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쿡TV 유료 결재로 토요일 주말 밤에 보게 된 영화.
언제나 그렇듯이 내용 다 까발기는 스포일러임.
영화 보신 분이나 영영 보지 않으실 분만 이하 내용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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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전작인 "디스트릭터 9"을 인상 깊게 봤고,
거기에 맷데이먼, 조디포스터 출연이라니 안 볼 수 없는 캐스팅.
내심 기대를 하며 선뜻 결재창의 비번을 눌렀는데...
으으음....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라지만...
영화는 현 시점의 현실을 반영하여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감독이 애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미국의 현실이 반영되면서...
초기 구상이 변형되고 뭔가 다른 것들이 들러 붙은 듯한 느낌.

 

유화적인 색깔의 1인자인 유색인종 대통령과,
강경하고 보수적인 2인자 백인 권력자의 대립.
중병을 앓고 있는 딸을 둔 히스패닉 여성인 "프레야".
병 치료를 위해 엘리시움에 가기 원하는 사람들.

 

이건 뭐...
너무나도 노골적이지 않은가...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오바마 정부의 Health Care에 대한 홍보물이라는 생각.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미국 정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이 변형되면서,
자연스럽지 않고 억지스러운 이야기 흐름이 된 듯 하다.
할리우드 입성으로 인해 뭔가 버려야 하는 부분도 있었던 듯.

 

이름값에 비해 너무 일찍 죽어 주시는 조디 포스터...
단순히 출연료가 필요해서 이 영화에 나와 주셨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그녀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배역을 맡을 리 없잖아.

 

"디스트릭트 9"도 지극히 정치적인 색을 띄고 있었는데,
감독은 그걸 기발한 발상과 배경에서 괜찮은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노골적인 정치적 색깔을 보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재주도 있었다.

 

그런데, 앨리시움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
뭔가 던질락 말락 하다가 대충 마무리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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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시움과 지구의 존재는,
상류사회와 하층민을 비유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은 다르게 읽힌다.

 

앨리시움은 서구 사회가 말하는 전통적인 천국이다.
하늘에 거하며 아름다운 정원이 꾸며져 있고 무병불사 하는 곳.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나 북유럽 신화의 아스가르드 같은 곳.
그 곳의 사람들은 흡사 신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앨리시움에 거하는 이들과 다르게,
질병에 시달리며 결국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존재들이며,
주인공이 그러하듯 노동의 멍애를 짊어 지고 살아간다.
지구에 땅을 딛고 사는 존재인 인간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천상 낙원에 대한 꿈을...
인간이 구현한다면 아마도 엘리시움 같은 모습일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런 상상에 난 눈길이 갔고...
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던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내용이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매력적인 배경을 만들어 놓았음에도,
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주인공의 장렬한 희생으로 건강보험의 문을 연 것이 끝.

 

화면의 질감은 "디스트릭트 9"과 매우 닮았다.
감독은 따가운 햇살이 느껴지는 야외 장면을 선호하는 듯.
그리고 사지가 찢어지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먼지 풀풀 나는 황토 느낌도 비슷 비슷.

 

극 중 사이보그는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을 생각나게 만든다.
"디스트릭트 9"의 주인공을 악역으로 넣어 놓은 것도 인상적.
보는 내내 "디스트릭트 9"이 계속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멧데이먼과 조디포스터의 이름값이 좀 아쉬워지는 대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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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상상력이였는데...
너무 현실에 바탕을 둔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다 보니...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다른 이야기는 보따리를 풀지 못한 느낌.

 

다음 영화에서는...
감독이 통찰하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른 형식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그에게는 뭔가 못다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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