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연휴에 왠지 영화 한편은 봐야 할 것 같아서...
간만에 쿡TV에서 리스트를 살펴 보다가 유료 결재해 가면 보게 된 영화.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읽으리라는 전제하에 작성된 글.
고로 언제나 스포일러 가득이지만 이번에는 딱히 스포일러라 할 부분이 별로 없는 듯.
뭐...그래도 스포일러성 글임은 분명히 밝혀 둔다.
--------------------------------------------------------------------------
초반 "이게 뭐야?" 하는 느낌이였지만 꿈의 꿈이라는 것을 거의 바로 알아 차릴 수 있었다.
간만에 신선한 퍼즐 느낌의 영화를 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 잔뜩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
보다보니 난해해서 도통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난해함 속에 개연성을 찾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나에게 꿈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최고의 장면은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그 영화의 이야기나 출연배우들 얼굴조차도 다 잊어 먹었지만...
정말로 뜬금없는 "개꿈"을 묘사했던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였다.
그 장면은 정말 "개꿈"을 정확하게 찍어 놓은 사진 같은 느낌이였다
"인셉션"에 나오는 꿈은 개꿈이 아닌 특정 의도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꿈이다.
목표물이 꿈이라는 것을 절대 인식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현실적인 꿈.
그 현실적인 꿈(?)에서 개연성을 찾아 이해하려고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사실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설계자가 꿈꾸는 주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설계자와 실제 꿈을 꾸는 이가 다르다.
꿈이라는 주관적 세계를 설계자라는 외부의 중립적 존재가 장악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코브의 무의식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꿈의 무대는 코브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이여야 했고 그래서 설계자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설계자가 여성이였고 나는 파괴적인 멜과 반대입장에 선 어떤 것일 것이라 예상했다.
분명 그녀는 일종의 구원이였으나 미미했으며 설계자가 과연 필요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의 꿈을 여러 명의 공유하는 형태가 취하는데...
그 꿈에 나타나는 무의식은 방어 훈련을 받은 목표물과 코브 뿐이다.
다른 사람은 커녕 그 꿈을 꾸는 주체의 무의식조차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기라도 한건가?
약물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지만 꿈에서 죽게되면 가게 되는 꿈의 바닥.
그 꿈의 바닥이 누구의 바닥인지 도통 알지를 못하겠다.
사이토는 사이토의 바닥에 가 있어야지, 왜 코브의 바닥에 있는건가?
코브가 만난 늙은 사이토는 코브의 무의식에 있는 사이토의 그림자 뿐 아닌가?
암튼 따지고 생각할수록 나와 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에...
어차피 뜬금 없는 꿈일 뿐이데 이렇게 따지고 있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고...
꿈이라는 핑계로 자기 멋대로 만들어 사람 헷깔리게 하는 것도 거시기하고...
암튼 초반의 신선함이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워낙 익숙해져서 그런가?
남들은 어떻게 봤나 싶어서 리뷰들을 찾아 보니...
난해한 스토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이 대부분이고...
이 영화가 가지는 기본 전제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는 존재라는 기본 전제.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는 신념에 프로이드가 날린 핵펀치다.
상식처럼 알려진 이야기지만 여전히 나는 받아 들이기 쉽지 않다.
영화는 받아들이기 힘든 전제를 화려함으로 꾸민 일종의 당의정.
코브는 결국 꿈 속에서 무의식의 멜을 그림자라고 규정하는데...
그 대사를 듣는 순간 딱 "융"이 떠오르지 뭔가?
이건 십중팔구 영화가 융의 영향을 받았다는 강력한 혐의.
아마 곳곳에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장치가 깔려 있을 듯.
아무튼 뭔가 신선하고 현란해 보이는데...
2% 부족한 뭔가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도대체 나더라 어쩌라는 건지 와 닿지가 않는다.
감독님이 "융" 심리학 공부한 거 칭찬이라도 해 드려야 하나?
'자작 > 잡다한_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d Riding Hood (스포일러) (0) | 2011.08.23 |
---|---|
누들로드 (0) | 2011.07.23 |
영화 가브리엘 (스포일러) (0) | 2010.08.06 |
아바타 (스포일러) (0) | 2010.06.10 |
방자전 (스포일러)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