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개조론"...
어찌 어찌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유시민이 제안하는 대한민국의 진로를 담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보고 싶어 했던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유시민이 가진 태도이다.
태도를 가지고 이렇쿵 저렇쿵 하는 것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나 따지는 줄 알았지만...
유시민에 대해서는 이걸 보지 않을 수 없다.
유시민이 똑똑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일...
하지만 똑똑하다고 대통령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 외 다른 부분이 있다. 난 그것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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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이 책의 Keyword는 "선진통상국가"이다.
유시민이 제안하는 대한민국의 진로 방향이다.
"선진통상국가"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간략하지만 명료하게 밝혀 놓고...
구체적인 예를 보인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경험했던 일들을 풀어 놓는데...
초반 "선진통상국가"에 대한 도입 설명은 괜찮다고 느껴졌지만...
그 이후는 "선진통상국가"라는 주제만을 놓고 보면 사족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선진통상국가"만은 아니였던 듯...
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선진통상국가"라는 것은...
참여정부에서 천명했던 "비전 2030"의 다른 이름이다.
국가 시책이 뒤집히거나 흐지부지 되는 것을 많이 봐 온터라..
이번에도 구호에 불과한가보다 하고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장미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지금 네이버에서 한번 찾아 보니...
2030년에 1인당 GDP를 5만달러로 하는게 목표란다.
그리고 그 재원으로 1100조의 돈이 들어가고...-_-;
전자에는 눈길이 안 간다.
1인당 GDP는 또 뭐냐...숫자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GNP 1만달러에서 IMF 만나서 아직도 허우적 대는 것 같은데...
GNP인지 GDP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1만달러에서 5만달러 만들겠다니 눈에 들어 오겠는가?
(2만달러 되어 간다는거 요즘에야 알았다. 내가 막힌건가 세상이 막힌건가)
후자는 눈에 확 들어 온다.
1100조...얼마나 많은 돈인지 상상도 안 가는 돈이다.
이 많은 돈을 1/n으로 나눠 주면 그냥 잘 살게 될 것만 같다.
언론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때려 주니...
결국 말도 안 되는 계획으로 느껴진다.
유시민은 "선진통상국가"라는 단어로 "비전 2030"을 다시 이야기 해 준다.
개인적인 경험상...
구체적인 숫자는 구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목표한 수치에 도달하느냐 마느냐 보다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참여 정부는 대한민국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가고 싶어 했던 거냐?
유시민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고 있다.
저자는 세계화와 양극화 문제에 대해 답이 없어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답은 이미 가까운 곳에 있더라고 책에 적어 놓았다.
그래...사실 답이랄 것이 없는 내용이다.
외부적으로는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내부적으로는 사회투자를 키워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뭔 말인지 더 쉽게 직설적으로 이야기 해 보면...
외부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살벌하게 대응해서 돈 많이 벌고...
내부적으로는 인간적으로 으쌰 으쌰 하며 살아 보자는 거다.
이런 답변을 누가 못할까? 그냥 "잘" 하라는 답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도 이 외에 다른 방향이 있을까?
미국과 담 쌓고 살 능력이 없다면...
미국 주도의 세계화는 거부한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면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양극화 문제를 내버려 둘 것인가?
그것 역시 내버려 둘 수 없는 문제다.
사방에 걸인들이 깔리고 다들 죽네 사네 한숨 푹푹 쉬고 있으면...
그게 어디 사람 사는 사회인가...
유시민의 장점은 솔직함이다.
자신과 남을 속이는 감언이설은 하지 않는다.
세계화와 양극화에 대처하는 방향은 말들은 많지만 결국 이것 뿐이다.
어느 누가 집권하던, 어느 나라이건...
그 두 가지를 정면에서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방향은 그렇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외부 경쟁력 강화는 구체적으로 뭐라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아마도 그 쪽은 민간으로 넘길 모양이다.
단 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굵직한 현안은 처리해 주겠지.
말 많은 FTA가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 준 듯 하다.
책에서 중점을 두는 정부가 집중해야 대상은 양극화 문제다.
구성원이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에 대한 투자를 하여 Infra를 바꾸겠다는 거다.
균등한 소득이 아닌 균등한 기회에 방점이 찍힌다.
그 균등한 기회를 뒷받침하는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서비스 산업은 시장이 형성되기 전까지 초기 비용이 엄청나므로...
이건 나라에서 나서서 시장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어차피 제조업으로는 일자리 창출 못한단다.
서비스 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사회투자의 개념으로 서비스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했다.
못 사는 사람 구제하는 시혜적인 발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마이크로 크래딧의 성공 이유 중 하나는...
일방적인 시혜적 관점을 거부하였기 때문이 아니던가.
참여정부가 왜 분배 이야기를 꺼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가 제안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정책이라 비판 받을 것이 뻔하지만...
누가 집권 한들 저러지 않겠는가 싶다.
그가 제안하는 방향, 괜찮았다.
대선에 출마한 유시민은 그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유시민은 노무현을 승계하겠단 이야기다.
그 뒤의 보사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는...
별로 언급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사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시민의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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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 놓으라 한다"
속담이다. 보따리 내 놓으라는 사람을 질책 할 때 많이 쓰인다.
이 속담은 질책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 진실을 담고 있다.
인간이란 원래 물에서 살아 나오면 보따리 내 놓으라고 요구하는 족속이다.
"단성소"를 서두에 꺼낸 것은...
왕인 국민에게 직언을 하는 상소를 올리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왕인 국민들은 물에 빠져 건져 놓으면 보따리 내 놓으라는 위인들이다.
유시민은 이걸 모른다.
기껏 물에 빠진 거 건져 줬는데 보따리가 왠말이더냐 하며 분개한다.
원래 그런 왕인데 뭘 바라겠는가?
조선일보를 위시한 조중동이 왜 건재한 걸까?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긴 있다. 아니 생각보다 꽤 많다.
그 독자들은 수구 꼴통 바보들이라서 조선일보를 좋아하나?
정치면은 둘째치고 그 외 면들의 품질이 좋다고도 한다.
자전거나 상품권의 위력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이 존립하는 경쟁력이 무엇이건 간에...
어찌 되었건 분명 언론들은 자신의 이익을 쫓는 정치세력이다.
이걸 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나?
알면서도 놓아둔다. 왜 그런가?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하기 위해서다.
대중에게 있어 조중동은 정부를 견제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조중동이 대중을 마음대로 조정한다고 보는가?
오히려 대중이 조중동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가?
조중동이 국민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지난 선거에서 이회창이 뽑혔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는대로 아닌가?
대중은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철저히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대통령 뽑아 놓고 대통령을 자기 맘대로 통제하고 싶은거다.
총대는 오로지 정부가 맨다.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대중이 가지려 한다.
잘 되면 국민이 잘 나서고 못 되면 정부가 못 나서다.
몰랐나? 인간은 원래 이런 존재다.
입으로는 예산 많이 써야 하는 인기 발언 하고...
실제로는 그 예산을 삭감해 버리는 이중적인 행태...
민노당이나 한나라당만 그러는게 아니다.
왕인 국민들도 원래 그런거다.
예산? 대중들은 그 딴거 모른다.
낼 거 적게 내고 받을거 많이 받으면 좋은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그 차액은 분명 있겠지.
하지만 그 딴거는 알아서 해라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요술쟁이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대중은 진심으로 요술쟁이를 바란다는 게 문제다.
권력을 주고 요술을 바라는거다.
블루오션이란 뭔가?
고객 자신도 모르는 요구사항을 끄집어 내면 그게 블루오션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에게 꼬치꼬치 캐물어서 그거대로만 사업을 하면...
그 사업은 말아 먹기 딱 좋다.
고객은 말을 잘 바꾼다.
고객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고객 본인도 모르는 걸 어떻게 해서든 끄집어 내는거...
그건 요술이다.
전산 시스템 같은거 개발해 본 사람들은 알거다.
사용자는 자신이 바라는 기능이 뭔지도 모르고 개발을 맡긴다.
그 시스템으로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거다.
요구사항이 뭔지 파악하는게 제일 어렵다.
사용자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사용자 자신도 그걸 모르니 어려운거다.
오히려 사용자가 개발자에게 "이걸로 뭘 할 수 있어" 하고 물어 온다.
덜 떨어진 개발자는 그저 사용자에게 "뭘 하고 싶으세요?" 하고 묻기만 한다.
진도 안 나간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 바쁘고 결국 시스템 개발은 실패한다.
어떤 사람이 옷 가게에 갔다.
이런 저런 옷 주세요 하고 주문하고 가계 주인은 주문대로 옷을 판매한다.
이런 옷 가게는 옷 파는 자판기와 다를바 없다.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옷이 아니라 예뻐지는거다.
어떻게 해야 예뻐지나?
당사자인들 알겠는가?
연구 많이 해야 하고 피곤하다.
요술봉 한번 흔들어서 신데렐라를 예쁘게 꾸미는 요술쟁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춘 옷가게를 찾는 건 이런 이유다.
옷이 아니라 스타일을 원해서이고 스타일은 예뻐지기 위한 일종의 요술봉이다.
조중동이 살아 남아 있는건...
왕인 국민이 신하인 정부에게 요술을 부리라고 강권하기 위해서다.
유시민은 "합리적으로 좀 생각해 봐요? 내가 요술쟁이요?"하고 투덜댄다.
정치는 합리적인 게임이 아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를 하는 여러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 정치다.
자기 속을 자신도 모르는데 합리적인 게임이 되겠는가?
사기과 권모술수가 판친다. 합리적인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기와 권모술수는 짧은 수다.
황당한 요구를 하는 왕을 너무 우습게 본 거다.
단기간은 통하지만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큰 승리를 거둔 사람들은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말 요술을 부렸다.
왕 스스로 요술을 부리게 만든거다.
요술을 부릴 판을 만들고 왕을 무대에 올렸다.
전산 시스템을 만들 때에는...
사용자와 개발자가 요구사항을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개발자에게 시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들이미는 것도 아니다.
같이 가야 한다. 말이 통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통해야 사용자 자신도 모르는 요구사항을 도출할 수 있다.
사실 사용자는 이미 자신의 요구사항을 알고 있었다.
단지 꺼내지 못할 뿐이다.
요술봉은 이미 사용자가 쥐고 있었다.
그저 휘두르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황당한 요구를 하는 듯한 주권자들...
하지만 그 요구를 실현하는 마술을 이미 주권자들이 알고 있다.
주권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 마술을 휘둘러 보는 것이다.
그 마술을 펼치기 위한 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치가의 일이다.
유시민은 합리적이고 솔직하다.
비비 꼬아 놓지 않는다. 직선적이고 명확하다.
그것이 그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한계이기도 한다.
정치는 결코 합리적이고 직선적인 게임이 아니다.
왕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를 알아 보는 눈을 가지고...
거기에 맞게 판을 세우고 주연배우로 왕을 판에 올려야 한다.
멍석 깔기도 힘들지만 왕을 판에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왕이 올라오지 않아 조급함에 스스로 그 판에 올라가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유시민은 아쉽다.
그의 장점에 끌리면서도 그의 단점에 망설여진다.
그의 거침없음에 매료되면서도 그의 태도에 멈칫해 진다.
지식인의 한계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는 왕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가?
그는 왕을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 소통하려 드는 것인가?
유시민이라는 인물의 그릇은 그 지점에서 정해진다.
하지만 그릇의 작고 큰 것을 떠나...
유시민이라는 인물은 참으로 매력이 있다.
어디가서 요술 좀 배워 왔으면 정말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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