데 사용하는지라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몇 년전 셋업을 받으면서 톤 노브 다시 끼워 넣었고 기타 잭도 꽉 조여 놓았다.

 

개인 사정으로, 주중에는 지방에 있고 주말에만 집에 있는지라 집에는 Saint-Up을 두고 주말 연습용으로 쓰고 있다. 대부분의 장비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녹음 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종종 Saint-Up 소리가 아쉬울 때가 있다. 생각 같아서는 넥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개판이라 폐기 처분하는 기타를 주워다가 주말 집에 있을 때 연습용으로 쓰고 Saint-Up을 지방에 두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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