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극장가서 영화 한편 봤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당연히 18세 이상이겠지 했는데 12세 이상...
살짝 망설여지는데 마눌님이 적극적이시다.
포켓몬스터 정도는 아니였지만 암튼 무척 나이 어리신 분들이 꽤 많다.
그래도 제임스 카메론인데 어떤럴가 싶었다.
언제 그렇듯이 스포일러 가득 가득...
영화를 보시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시길...이하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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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형의 시신을 화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읆조리는 주인공의 독백...
대략 하나의 인생이 끝나고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내용이였던 듯.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그 독백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 내용으로 남는다.
판도라 행성...
주어진 이름으로 볼 때 행성은 여성.
그 안에는 열어보지 말아야 할 상자가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열어 제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성의 이름에서는 비극의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12세 입장가 등급이니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날 터...
그냥 마음 편히 먹고 느긋하게 지켜 봤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려고 한다.
숲을 파헤치고 땅을 캐서 행성의 속살을 열어제치려 한다.
전쟁이 끝나고 인간들을 지구로 귀환시키면서 나오던 대사에 따르면...
그 당시 인간들은 이미 지구의 속을 파헤쳐 놓았고 지구는 죽어가던 행성이였다.
그리고 주인공의 신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 동생이 형을 대신하는 설정이지만...
그 설정은 주인공이 이미 죽었다는 것으로 보였다.
초반부터 주인공은 이미 죽었고 영화는 그의 부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인공은 소명을 받아 기존의 자신을 버리고 부활한다.
헐리우드 영웅 이야기가 따르는 철칙이다.
주인공은 하반신 마비로 설정되었으나...
이는 주인공이 기존의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공식대로 주인공은 그에게 주어진 소명에 응답하였고...
그러면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부활하게 된다.
그리고 예상대로 12세 관람가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다.
그런데 이게 해피엔딩이라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극장을 나서면서 어딘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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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족을 죽이는 것도 지구인이지만...
"나비"족을 살리는 영웅인 토르크 막토 역시 지구인...
이 영화는 지구인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다.
미국에는 부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엄 촘스키도 있다지만...
노엄 촘스키는 미국 정부를 비판할 뿐 미국 국민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시를 뽑은 주체가 결국 미국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시와 노엄 촘스키는 고도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인다.
거기에서 정작 얻어 맞은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이 짜고 치는 판세를 읽지 못하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미국 국민 입장에서는 부시와 노엄 촘스키는 모두 필요하다.
한쪽은 미국인의 이익을 실행시키고 다른 쪽은 미국인에게 면죄부를 준다.
미국에는 부시도 있지만 노엄 촘스키도 있다고 인식하는 것...
바로 그것으로 부시와 노엄 촘스키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말려드는 것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다.
"나비"족은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심지어 판도라 행성의 대지의 여신인 "에이다"는 나비족의 탈을 쓴 지구인을 선택했다.
그것 참...뭐가 되었든 자기들 좋을대로 만들어낸다.
약소한 집단에 눈높이를 맞춘다고 하면서도...
결국 그들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묘사하고...
그러기에 선심 쓰듯이 강대한 집단의 누군가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패턴.
인디펜던스 데이의 이야기를 좀 바꿔서 이런 패턴으로 만들어 보면...
외계인의 침략에 지구인은 속수무책으로 계속 당하기만 하다가...
일부 외계인이 지구인과 소통하면서 지구인의 편을 들게 되고...
그 일부 외계인이 대통령이 되고 전 지구인은 외계인 대통령의 인도에 따라...
외계인과 전쟁을 벌여 승리를 쟁취한다는 내용으로 꾸며진다면...
도대체 무슨 영화가 이따위냐고 거품 물 사람들 꽤 있지 않겠는가?
약자에게 눈높이는 맞추는 강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이런 한계가 있다.
약자 편을 드는 듯 하면서도 결국은 약자를 깔아 뭉겔 수 밖에 없는 한계.
그들의 여신들마저 자신들을 버리고 외부인을 선택했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참담한 사건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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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한계를 보이는 영화들은 꽤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한계를 보이는 영화
그냥 그럴러니 하고 봐 줘도 되는 익숙한 불편함이다.
그런 익숙한 불편함보다도 더욱 껄끄럽게 느껴지는 부분은...
"제이크 설리"가 자신을 완전히 부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불도우저의 카메라를 때려 부순 장본인이 "제이크 설리"임을 알아 차렸을 때...
인간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배신감이 들었겠는가?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인간들에게 총질을 하고 폭탄을 던지고...
배반자도 이런 배반자가 없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런 배반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영웅시 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죽고 새로운 존재로 부활해야 하는 당위성을 알겠는데...
마지막에 기존의 육체와도 완전히 결별하는 극단성은 영 껄끄럽다.
극단적인 과거와의 단절...
"제이크 설리"에게 이것이 과연 해피엔딩이겠는가?
그는 지구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히 부정했다.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과거를 포용할 여지를 완전히 끊었다.
지구인과 그는 공통분모가 없으며 그는 지구인과 화해 할 수 없다.
모든 길이 막혀 버린 철저한 자기부정.
이런 걸 해피엔딩이랍시고 봐 줘야 하나?
어딘지 억지스럽다.
그는 부활했지만 과거를 포용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지는 않았다.
다른 것에 눈은 떴지만 그는 그저 다른 존재가 되었을 뿐이다.
이상한 해피엔딩이다.
과거와 단절된 현재는 있을 수 없다.
"토르크 막토"가 된 "제이크 설리"가 지구인을 모두 추방한 것은 비극이다.
그는 그의 과거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리뷰를 보니 지구인의 행태는 자본주의 파괴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자본주의에 파괴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를 버릴 수는 없다.
자본주의 파괴성을 수용할 수 있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했다.
"제이크 설리"는 그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지 않았고...
그저 부정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비극이다.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얼라가 되었다.
극장을 나서면서 느껴졌던 불편함...
아마 그 불편함의 이유는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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