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방송된 내용이지만 암튼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임.
글을 올리는 이 날 저녁에 방영하는 마지막 회를 보지 않고 쓰는 리뷰이기는 하나 ,
마지막 회를 본다고 해도 리뷰 내용은 그리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뭐 보고 나서 수정한다고 한들 누가 문제 삼겠는가...)
앞으로 살면서 꽤 기억에 남을 드라마 중 하나가 될 듯하다.
묵직하고 주옥 같은 대사들이 많았으나 남발한 점이 아쉽고,
반전의 묘미는 있었으나 이것 역시 남발하여 현기증이 난 점이 아쉽고,
이리저리 아쉬움은 많지만 그럼에도 눈을 때지 못했던 드라마.
삼성과 현대를 합쳐 놓은 듯한 대한민국 대표 재벌의 주인자리를 놓고,
우리가 겪어 온 살아 있는 경제사를 배경으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 욕망의 실현에 나서며,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고 폭력과 살인까지도 동원되는 살벌한 무대가 펼쳐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무대에서 선악이나 도덕율, 로맨스 따위는 설 자리가 없다.
화면은 밋밋하고 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킹 왕짱 막장이라 할만큼 자극적이다.
드라마를 통해서 복기 해 본 우리의 경제사는 그 자체가 자극적이였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막장틱 할 수 있음을 알려 준 드라마.
--------------------------------------------------------------------------------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혼란스러웠지만,
주요 등장 인물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초지일관 고수한다.
극 중 내내 등장 인물들은 이 점에 대해서는 태산과 같이 진중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는 따위의 변덕은 전혀 없었다.
장태주가 원하는 것은 시종일관 분명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주인인 세상에서 설희와 살기를 원했다.
그 목표는 드라마 내내 초지일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최서윤도 그녀의 목표를 바꾼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아버지를 지키는 것이였다.
성진그룹과 가족을 지키기는 것은 그 소원의 연장선에 불과한 것.
그녀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취하고자 했던 것은 힘이었다.
최민재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초반에 이미 소중한 동생과 아내를 잃어 버린 상황에서,
그가 원한 것은 잃어 버린 것에 대한 반대급부와 복수.
그 댓가로 그는 최동성 회장의 자리를 시종일관 원한다.
중반에 중도 탈락(?)한 한정희 역시 마찬가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남편의 복수와 그의 아들에 대한 성공.
27년의 세월동안 세월동안 남편 원수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그 목표를 변경한 적이 없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의 태도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릇의 크기와 능력이 다를 뿐 원하는 것을 결코 바꾸지 않는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면에 대해서는 모두 다 챔피언감이다.
달라지는 것은 외부에 의한 상황 변동과 이에 따른 이해 관계가 변할 뿐.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표를 결코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지독한 사람들끼리 같은 링에서 같은 목표를 두고 싸움이 벌어진다.
결코 포기를 모르는 초지일관의 화신들끼리 벌이는 싸움이다.
역습에 역습이 거듭되고 서로의 꼬리가 물고 물리는 싸움이 벌이진다.
"설득은 말로 하는게 아닙니다. 힘으로 하는 겁니다"
장태주가 믿고 있는 이 말은 그 싸움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상식이다.
그 힘은 결국 성진그룹 회장이라는 단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들은 욕망을 실현시켜 줄 유일한 자리를 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이 싸움에서 장태주와 최서윤은 서로 극단의 입장을 취한다.
남자는 하층민 출신이지만 여자는 상류층 출신이다.
남자는 바꾸려고 하고 여자는 지키려 한다.
남자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여자는 아버지를 계승하려 한다.
그러나 이 싸움에 낀 그 어느 누구도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이 글은 마지막회를 안 보고 씌여졌다)
장태주가 핏발 선 눈으로 철거민 강제 진압을 지시하는 순간,
그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되었고 더 이상 장봉호의 아들이 아니게 되었다.
장봉호의 아들로서 세상의 주인이 되어 설희와 같이 살기를 원했으나,
상황에 떠밀려 내린 자기 부정적 결정으로 인해 설희가 떠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최서윤 역시 그녀의 목표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은 마지막회를 안 보고 씌여졌다)
그녀는 애당초 치매와 죽음으로부터 아버지를 구할 수 없었고,
아버지의 연장선인 가족을 지키고 힘을 취해 나갔으나,
그녀가 힘을 취할수록 가족들을 아침 밥상을 하나 둘 떠나 갈 뿐이었다.
(아마 성진그룹을 지켜 내지 못할 것이고, 지켜낸다 한들 실절적인 경영권 상실일 듯)
최민재는 잃어 버린 것한 반발로 주인이 되고자 하였으나,
그가 그럴수록 동생, 아내, 친구, 아버지를 차례로 잃어 가기만 한다.
한정희는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을 성진그룹의 주인으로 만들기는커녕,
결과적으로 아들을 감옥에 보낸 후 치매에 걸려 영영 아들을 잃어 버린다.
그들은 일관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였으나,
결국은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였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목적을 모두 상실한 이후에도,
그들은 성진그룹 회장이 되기 위해 자신을 불사른다.
그야말로 애초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다 잃고 껍데기만 남은 상황.
그럼에도 제국의 황제가 되기 위해 그들은 처절한 다툼을 한다.
애초의 목표는 사라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목표가 된 상황.
그야말로 그들은 황금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마치 골룸처럼 말이다.
성진그룹의 총수 자리는 일종의 절대 반지와도 같다.
모든 이들이 가지기를 원하는 것이지만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절대 반지는 그것을 탐하는 모든 이들을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스미골이 골룸으로 화했듯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 길을 따라간다.
"니벨룽겐의 노래"나 "반지의 제왕"에서 본 이미지가 드라마에서 반복된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을 다 잃어 간다.
결국 그들은 혼자 남지만 좀비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욕망을 향해 치달아 간다.
다들 골룸이 되어 절대 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허망한 싸움을 벌일 뿐이다.
장태주는 이미 뭘해도 실패,
최서윤은 뭘 하면 할수록 실패,
최민재는 이미 예전에 실패.
마지막 순간 성진그룹의 총수가 누가 되든 그건 전혀 중요치 않다.
이것이 내가 읽어 낸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내가 반응을 보여할 순서.
어이~ 작가양반~ 우선 한대 맞자!
--------------------------------------------------------------------------------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이미는 작가가 괘씸하다.
면전에서 아구창에 죽탱이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
작가가 좋은 재주로 깐죽대면서 나를 약 올리고 있는 거다.
때려 달라는데 안 때려주면 섭섭하지 않겠는가?
장태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인간의 전형이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세상과 맞선다.
그는 노예의 삶을 거부하고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당당히 세상과 맞선다.
나는 이러한 장태주의 모습에 가슴 떨렸고 열광했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캐릭터다.
신들과 맞서며 고향인 이타카 섬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오디세우스가 그랬다.
쪽배를 저어가며 바다로 나아가는 캐러비언 해적의 잭스패로우 선장이 그랬다.
상어떼들에게 맞서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노인과 바다"가 그랬다.
그러나 드라마의 작가는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실패한 존재로 그려 놓는다.
동일한 캐릭터에서 어떤 이는 세상에 당당히 맞서는 인간의 숭고함을 보지만,
어떤 이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껍데기만 남은 좀비 같은 골룸을 본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고 했다. 이건 작가가 골룸인거다.
두 눈에 핏발이 서 장관 내정자를 칼로 살해하고,
그 찰나의 순간 설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울 생각을 했던 그 순간부터,
매력적인 캐릭터인 장태주의 실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작가는 애초부터 장태주를 실패한 존재로 만들 생각이였다.
그 이후 장태주가 실패할 것이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할 일이다.
빼도 박도 못하게 장태주의 실패를 공표한 것은 22회 마지막 장면.
상황에 몰린 장태주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골룸으로 변하는 순간이였다.
결국 그도 상황을 이용하지 못하고 상황에 함몰되면서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노인과 바다"에서 고생하여 귀항한 노인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할 작정이였던 거다.
"푸하하~ 꼴랑 대가리 가져 왔어? 내가 뭐랬냐. 안 될거랬잖아 ㅋㅋㅋ"
항구의 목 좋은 카페에 앉아 소다수 한 잔 하며 이렇게 비아냥 댈 작정인 거다.
이런 놈에게 죽탱이를 날리지 않는다면 그게 사람인가?
어쩌면 작가는 죽탱이를 날리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절대 반지를 낀 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동영상 보여 주면서,
내 앞에서 절대 반지를 살랑 살랑 흔들어 대는 꼴이다.
이런 넘에게는 싸다구 날려주고 당당하게 반지를 끼어야 하지 않겠나?
--------------------------------------------------------------------------------
사족:
마지막 회를 보지 않았음에도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실패가 확정이기 때문이다.
설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장면부터 태주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강제진압 피해자의 죽음을 확정함으로써 혹시나 하던 기대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실패한 주인공...패잔 처리는 어떻게 해 주시려나.
어찌 되었든 3명 모두 실패한다는 것에 난 한표 던진다.
태주가 감옥에서 출소하여 다시 재 출발하는 모습으로 끝났으면...
그나마 제일 상투적이면서도 무난한 결말이 될 듯 하다.
설마 "니벨룽겐의 노래"처럼 다 죽여 버리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러면 정말 작가 미워할꺼야.
--------------------------------------------------------------------------------
사족2:
마지막 회를 봤다.
설희를 감옥에 보내라던 유혹을 태주가 이겨내던 장면은 짜릿짜릿,
그냥 감옥 가고 그 후 망망대해로 다시 노 저어가는 태주를 보여주면 좋았으련만,
당당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형벌을 가하는 마지막 모습은...쩝...
실패했다고 죽여버리는 건 갇힌 섬에서 사는 우리의 한계를 보는 듯 했다.
마지막까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성진그룹 회장 이 후 뭘 할 것인지 답 하지 못했던 민재는,
모든 것을 잃은 후 자신의 비젼 없이 그저 욕망을 쫓고자 했던 인물.
그는 이미 실패했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욕망의 노예로 살아갈 것임으로 보이며 끝이 난다.
서윤이는 성진그룹을 지켜냈지만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는다.
자신의 동생이라는 성재를 구하기는 했으나 그건 "거짓말"
결과적으로 자신의 윗선은 모두 다 쳐내고 자신이 군림할 동생만을 남겼다.
서윤이는 자신의 부친이 그러했듯이 동생 성재를 마부로 부려 먹을 것이다.
'자작 > 잡다한_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앨리시움 (0) | 2013.10.27 |
---|---|
[영화리뷰] 관상 (0) | 2013.09.23 |
라이프 오브 파이 (스포일러) (0) | 2013.08.04 |
출생의 비밀...아쉽다... (0) | 2013.07.02 |
출생의 비밀 (0) | 2013.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