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 정보에는 "액션/공포"로 분류되어 있던데 그건 아니다 싶지만...
그렇다고 딱히 생각나는 카테고리도 없긴 하다.
영화 초반에 눈에 띄는 것, "어라 스파르타쿠스가 여기에 나오네"
배우도 그렇고 전체적인 느낌도 그렇고 웬지 미국 영화가 아닐 것 같았는데...
나중에 찾아 보니 호주 영화라고 한다.
천사에 대한 이야기는 정작 성서에는 그리 많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데...
유대교의 전승이나 기타 성경 외전에는 종종 천사들에 대한 언급이 있고...
신곡이나 밀락원 같은 소설등에는 많이 등장하는 듯...
우리 사회에서 한자성어를 언급하면 유식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 듯이...
서구 사회에서는 라틴어 몇 마디는 할 수 있어야 머리에 든 게 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신곡은 기본이 되는 라틴어 Text 중 하나인 듯.
그런 문화적 풍토에서 Fallen이나 가브리엘 같은 영화는 익숙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내게 이런 영화들은 뭔가 거리감이 있다.
--------------------------------------------------------------------------------------
인간이 사후 천국과 지옥을 가기 전에 잠시 머물러 간다는 연옥이라는 개념.
사실 연옥은 성경에 나오지도 않는 용어이고 개신교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연옥은 죽은 후에 잠시 머물며 생전의 죄를 씻을 수 있는 곳이기에...
살아 있을 때 죄를 저질러도 이를 피할 수 있다는 종교적 근거를 마련해 줬고...
중세 카톨릭이 부패하는데 어느 정도 일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연옥에서 인간들의 영혼을 차지하기 위해...
천사와 악마들이 인간의 몸을 받아 서로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
연옥이니 뭐니 하는 영화의 배경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뭐라고 떠들던 그 영화의 배경은 현실을 의미하고...
그 곳에서 인간의 몸을 가진 천사와 악마는 바로 내 자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설정은...
인간의 몸을 한 천사와 악마, 바로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
--------------------------------------------------------------------------------------
사무엘과 다른 타락천사와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악마들이 원하는 것은 통제권이다.
가브리엘이 처단하는 악마들 중 주요한 악마들은 Boss 행세를 하고 있다.
나에게 이 부분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읽힌다.
그들은 자신의 밑에 사람을 부리고 통제하려 한다.
사무엘은 그들을 파견한 악마들의 수장을 "군주"라고 칭한다.
가브리엘이 다른 천사들에게 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천사들은 연민과 사랑을 의미한다.
나에게 이 부분은 인간에게 주어진 지고지순한 가치로 읽힌다.
그들은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연옥은 인간의 내면상태를 암시하고 있다.
악마와 천사들이 같이 있으나 우세한 쪽은 악마들이다.
연옥으로 파견된 천사들은 자신을 꼭꼭 숨겨 놓는다. 왜 그랬을까?
가브리엘은 유리엘에게서 그 답을 듣는다. 공포 때문이다.
예전부터 많이 생각해 봤던 주제이다.
공포심은 내 눈을 멀게 하고 내 자신을 공포의 노예로 만든다.
공포심에 자신 안의 천사를 꽁꽁 가둬 놓는 유리엘은 바로 내 자신이다.
영화에서 연옥은 악마들이 득세한 세상이다.
현실에 치여 사는 사람들의 내면세계가 이렇지 않냐고 영화는 묻는다.
--------------------------------------------------------------------------------------
미카엘이 화한 사무엘이 추구하는 것은 천사나 악마와는 다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자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라는 가치를 악마와 같은 패거리에 놓기는 어렵다.
이 부분에서 왠지 이 영화는 미국영화답지 않다고 여겼는데 역시나 그랬다.
가브리엘이 미카엘에게 말한 그대로다.
미카엘은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 역시 또다른 속박에 지나지 않는 것.
내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스스로 절대적인 위치와 고귀함을 부여하고...
자신을 창조한 존재가 자신에게 걸어 놓은 속박을 끊어 보려고 하지만...
다 부질 없는 짓이다. 그것조차 창조주가 자신에게 걸어 놓은 장치에 불과할 뿐.
자본주의의 시발점을 따라가보면 신으로부터의 "자유"가 그 출발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성향이 골수처럼 박힌 미국 사회에서 "자유"는 절대적 가치로 대접받는다.
미국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결국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하던가?
내가 내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아무 것도 없다.
내 자신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된다고 나를 "자유"로운 존재로 선언 할 수 있는가?
내 자신의 존귀하고 위대한 것은 내 안에 깃든 신성 때문.
알고 보면 사실 내 자신은 없다.
난 철저하게 내 안에 있는 거대한 존재에게 예속되어 있는 상황.
공포심을 거두고 내 안에 있는 가브리엘과 유리엘의 존재를 찾아 일깨워야 한다.
--------------------------------------------------------------------------------------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인간으로 살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
가브리엘처럼 끊임없이 시험 받고 투쟁 하고 싸워야 한다.
그러나 천사가 느끼는 마지막 감정은 결국 추락이라는 가브리엘의 말.
결국 가브리엘은 자살을 택하고 만다.
자신에게 주어진 끝을 알아내는 것이 인생의 소명이고...
그러니 한계에 매번 부딪치며 그 한계를 돌파해 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만...
결국 자신이 끝이 있다면 그 끝에서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고...
바로 그 시점이 자신의 존재를 완성짓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가브리엘처럼 자살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느 한계에서 무너진다면 그것도 역시 내 자신의 일부로 덤덤하게 받아들이면 그만...
그냥 받아 들이고 계속 한계에 부딪치면 된다.
미련 곰탱이 같은 짓이지만 그게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
왠지 감독 자신은 미카엘의 편에 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자작 > 잡다한_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들로드 (0) | 2011.07.23 |
---|---|
인셉션 (0) | 2011.02.08 |
아바타 (스포일러) (0) | 2010.06.10 |
방자전 (스포일러) (0) | 2010.06.10 |
Fallen (스포일러)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