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친구에게 지금에야 그걸 보냐는 힐난(?)을 들어가며 읽은 책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을 보니 누군가가 한국 근대사에 대한 책으로 추천한 2권의 책 중 한권이 이 책이더군요. 추천자의 변을 보니 이 책은 읽기에 쉽고 평이하다고 하던데 제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게 쉬운거라면 도대체 어려운 책은 얼마나 어려운 걸까요.

우선 번역의 질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문 번역가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어 문장 냄새가 팍팍 풍기는게 한글을 읽으면서도 영어 독해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혹시 대학원생들 시켜서 번역시킨게 아닐까 싶은 정도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였습니다.

한국 고대사와 중세시대는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기에 그냥 간략한 소개 정도로 그칩니다. 책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제목 그대로 근대사 부분, 즉 구한말에서부터 이 책이 나온 2000년대 초 김대중 집권시기까지 입니다.

이 책이 읽기에 쉽다는 평을 받는 이유는 이 책에서 언급된 구체적인 사실들이 많은 부분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내용과 그리 썩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구석 구석 꽤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부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박정희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 받는 경제 개발에서 상당 부분의 왜색을 들춰내는 저자의 지적은 꽤 흥미롭습니다. 역시 박정희는 일본으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았음이 계속 확인 되더군요. "삼성의 이병철은 그의 정체성을 일본신사라 여겼다"는 부분에서 왜 삼성이 전통적으로 일본과 많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는지도 대략 감이 오더군요.

그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지배 계급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은 압권입니다. 5.16 군사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남한에서의 전통 지배 계급의 단절을 논하는 부분은 꽤 마음에 와 닿더군요. 하지만 그런 지배 계급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유교적 전통성이 연속되어 가는 것을 지적하는 것을 보면 커밍스란 사람, 정말 한국에 대해 공부 많이 했구나 하는 감탄이 듭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북한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통틀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한반도를 움직여 온 동력 중 절반이 공산주의에 있는데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 결코 현재 한반도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능력이 된다면 좀 더 자세히 적어보고 싶지만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적어 나가다가 포기했습니다. 저에게는 읽어 나가기 쉽지 않았지만 아직 읽어 보시지 않은 분들께 강추입니다. 어줍잖은 고전이나 미래 트랜드 읽기 같은 책을 보느니 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이 훨씬 영양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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