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락락

2010. 12. 19. 16:53

부활이 희야로 한창 뜨던 시기...
당시에 난 당시 음악에 그리 큰 관심도 없었고...
김태원이라는 이름도 한참 뒤에나 알았다.

사실 그 시절 나에게 최고의 밴드는 시나위나 부활인 아닌...
"들국화"로 기억되지만 드라마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김태원과 들국화와 멤버들과는 교류가 없었던 모양.

삼대 기타리스트라고들 말하지만...
드라마에 나온대로 기타는 신대철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대중(?)의 눈이 잉베이에 맞춰지면서 그런 수사는 무의미해져 버렸다.

사실 난 김태원을 기타리스트로는 그리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태윤이 방송에서 김태원에게 너무 연습을 안한다는 말에...
난 사실 동감이 갔다. 너무 날로 드신다는 느낌.

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김태원의 언변을 들으면서...
이 양반 참...뻥이 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드라마를 보니 손발 오글거리게 뻥을 쳐 놓았다는 느낌.

뭐...드라마의 오글거림을 떠나서...

김태원은 뭐랄까 그 양반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있다고 해야 하나?
테크닉을 떠나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만의 음악이 있다.
거기에서 테크닉은 그야말로 거들 뿐...

테크닉 면에서 내가 아는 한 국내 최고는 조필성인데...
이 양반 기타 치는거 보면 "뜨아~" 하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뭐?"라는 느낌도 같이 받는다.

김태원은 자신을 롹커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름이 뭐가 되었던 그는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김태원 고유의 감성과 이야기를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음악.

어떠한 분야이든 이건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류는 사람들에게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졌다.
삼류는 남의 것을 자신의 이야기인양 행세할 뿐...

인생도 마찬가지...
신 앞에서 섰을 때 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남의 것을 내 것인양 풀어 놓는 거짓을 신 앞에서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암튼...방송사에서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결코 잘 만들었다 할 수는 없지만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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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이야기를 하니 생각 나는데...

잉베이가 한창 날리던 시절,
그는 듣도 보도 못한 테크닉으로 다른 기타리스트을 거의 바보로 만들었지만...
바로 그 테크닉이 잉베이를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한 듯 하다.

그는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줬지만...
그래서 뭐? 듣고 있는 나한테 어쩌라고?
잉베이는 그 다음을 제시하지 못했고 계속 그 단계에 머물렀다.

잉베이 이후 테크닉적으로 더욱 진일보한 사람들이 출현하면서...
그 다음을 보여주지 못한 잉베이는 거기에서 그냥 석화되어 딱딱하게 죽어갔다.

내가 아는 한 테크니션으로 최고는 조 새트리아니.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꼭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모든 곡이 깔끔 그 자체, 테크닉은 이럴 때 이렇게 쓰는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나한테 우짜라고?"는 여전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와! 너 잘한다"는 칭찬 뿐...
그런데 너 그거 잘하는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에게 테크닉은 필요하지만...
하지만 테크닉이 결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잉베이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만 셈이 되어버렸다.

헤라클라스는 사자를 때려 잡아 그 가죽으로 옷을 해 입지만...
결국 그 옷에 바른 독에 중독되어 죽음에 이른다.
영웅은 바로 영웅적 업적 때문에 죽음에 이른 것.

예전의 장점이 언젠가는 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잉베이는 속주로 흥했지만 결국 속주 때문에 망했고...
소니는 아날로그 기술로 흥했지만 결국 거기에 발목 잡혔다.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해서 어떤 것을 이루어 놓았든...
그것은 과거이고 흘러간 옛 것.
언제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과거의 것이 내 이야기를 완성하는데 발목을 잡는다.
어제를 Copy&Paste하여 오늘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다.
내 이야기는 죽기 전까지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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