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동안 드라마 보는 재미가 영 없었는데...
1회를 보자마자 그냥 퐁당 빠져버렸다.
간만에 본방 사수를 하게 된 드라마.
주중 활력소가 되지 못하는 주말 드라마라는 것이 좀 아쉽다.
작가가 종교를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불교의 윤회 사상이 기저에 있다.
"선녀와 나뭇꾼", "바보 온달" 등의 이미지도 깔려 있어...
현대극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설화 같은 환타지 느낌이 든다.
-------------------------------------------------------------------
주인공 정이현은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물.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집에서 잠을 청하는데...
눈을 떠보니 서울 길바닥에 누워 있고 시간은 10년이 흘러간 상태다.
하룻밤 사이에 고딩에서 20대 후반의 여인이 된 것.
쿵....이 드라마 대체 뭐야...
"출생의 비밀"이란 제목의 의미가 이런 것이였어?
작가에게 뒷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
여지껏 이런 아이디어의 드라마는 본 적이 없다.
간만에 드라마에서 느끼는 짜릿함.
1회 이 장면에서 그냥 퐁당 빠져 든다.
그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
개콘이고 뭐고 그냥 본방 사수.
-------------------------------------------------------------------
생부에게 등록금을 구걸(?)해야 했던 가난한 소녀가장이...
하룻밤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재벌가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행방불명이고 자신의 절친은 올케가 되어 있다.
주변의 인물들 또한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다른 관계가 되어 있는 것.
이 정도면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주인공 정이현은 현생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재탄생을 한 것.
잃어 버린 시간 동안 정이현은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시 살아가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현생에서 윤회를 구현한 거다.
정이현의 또 다른 이름은 윤회에서 점 하나를 뺀 윤희...
작가의 노골적인 장난질로 보인다.
보통 윤회를 다루는 이야기는...
주변 인물과 주인공 자신은 이전 생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오로지 관객에게만 이전 생의 비밀이 공개되어 있으며...
극 중에서 관객은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접한다.
이 드라마는 이런 시점을 전복시킨다.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은 모두 주인공의 과거 비밀을 알고 있다.
오로지 주인공과 관객만 그 비밀을 모른다.
이거 짜릿하고 신선하지 않은가?
그냥 눈을 떠 보니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신이 이전에 도대체 뭐였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이현이 느꼈을 그 황당함은 사실은 모두에게 다 마찬가지다.
여러분들도 그저 눈 떠보니 존재하고 있었을 뿐 아닌가?
-------------------------------------------------------------------
날아가는 화살은 누가 자신을 쏘았는지 모른다.
어디로 날아가는지, 무엇을 맞춰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디에 박히든 그 책임은 화살에게는 없다.
그 책임은 오로지 화살을 쏜 궁수에게 있을 뿐.
나는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쏘아진 화살.
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내 삶의 의지나 지향점은 내 자신에게 없다.
오로지 그것은 나를 쏜 궁수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을 뿐.
정이현이란 화살은 궁수가 쏘아 올렸으나...
날아가면서 정이현은 그 자신이 자신을 다시 쏘아 올렸다.
정이현은 자신이 화살이면서 궁수가 되었다.
그래서 정이현은 자신이 쏜 궁수의 의도를 되짚어 볼 수 밖에 없다.
"출생의 비밀"이란 제목은 일종의 낚시고 사실은 "존재의 비밀"이다.
화살의 입장에서 궁수의 존재는 "출생의 비밀"이다.
궁수의 입장에서 정이현이란 화살은 불량품이며 신성 모독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짜릿하게 느껴진다.
그래...
화살이라면 저래야 하는 거다...
스스로 궁수가 되어야 하는거다.
-------------------------------------------------------------------
PS 1 :
청주에서 몇 년 살아 봐서 그런가 . . .
드라마에 나오는 육거리 시장과 무심천 강변의 풍경이 익숙하다.
단, 거기 사람들은 유준상처럼 그렇게 "~유"를 남발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말이 꽤 빠르다.
PS 2 :
성유리가 저렇게 이뻤나?
나이 들더니 더 이뻐지네.
PS 3 :
뼈 속까지 그냥 나쁘기만 한 악역이 이 드라마에는 있을라나?
그냥 나쁘기만한 악역은 작가 입장에서는 편안한 장치겠으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재미 없던데.
'자작 > 잡다한_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프 오브 파이 (스포일러) (0) | 2013.08.04 |
---|---|
출생의 비밀...아쉽다... (0) | 2013.07.02 |
[리뷰] 클라우드 아틀라스 (0) | 2013.03.05 |
탑밴드2 16강전 (0) | 2012.07.01 |
[영화 리뷰] 은교 (스포일러) (1) | 2012.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