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에서 얼마나 주구장창 광고를 해 주던지.
시간 맞춰서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보다는 그냥 내 생각이 많지만...
독자가 영화를 봤다는 전제하에 쓴 글이므로 스포일러성은 다분함.

머리 아픈 내용도 꽤 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기는 하는데...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으나 성향에 좌우되어 평가될 부분은 꽤 있을 듯.

내 일생 최고의 명작이라는 수식어를 쓰기에는 좀 과장되었다 싶은데...
조커의 악역 연기는 정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한번 보고 리뷰를 쓰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대로 한번 횡설수설 써질러 본다.

횡설수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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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눈에 띈 부분은 햇볕 있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

이전의 내가 봤던 베트맨은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였다.
주로 어두침침한 시간대를 상정한 세트에서 촬영된 것들.
그런데 이건 다르다. 대낮의 도시 실사가 나온다.

다른 이웃 글을 보니 영화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찍었다고 한다. (http://riemann.tistory.com/183)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경단을 조직했고...
그 자경단이 결국 대규모 범죄 마피아로 변화해 갔던 도시.
악명 높았던 알카포네가 활약했던 바로 그 동네.

감독이 고담의 배경을 뉴욕이 아닌 시카고로 정한 것은...
시카고의 과거 이러한 이력이 한 몫 하고 있었으리라.
한 때 이탈리아 마피아가 도시를 주름잡고 있었던 시카고...
영화에서처럼 사실상 마피아가 지배하고 있었던 도시의 배경으로 적절할 듯.

그리고 두번째로 눈에 띈 것은 배우들.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 영화 장난 아니다 싶었다.
하나 같이 다 쟁쟁한 양반들이였다.
심지어 초반에 은행 돈 지키려 총 쏘는 단역조차 말이다.

처음 볼 때 그런 부분에 시선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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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과정과 결과라는 두 단어였다.

베트맨은 범죄자와 마찬가지로 불법을 저지르며 범죄자를 처단하고 있었다.
익히 알려진대로 어두운 영웅인 베트맨의 한계이다.

시카고 마피아의 출발은 자경단이였다고 한다.
기존 질서를 넘어 자의적인 무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자경단과 베트맨의 차이점은 없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나왔던 대사가 떠오른다.
"베트맨, 그대와 알카포네는 뭐가 다릅니까?"

베트맨은 도시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 도시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었다.
과정이 목적을 부정하고 있다. 근본적인 에러를 내포하고 있다.
살인은 나쁜 것이기에 살인자를 사형에 처형하는 모순과 같다.
결코 선의의 목적이라 해도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 할 수 없다.

초기의 자경단은 베트맨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베트맨은 알카포네가 될 수 밖에 운명이다.

"영웅으로 죽을 것이냐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될 것이냐"
기존의 질서를 뛰어 넘는 존재들의 공통된 운명이다.
영웅은 시간이 흐르면서 반영웅이 되고 만다.
그래서 영웅담의 끝은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왜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냐고?
조커의 말대로 둘다 괴물이기는 마찬가지다.
당신 눈 앞에 베트맨이 나타났다고 생각해 봐라.
마냥 정의의 수호자라고 좋아할 수만 있겠냐?

저 괴력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다.
내가 저 넘을 완전히 통제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저 넘이 내 통제를 벗어나 지 멋대로 날뛴다면 어찌 될러나...

영웅과 악당의 차이?
차이는 지금 우리가 그것을 필요로 하느냐 마느냐일 뿐.
대중의 반응은 필요에 따라 냉온탕을 오간다.
상황논리에 따라 베트맨은 숭배의 대상이 되거나 증오의 대상이 된다.

조커는 인간이 상황논리에 따르는 이기적인 수동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조커가 의도한 상황에 따라 쥐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그러나 조커가 간과한 것이 있는데...
인간은 가짜에게 결코 응답을 하지 않으나...
생사를 초월한 진실한 울림에는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진짜 울림에 대해 인간은 대답을 한다.
진실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이것을 믿은 이들이다.
자신의 진짜 목소리로 다른 이들에게 대답을 끌어 낸 이들이다.

아쉽게도 그것은 순간으로 그치고 만다.
하지만 역사는 그 찰나를 잊지 않는다.
기록되고 전해지며 어떠한 지향점으로 인간들에게 각인된다.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해야 한다면 그건 에러.
폭력배를 잡기 위해서 폭력을 써야 한다면 그것도 에러.
살인을 없애기 위해서 사형을 해야 한다면 그것도 에러.
목적과 과정이 어긋나지 않는 완전한 것이여야 한다.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게 알고 보면 참으로 어려운 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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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끝을 보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다소 뜬금 없는 기독교 코드였다.
어쩌면 기독교가 아닌 다른 이야기에도 전해오는 부분일 수도 있다.

조커와 배트맨.
서로 대립하는 양 극단의 구성은 예전부터 많이 회자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양 극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의 존재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가 정해진다.

그 자신이 스스로 존재하지 않고 상대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으면...
그건 두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에 부속된 일부라고 봐야 한다.
창조와 파괴는 대척점에 서 있으나 그 상대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창조와 파괴는 개별로 존재한다기 보다 세상의 싸이클을 이루는 부분으로 존재한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사실은 하나의 존재를 이루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 세상의 전모를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이중성에 대해 설파해 왔으나 이걸 깨닫기에는 정말로 어렵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21세기에서도 이러한 영화를 통해 계속 된다.

조커는 평상시 혀를 끊임없이 낼름거린다.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가? 뱀이다.
에덴동산에서 이브를 꾀어내 선악과를 먹게 한 장본인.
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 악 그 자체인 악마다.

조커와 대척점에 서 있는 베트맨.
그렇다면 베트맨이 무엇을 상징할 것인지도 짐작이 간다.
악마의 반대에 서 있는 것은 신.

어둠의 세력인 조커의 얼굴은 하얀 분칠을 한 웃는 표정의 광대다.
밝음의 세력인 베트맨은 온통 시커먼 옷에 시커먼 가면을 썼다.
범죄의 대표자인 조커는 백색, 정의의 대표자인 베트맨은 검은 색이다.
두 존재가 역설적으로 상대로 인해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신과 악마, 이 둘은 상극의 존재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정의하며 이 세상을 이룬다.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신의 얼굴과 악마의 얼굴을 모두 가진다.
베트맨이 지지한 하비덴트와 조커가 지지하는 하비덴트는 동일인이다.
하비덴트는 인간의 속성에 대한 상징이다. 반쪽은 베트맨, 반쪽은 조커.

교과서적인 이야기에서는...
자기 안의 신과 악마 중 신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인간은 자신 안에 있는 신을 알아보고 이를 영접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신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닫아 버린다.

신과 악마는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는 쌍둥이 같은 존재.
그 경계를 인간이 파악하기에는 실로 어렵다.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과 악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탄다.
거기에서 길을 잃고 헤메게 되는 하비덴트 같은 이는 부지기수다.

받아들이는 이의 수준에 따라...
나를 집어 삼키는 괴물이 될지 내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종이 될지...
그것은 순전히 내 자신의 역량에 달린 문제.
신과 악마의 구별법을 남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없다.

하비덴트의 죄를 뒤집어 쓰고 끝까지 하비덴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베트맨의 모습.
이거 어디에서 많이 보던 듯한 코드가 아닌가?
아버지는 독생자를 보내시고 그 분을 십자가에 못 박고 인간을 구원하시고...
끝까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우리를 돌보시고 있다는거다.

하지만 절망적인 것은...
하비덴트의 악마적인 얼굴을 일부러 정상적인 얼굴로 돌려 놓았다는 것.
인간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거다.
베트맨에 의해 하비덴트는 거짓된 희망으로 남았다.

그의 뒷모습이 참담해 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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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보고 났을 때 참으로 머리 속이 복잡했다.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것을 떠오르게 했고...
아직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머리 속에서 줄을 서 대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은 정말 많은 고심을 했을 듯.

두번째 보면 어떤 생각이 더 떠오를지 모르겠다.
보시는 분들마다 생각나는 것이 다 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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