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써로게이트를 보게 되었는데...
뭐...언제나 그렇듯 이 영화를 봤다는 전제하에 내 생각을 써 놓은 것이니...
아직 보시지 않으신 분은 읽어봐도 뭔 소리인지 모르실테고...
내가 괜히 스포일러로 욕 먹게 될 판이니 그냥 넘어가시는게 좋을 듯...

이하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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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음냐, 이거 내가 평소 하던 생각이랑 매치되잖아!" 했던 영화
전에 몸에 대한 정의에 대해 의심이 들어 써 놓았던 글과 맥락이 통하는 주제...
하긴 사는 곳은 달라도 보고 듣는 것이 거의 같은 동시대를 살고 있으니...
다들 같은 지점에 대해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
(전에 썼던 글은 http://blog.naver.com/ikipus/100060137049)

신체의 확장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이게 쉬운 주제가 아니다.
시비가 붙어서 상대의 목발을 부러뜨렸다면...
신체에 관련된 형법과 재산에 관련된 민법 중 어느 것이 적용되어야 하나?
아마도 상황에 따라 형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있을 듯...

내 몸을 영화에서처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가 내 신체인지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생물학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까지만 신체인가...
아니면 내 의지가 개입된 것까지도 신체에 포함되는가?

써로게이트나 옷이나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신체의 연장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어떤 수영복을 입었느냐에 따라 수영 기록이 달라지기도 하고...
이 점 때문에 수영에 관련된 올림픽 규정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신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옷이 신체의 연장이란 측면에서...
미인이 되고 싶으면 분명 옷도 잘 입어야 한다.
패션 감각을 훈련하여 아름다운 사람이 된 이들...
우리들 주변에서 종종 보고 있지 않는가?

영화에서는 기술을 이용해 신체에 인간의 의지를 개입하는 것을 부정한다.
어색한 써로게이트보다는 실제 피를 흘리는 탐을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신체의 연장을 창시한 장본인마저 이를 부정하는 절대적인 정당성이 부여되고...
막판에 탐은 써로게이트를 모두 제거하고 세상을 뒤집어 엎는 혁명을 선택 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꼴이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욕망 역시 인간의 일부.
'아바타'에서 주인공은 탐과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아바타는 아시다시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중.

이미 사회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신체를 받아들였다.
언제부터인가 몸에 칼을 댄 미스코리아가 이상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의족을 한 육상선수도 등장한 상황이다.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트렌스젠더의 미스코리아 출전도 가능하리라 본다.

꽤 흥미있는 주제임에도...
영화에서는 별 고민 없이 쉽고 편한 결론을 들이민다.
톰이 그토록 원한 진짜 아내가 진짜라는 보장이 있는가?
진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결론을 내버린다.

써로게이트의 결말은 익숙치 않음에 대한 기계적 반발에 불과하다.
그저 눈감고 외면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게 가짜라고 말하지만 정작 진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진짜, 아니면 가짜라는 편안한 잣대만 있을 뿐.

이건 가짜라고 외치지만 말고...
진짜란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영화는 그럭저럭 봐 줄만 했으나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나 감흥은 그리 많지 않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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