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2013. 11. 7. 11:54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했다가 흘리고 온 것 다시 주워 옴.

작성 시기는 2009년 4월,

지난 대선 20대의 현 정권 기여도를 볼 때 책 내용은 여전히 유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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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석훈,박권일
출판사는 레디앙
  
저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으나 갸우뚱한 느낌이 드는 책
  
이 책에서 전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내가 접수한대로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대내 경쟁을 넘어 세대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승자독식을 내면화 한 현재의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결집하지 않고 각자 플레이를 펼치면서 이런 상황이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지금의 10대가 20대가 되는 시점에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식경제로 재편되어야 희망이 있고 지금의 10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지식 경제 1세대로 나서지 못하면 지금의 20대가 처한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 한다. 이들에게 경제적 완충장치를 만들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사회적 토대를 만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기성세대가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책은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읽어 나가기에는 재미있다. 하지만 똘똘이 스머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외국 사례 나열이 태반이고 게임이론을 들먹이며 표준경제학 운운하며 각종 경제학 용어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잘난 체하면서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싶다. 뭐 똑똑한 사람이 똑똑한 티 내는거야 사실 괜찮다. 사실 읽으면서 내내 거슬렸던 건 깐죽거리는 듯한 느낌이였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세대라는 개념으로 이런 담론까지 펼치는 것은 사실 위험하다. 저자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듯 했고 이에 책에서도 나름대로 방어막을 치기는 했으나 결국 그의 세대담론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세대간 경쟁이라는 저자의 진단은 현재 대한민국의 주류로 행사하고 있는 386세대와 그 외의 세대간의 대결구도로 읽혀질 수도 있으며 신문 지상을 보면 은연중 그런 암시를 깔고 있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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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깐죽거린다는 느낌은 순전히 내 느낌일 뿐이고 저자가 지적한 세대간 경쟁의 구도는 내 개인적인 경우를 볼 때 어느 정도는 들어 맞는다. 나는 1998년 IMF 원년에 그야말로 운 좋게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하고 신입사원 소개식이 있기 바로 직전 신입사원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할 정도로 분위기는 살벌했다. 그리고 입사자는 거의 없었고 퇴직자 환송 회식이 한달이 멀다하고 열렸다. 이후 벤처 붐이 불고 한참 뒤에 입사자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까지가 이 책에서 말하는 386세대와 X세대를 통칭하는 전두환세대로 IMF 전의 호황과 그 이후 벤처창업붐으로 사회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세대들이다.
  
그 이후 회사에서는 입사하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팀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막내도 33세이다. IMF 직후 회사에 남았었던 30대 초반 직원에게는 프로젝트 리더나 팀장에 준하는 역이 돌아갔으며 그 구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인력구조상 33세의 우리팀 막내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할 수 있으며 좀 더 상위의 일을 하려고 해도 위로 선배들이 줄줄이라 기회를 잡기 어렵다.
  
물론 IMF 직후 선배들도 떠나고 후배들도 없는 상황에서 적은 인원으로 나쁜 경기 속에 악전고투하며 일을 해내야 했던 것도 고달픈 일인 것은 분명했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나에게는 더 큰 일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새벽 퇴근도 예사였고 크리스마스 등의 명절은 거의 남의 일처럼 여겨졌으나 그건 나에게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던 기회였다.


그 이후 상황이 안정된 뒤 입사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의 의사결정은 기존 인원들이 행했으며 선배들에 비해 편안한 회사 생활을 한다는 좋은 점도 있을 수 있겠으나 상대적으로 능력을 선 보일 기회 자체가 적은 하위직급에게 좋은 평가가 돌아가지 못해 매년 대리진급에서 누락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파트의 20대 신입사원은 스펙이 기존 사원들보다 훨씬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장이나 과장 진급자에게 밀려 아랫세대인 대리진급자들이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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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경쟁 양상은 분명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이것으로 세대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분명 저자는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집필하지는 않았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런 빌미를 줄 거리는 널리고 널렸다.


그나마 내가 회사에서 볼 수 있는 20대는 그 세대의 승자독식 경쟁에서는 나름대로 승리자에 속한 측에 든다. 나머지 20대는 평균적으로 88만원 임금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 몰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된다면 20대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쉬운 방법으로 적을 찾게 될 것이고 내셔널리즘이 원래 팽배했던 한국사회가 파시즘의 문턱을 넘게 될 것이란 지적이였다.


새롭게 사회에 나오는 젊은이들이 점점 보수성향을 띄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은 승자독식을 내면화 하여 학생회가 운영하는 식당 대신 학내에 스타벅스를 들여 놓는 것을 허용했지만 결국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희망이 없고 그렇다고 그들 세대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뭉치지도 못한다면 그들 부모 세대들인 50대가 수혜를 입었던 박정희 시절을 좋게 평가하는 것이 당연할 듯 하다. 방송에서는 다문화 사회를 말하고 있지만 외국인 혐오증이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누가 되었든 자신들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준다면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책의 저자마저도 20대가 지식경제 1세대가 되는 것은 포기하고 지금의 10대가 지식경제 1세대가 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20대에게 경제적 완충지대를 조성하자고 말하고 있을만큼 지금의 20대는 암울해 보인다. 이 책이 씌여진 것은 지난 노무현 정권 때이다. 현 정권은 이들 20대에게 완충지대를 제공하는데 얼마마큼 사회적 협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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