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동안 동네 극장 가서 본 영화.
이번 리뷰에는 구체적인 스포일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논할 수 있을만큼 뻔한 영화라는 반증이기도 한다.
요즘 개인적인 문제로 바깥 외출이 쉽지 않은 상태임에도 정말 큰 맘 먹고 간 극장행.
무슨 영화를 보는 것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자체가 내 관심사였던 나들이.
때마침 "관상"이란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본다길래 그냥 그것으로 선택.
극장에 도착해서 보니 "관상" 포스터가 눈에 띈다.
주요 등장인물로 보이는 배우들의 얼굴을 아주 크게 찍어 놓은 사진.
사진이라기 보다는 흡사 초상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포스터였다.
마침 카메라에 대한 생각이 많던 때라 인물 사진으로 꾸며 놓은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눈,코,입에 초점이 맞춰진 사진.
하지만 극단적인 아웃포커싱 효과로 그 외에 모든 것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눈, 코, 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가 흐릿하게 보일 뿐.
귀의 모양이나 얼굴의 외곽선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포스터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듯한 영화다.
얼굴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정작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인물 사진으로 도배된 포스터.
관상을 보려고 했으나 정작 관상을 볼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뭐...뻔하디 뻔한 영화처럼 보였는데...
역시나 영화를 보는 내내 뻔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이렇게 뻔한 영화인데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볼 영화가 없나 보다.
어쨌든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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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버지 서재에 관상에 대한 책이 몇 권 꽃혀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관상을 통해서라도 사람을 파악하고자 하던 필요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하라는 공부는 잘 안하고 딴 책만 열심히 보던 내가 그 책을 안 볼 리 없었고,
책 좀 보고 친구들 얼굴과 비교하는 것이 딴에는 재미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얼치기 관상쟁이 노릇을 조금 하기는 했는데,
약간의 경험을 쌓은 후 당시 내린 결론은 관상은 그리 신뢰 할 수 없다는 것.
설령, 관상 그 자체가 실체가 있는 정합성을 가진 것이라 해도,
보는 이의 실력에 따라 천양지차의 해석을 하게 될 것이 뻔했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사회에서 특정 인종이 지배자 노릇을 하는 시절에는,
얼굴의 특징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인종에 따른 귀천을 논하는 것이 유효했을지 모른다.
관상이란 내 생각에는 일종의 우생학적인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인데,
이걸 지금도 추종한다는 것은 일종의 시대착오적인 접근이 아닐까 싶다.
설령 관상이란 것이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는 논리 체계라고 해도,
관상의 해석에는 반드시 시대에 대한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
구닥다리 학문(?)을 붙들고 있는 관상쟁이들이 이 시대를 해석할 역량이 있을까?
현직 관상쟁이들의 대부분은 다 구라쟁이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듯.
뭐...영화의 포스터는 이미 그런 부분을 말하고 있긴 하더라.
관상을 공부하느니 역사를 배우고 이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공부하는 것이 더 유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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