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에서는 다크엔젤이라고 써 있던데 영어 자막에서는 Fallen이라고만 써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다크엔젤이라는 영화에 나왔다던데 아마도 그 이름 덕을 보려고 다른 이름을 썼던 모양.

이게 3부작 드라마인지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가 22시부터 03시까지 눈 비비며 봤다. 무슨 광고는 이렇게 많은지. 그래도 끝을 보여주니 그나마 다행.

광고에서는 콘스탄틴 운운 하면서 굉장한 영상이 있는 것처럼 떠들던데 이건 3부작 TV 드라마여서인지 CG 영상이 영화에 비해 조악한 편이다. 화려한 영상을 기대했다면 충분히 실망할만한 드라마.

하지만 새벽에 눈 비벼가면서 볼 만큼 재미있게 봤다. 아니 재미있다기 보다는 곱씹게 만드는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조셉캠벨의 영향력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이야기.

이하는 스포일러...보셨거나 안 보실 보시길


-------------------------------------------------------------------------------
줄거리
 

하나님과의 전쟁에서 패해 천국에서 쫓겨난 루시퍼 일당들이 인간 세계에 살면서 반신반인의 존재들인 네피림이 나타났고 하나님이 이들을 불경하게 여겨 대홍수를 세상을 쓸어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사들이 새로 태어난 네피림을 처단하는 세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가정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인간세계로 쫓겨나 인간 여자를 범해 반신반인을 만들어 내는 루시퍼 일당은 Fallen, 일명 타락천사로 불리며 날개를 잃은 채 인간들 무리에 섞여 살아가고 있으나 언젠가 이들의 죄를 사하여 천국으로 돌려 보낼 수 있는 구원의 능력을 가진 네피림이 나타난다는 예언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구원의 능력을 가진 남성 네피림인데 그는 자신의 능력을 모른 채 양부모들을 전전하며 살아가다가 18세 생일을 맞아 그의 안에 내재된 천사의 권능이 현실화 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천사들은 그가 네피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러나 그가 구원자라는 것을 믿는 천사가 그를 보호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인 주인공은 집을 떠나 정처없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천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타락천사들을 만나고 주인공은 이들의 죄를 사하여 천국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업무(?)를 진행한다.

그러나 네피림의 제거를 자신의 임무로 삼고 있는 천사들은 그를 집요하게 쫓아오고 결국 위기의 순간을 만나지만 강력한 타락천사가 등장하여 그를 구해낸다. 강력한 타락천사는 구원자의 존재를 예언한 또다른 타락천사에게 그를 인도하고 주인공은 다시 길을 떠나 여행을 한다.

주인공은 결국 예언을 했다는 타락천사를 만나게 되는데 이 타락천사의 이름은 '빛을 이끄는 자', 라틴어로는 '루시퍼'라고 한다. 루시퍼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히고 자신의 죄를 사하여 천국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루시퍼의 죄를 사하려고 하나 그 순간 주인공은 세상의 종말에 선 루시퍼의 모습을 보게 되고 루시퍼의 요구를 거절한다. 결국 주인공은 루시퍼는 칼싸움을 하게 되고 그 싸움에서 주인공은 승리한다.

루시퍼의 소굴에서 빠져 나온 주인공을 본 천사들은 그가 구원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이상 그를 추격하지 않는다. 더 이상 위협을 받지 않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양부모가 계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

이 드라마는 3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이고
2부에서는 집을 떠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으며 여행을 하며
3부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확정하고 재탄생하여 귀환한다.

각종 맨(슈퍼맨, 스파이더맨, 베트맨) 이야기나 스타워즈도 이런 패턴을 따르고...
종종 3부 이후의 이야기, 영웅이 반영웅으로 변질되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이러한 영웅 이야기의 패턴은 조셉캠벨이 논했던 것인데...
이 드라마는 그 패턴을 거의 교과서적으로 지킨 느낌이 든다.
드라마의 뼈대는 성경이 아닌 일반적 영웅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뼈대에 덧붙이는 살은 성경을 배경으로 했지만...
많은 이들에 성경에 익숙하니 성격으로 포장한 것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반신반인의 존재는 성경에서 네필림이라는 존재로 나와 있지만...
그런 존재를 영웅시 하는 것은 성경보다는 그리스 신화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반신반인를 부정적으로 보고 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린다는 것은...
성경도 성경이지만 그보다는 수메르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

게다가 북유럽 신화의 오딘이 잘 구사하는 룬 문자까지 등장하고...
이 정도면 각종 신화적 이야기들의 잡탕에 가깝다.

뼈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냥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하다.
그저 성경에서 나오는 단어를 빌어 썼을 뿐.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1부에서 양아버지가 했던 훈계에 다 있다.

네 인생은 네가 결정하는 것, 모든 것이 다 네 책임이고 네 탓이라는 것.
신이 무엇을 의도하든 난 알 수 없으며 내 의지가 바로 신의 뜻.
그러므로 네 인생은 네가 결정하여야 하고 잘되도 네 탓, 못되도 네 탓.
괜히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탓하지 말고 다 네 탓이라는 것.

신과 인간의 중간에 교황이라는 사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본주의 세상에 종교적 근거를 제시했던 개신교의 입장이기도 하고...
또한 신탁에 반한 행동을 취했던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이 취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성경에 대해 불경스러운 듯 하지만 그 속은 개신론자의 태도와 그리 다를바 없다.

-------------------------------------------------------------------------------

인상적인 장면은 루시퍼를 만나기 위해 어두운 동굴을 걸어가는 장면.
영화 베오 울프에서 보았던 음침하고 습기 찬 동굴이 떠올랐다.

그 동굴은 죽음과 탄생이 같이 존재하는 곳.
무덤이자 자궁인 곳, 조셉캠벨이 말한 자기적멸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루시퍼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 주인공.
조셉캠벨이 말하는 걸 보면 자기적멸은 아버지의 자궁인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 역시 그 동굴이 아버지의 자궁이였던 셈이다.

루시퍼는 주인공과 대면한 자리에서...
네가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강하다면 진실을 알려 주겠다고 한다.
준비가 되지 않았던 존재들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하는가?
아버지 헬리오스의 태양마차를 끌었던 파에톤이 대표적인 케이스.

겁도 없이 태양마차의 고삐를 쥐었던 어린아이 파에톤은...
태양마차를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만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자궁에서 파에톤처럼 비참한 운명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시험을 넘어서 새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안가는 루시퍼의 진술.
구원이 가장 필요한 타락천사로부터 구원자 네필림이 나오고...
가장 구원이 필요한 타락천사는 가장 큰 죄를 지은 루시퍼.
너는 내 아들이고 넌 나의 죄를 사하기 위해서 태어난 운명이라는 것.

그러나 주인공은 아버지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신을 스스로 정의한다.
달콤한 유혹이 실패하자 협박으로 주인공을 압박해 보지만...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가자 결국 검을 빼어드는 루시퍼.
아버지와 아들을 칼싸움을 벌이고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한다.

아버지의 자궁에서 시험을 치뤄가며 자신을 정의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의 자궁을 스스로의 힘으로 찢고 나왔다.
18세 성인이 된 후 1년 만에 진정으로 어른이 된 것.
기존의 어린아이가 아닌 진짜 어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여 길을 떠난 주인공은...
강력한 장애물을 뛰어 넘어 영웅이 된다.
과거의 자신은 죽었고 새로운 존재로 재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집으로의 귀환. 긴장이 이완되면서 끝난다.

-------------------------------------------------------------------------------

이건 드라마와는 상관 없는 내용...

드라마를 보면서 몰랐던 것을 알았는데...
루시퍼가 "빛을 이끄는 자"란 뜻이 있다는 것.
뒷통수를 얻어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창세기를 보면 제일 먼저 만들어 진 것이 빛이였는데...
그럼 "빛을 이끄는 자"인 루시퍼는 세상에서 맨 처음 만들어진 존재인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가장 먼저 생긴 것을 보면....
선과 악, 신과 악마는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인가?

뭐..이런 등등의 여러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래서 한번 루시퍼란 단어가 성서에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 봤는데...
음냐...생각 외로 성경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단어라고 한다.
킹제임스판 이사야서 14:12에 딱! 한 번 아래와 나온다고 한다.

How you are fallen from heaven, O Lucifer, son of the morning!
How you are cut down to the ground, you who weakened the nations!"

"Lucifer, son of the morning"은 바빌론 왕을 조롱한 것이라는데...
그럼 바빌론 왕이 인간이 아닌 천사 출신의 대마왕이였나?
그런데 좀 더 찾아 보니 Lucifer가 악마라고 할만한 근거가 그리 있지는 않다.
Lucifer란 단어가 단 한번 나오는 이 곳에는 악마니 천사니 이런 이야기는 없다.

히브리 구약의 동일 문구에서 Lucifer에 해당하는 단어는 heylel인데...
히브리어를 영어로 번역한 스토롱 사전을 보면
From halal (in the sense of brightness); the morning-star, lucifer

이래가지고는 그냥 동어 반복이다.

lucifer는 영어 단어라기 보다 라틴어에 속하는데...
Lux가 포함된 말로 "빛을 가져오는/이끄는 자"란 뜻의 금성을 의미한다.
금성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비너스를 의미하기도 해서...
Venus는 때때로 Lucifer로 불리기도 한다.

Lucifer로 번역된 heylel의 어원인 halal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A primitive root; to be clear; to shine; hence, to make a show, to boast;...
대체로 빛난다, 찬양하다는 뜻이 있지 사악한 의미는 없다.
할렐루야의 어원이 바로 이 halal 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여담으로 '할렐루 야'는 '야훼를 찬양하라'라는 뜻. 좀 쉽게 말하지만 '야훼 만세'
그런데 야훼란 단어는 기독교에서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할렐루야 교회"는 그런 면에서 어딘지 이상해 보이는 이름이다.

암튼 성경만 놓고 보면...
루시퍼는 악마이름이 아니고 그냥 금성을 가리키는 명사다.
루시퍼가 악마란 이야기도 없고 금성이 악마란 이야기도 없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the day start, 샛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 구약에서 Heylel이 이사야편 한 줄만 나오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Heylel이 나오는지...
그건 내가 히브리 구약을 보지 않는 다음에야 알길이 없을 듯.

하지만 '악마들의 짱! 루시퍼'라는 이미지는 성서만 놓고 보면...
사실 근거를 찾기 어려운 이야기로 보인다.

천사들이 하나님한테 대들고 쫓겨 나고 지옥이 생긴다는 둥...
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이 성서에 있기는 한건가?
그저 밀턴의 실락원에서나 나오는 그냥 소설 속의 이야기에 불과한건가?
 

'자작 > 잡다한_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바타 (스포일러)  (0) 2010.06.10
방자전 (스포일러)  (0) 2010.06.10
다크 나이트 (스포일러)  (0) 2010.06.10
써로게이트 (스포일러)  (0) 2010.06.10
노잉 (스포일러)  (0) 2010.06.10
Posted by ikipus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90)
자작 (222)
(19)
지극히_개인적인 (4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