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전설적인 "황금가지" 일독...
2007년 1월 달 즈음에 "황금가지"와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주문...
구텐베르크 은하계는 한 달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보다가...
내 내공으로 감당할 글이 아니기에 집어 치우고...
황금가지는 11월 21일이 되어서야 겨우 일독...
내 평생 "수학의 정석"과 더불어 읽기 힘들었던 책 중 하나...
책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 읽기에 좀 길고 지루하다.
결국 지루해서 뛰어 넘어 본 것도 종종 되고...
100% 다 읽어 봤다고 할 수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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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판본이 3가지 정도 있는데...
우선 첫번째 판본은 13권 짜리...
일반인이 읽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는지...
저자인 프레이져가 이를 2권짜리로 줄인 것...
이게 두번째 판본이고 멕밀런판이라도 불린다.
13권 짜리에서 언급되었던...
기독교에 대한 거시기한 내용은 뺐다고 한다.
세번째 판본은 더욱 간략해진 1권짜리...
이건 내가 알기에 프레이져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판본으로...
1권이지만 멕밀런판에서 빠졌던 민감한 내용들이 언급...
국내에서 한겨레 출판사가 번역서를 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내가 설마 13권짜리를 택했겠는가?
읽고 싶어도 이 판본에 대한 번역서가 없는 상황...
을유출판서의 멕밀런판을 선택했다.
길어야 4-5개월이면 읽겠지 했는데 거의 1년이 걸릴 줄이야...
읽다 지쳐서 띄엄 띄엄 읽어 나갔는데도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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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을 2권으로 압축한 걸 봤는데...
아마도 능력있는 사람이 압축하자고 맘 먹으면...
A4로 한 두 페이지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프레이져 이 노인네...너무 소심하다.
조심스럽게 "A가 아닐까?" 하고 던져 놓은 다음...
"A가 말이야 지구촌 여기 저기 발견되더라고.
중국에서 어쩌고....
아프리카 어디에서 어쩌고...
호주 원주민들은 어쩌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어쩌고...
어디에서 어쩌고...
저기에서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
이렇게 예증을 한껏 늘어뜨려 놓아서 사람을 질리게 만든 뒤에...
"그래...그러니까....A가 맞지?"
하면서 슬그머니 일반화를 시켜 놓고 한 장을 넘어간다..
그 다음 장을 넘어가면...
"A라고 했으니까...그렇다면.....!!!"
"......"
"B가 아닐까"
머야 이거 -_-;;;
이 후 똑같은 패턴 반복...
이런 짓을 800페이지에 걸친 책 두 권에서 계속 반복하고 있더라.
프레이져는 주술과 종교에 대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했지만...
영국인답게 철저히 귀납법으로 일관했으며...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논리로만 상대하여 반격을 가하자면 빈틈이 수도 없이 많아 보였다.
요즘 논술 한다고 논리를 배우는 고딩들에게...
이거 보고 비판하라 그러면 비판꺼리가 아마 널렸을 것이다.
분명히 누군가는 신랄하게 비판하였을 법한 그의 저작...
하지만...
어차피 주술과 신화에 대해 합리적이란 것을 갖다 댈 수 있겠는가?
그 과정이야 어떻든...
황금가지에서 프레이져가 나에게 보여줬던 것은...
인간에 대한 프레이져의 통찰이였다.
19세기 사람인 프레이져의 통찰이...
21세기 사람인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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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져는 19세기 사람답게...
진화론을 기본 전제로 깔아 놓고 주술과 신화를 비교 분석한다.
주술과 신화에 진화론이 뭔말이냐 싶겠지만...
프레이져는 저작을 통해서 "주술 -> 종교 -> 과학 -> ?" 의 단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여러 학자들이 여기에 딴지를 걸기는 하지만...
그들의 태도 역시 진화론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오십보 백보로 보인다.
미개인과 문명인에 대해 차등을 두는....
진화론에 근거한 그의 태도가 읽는 내내 거슬리기는 하지만...
19세기 영국인이 그런 태도를 가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진화론에 입각한 그의 태도가 어떻든 간에...
시대와 관련 없이 인간은 본질적인 면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프레이져는 그의 놀라운 통찰력으로 분명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주술을 엉터리라고 매도하지 않고...
주술을 그 당시 사람들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했으며...
그렇게 얻은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석을 시도한 프레이져.
그런 과정을 통해서...
책의 초반에서 "과학과 주술은 이복형제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을..
꽤 명쾌하고 무리없이 설명해 낸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프레이져의 통찰력에....
"으음" 하는 신음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
여러 신화와 주술을 접하면서....
프레이져는 인간의 벌거벗은 모습을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듯 하다.
대단히 냉철한 시선이 없었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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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져의 저작을 읽어 나가다 보면...
인간이 너무나도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이 거듭 확인된다.
초자연적인 신이란 존재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도 작고 초라한 존재인듯 하지만...
막상 그 껍질을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인간은 그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신을 대접했던 존재들.
인간이 신을 만들었냐, 신이 인간을 만들었냐는 논쟁...
프레이져의 저작을 잘못 읽으면...
인간이 신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손을 들어주기 쉬우나...
인간 자신이 인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간과 신을 나누어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프레이져는 신이라는 이름 앞에서조차...
극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뭐라..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잔잔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사냥으로 먹고 사는 종족은...
사냥감을 신으로 떠받들어 모시고...
농사로 먹고 사는 종족은...
곡물을 신으로 떠받들어 모신다.
농경문화의 신화에 대한 프레이져의 해석에서 보면...
곡물은 신이라는 이름으로 받들여 모시면서도...
그 곡물은 결국 갈아져서 인간에게 잡아 먹히는 존재이다.
매년 인간은 곡물의 신을 잡아 먹으면서 곡물의 신을 새롭게 모신다.
아이누족이 어린 곰을 키워 놓고...
어느 정도 크면 온 동네를 돌며 대접을 해 준 다음...
그 곰을 낼름 잡아 먹는 것도 마찬가지.
신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다분히 이기적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존재는 신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는 악마...
신과 악마의 경계점은 내 입김이 작용하느냐 아니냐...
하나님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인간들을 이끄신다지만...
어쨌든 내가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이 나를 구원해 주신다면...
굳이 내가 하느님은 섬길 필요는 없을 것이고...
그 반대로 어떻게 하든 나를 지옥으로 떨어뜨리신다면...
그 역시 내가 하느님은 섬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신의 뜻을 알아내어 전파하는 것이 사제들이 임무.
그 신의 뜻이란 것은 결국 신을 통제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사제들이 어떻게 해도 신의 노여움을 풀 방법이 없다면...
인간들의 선택은 결국 하나...적으로 돌려서 저주를 퍼부을 수 밖에...
프레이져는 이러한 것에 뭐라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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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밀런판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민감한 언급을 뺐다고 하지만...
프레이져의 이런 냉정한 서술을 읽어가다 보면...
그 삭제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 대충 알만하다.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 하고 빵을 자신의 살이라 한 대목...
프레이져의 관점에서 보자면...
주식을 숭배한 원시종교의 측면이 강하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다면...
당연히 그 십자가를 피해야 할 흉칙한 것으로 여겼을 텐데...
도리어 그 십자가를 숭배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것...
이것 역시 프레이져의 서술을 보면...
신을 죽이는 흉기가 그 자신인 사례가 나오고...
발데르와 겨우살이의 관계에서...
십자가를 예수와 동일시하는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을 듯...
결코 있던 것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음을 감안할 때...
옛 유럽의 이교도적인 관습이 기독교의 전파로 많이 약해지긴 했으나...
결코 없어지지 않고 기독교에 흡수되어 다른 형태로 변형되거나...
또는 그저 민속적인 축제의 의미로 격하되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프레이져의 저작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해 볼 수 있게 된다.
예수에 대한 평가에 대해...
같은 신은 섬기는 유태교와 기독교가 왜 입장에 차이를 보이는겠는가?
예수가 십자가를 지는 것으로 인간을 구원했다는 것은...
결국 옛 유럽의 이교도적인 발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
프레이져는 애써 언급하지 않았으나....
책을 읽어 보면 얼핏 미루어 짐작 가능한 내용.
마굿간에서 태어난 예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왜 나무를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지...
역시 프레이져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의 책을 읽어 보면 그 이유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역시...
있던 것이 그냥 없어지지는 않는다.
변형이 있을 뿐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없어지더라고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긴다.
황금가지의 그 방대한 내용을...
온전히 그 의미를 지키면서 요약할만한 능력이 나에게는 아직 없다.
그 내용들을 읽으면서...
있던 것이 그냥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상기 되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상권의 초기 내용 중 일부를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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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전에는 대학 생활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는데...
그 환상 중의 일부는 5월에 벌어지는 축제.
막상 입학하면 축제는 그저 휴강을 즐기는 연휴기간으로 격하되지만...
암튼 축제는 대학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프리미엄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 "메이 퀸"을 뽑는 것은 아마도 축제의 가장 주목받는 행사일 터..
우리나라의 대학이라는 것이 자체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고...
서구의 교육제도를 들이면서 생겨난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와는 이질적인 문화도 같이 들어 왔을 것이다.
그리고 5월에 벌어지는 축제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서구 유럽에는 지금도 오월제라는 봄에 벌이는 축제가 있는데...
프레이져에 따르면 그 축제는 새로운 봄의 정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봄의 기운을 맞이 한다는 것이 어떻게 벌어지냐 하면...
숲에서 곧게 자란 적당한 나무를 베어 긴 막대로 다듬고...
이 막대에 온갖 장식을 두른다.
놀이동산에 있는 "지구촌 마을" 같은...
세계의 민속을 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에 가 보면...
유럽이나 스웨덴의 민속으로 이런 광경이 만들어져 있다.
즉 그 나무 막대는 봄의 정령과도 같은 존재이다.
사람들은 봄의 정령을 정성껏 가꾸고 치장함으로써...
새로운 봄이 그와 같이 화사하고 아름다운 힘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다.
처음에 대학이 생겼을 때...
지리적으로 먼 집에서 떠나와 들어온 학생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고향에서 행했던 오월절 축제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행한 것이...
아마도 대학 축제의 원래 모습이였으리라...
결국 엄정한 학문의 전당에서 미신을 섬겼던 셈인데...
봄의 정령이라는 것은 사라지고 그 정령을 맞는 흥청망청함만 남은 것이...
오늘날 대학에서 즐기는 5월 축제의 모습일 듯...
봄의 정령이 나무라는 것은...
유럽에서 나무 숭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레이져는 이 나무 숭배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이는 결국 책의 제목인 황금가지와도 연결이 되는데...
세월과 지역에 따라...
정령의 상징이 변화 할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봄의 정령으로...
꽃이나 특정 풀을 삼기도 했는데...
이것이 인간으로까지 변형되기도 했다.
따뜻한 온기를 품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상징이라면...
인간 중에서 어느 부류가 이런 상징으로 선택 될 수 있겠는가?
임신 가능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봄의 정령으로 선택된다는 것이...
이해 가능하지 않겠는가?
"메이 퀸"의 원래 정체는 바로 이거였다.
그리고 각종 미인 대회의 정체도 원래는 이런 것이고...
오월제는 매년 개최되는 것이였다.
그럼 작년 오월제에 꾸며졌던 봄의 정령은 어떻게 되는가?
작년에 꾸며졌던 나무 기둥은 불에 태워 없애버린다.
이미 늙어 버려 봄의 기운을 다한 정령은 인간에게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 "메이 퀸"도 매년 새롭게 뽑는 것이였다.
미인 대회의 미인도 그래서 매년 새롭게 뽑는다.
아주 옛날...
어쩌면 작년의 "메이 퀸"들은 새로운 봄을 위해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금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누리고 있는 것들...
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는 것들이다.
이런 면에서 미인대회는...
자본주의가 붕괴와는 상관 없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아마도 계속 명맥을 이어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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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
신화에 대한 내용은 아무래도 윤리 개념이 희박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
하긴 읽으라고 줘도 어려워서 못 보겠지만...
가끔 특출난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이런 책도 나이에 대한 등급제한을 먹여야 하는 것 아닐런지.
등급 제한 하면 더 기를 쓰고 보려나...
아...그리고...
인간이나 종교 또는 신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좀 오래된 내용이기는 해도 여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인간의 대한 관심은 터럭만큼도 없고...
대한민국의 복음적 기독교를 열렬히 신봉하시는 분들이라면...
왠만하면 피하시는 것이 건강에 좋으실 듯....
이거 두번 보기에는 좀 부담되는 책이다.
한겨레 출판사의 번역을 보는 것으로 재탕을 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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