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길어만 보이는 추석 연휴 때 볼 요량으로 샀던 책이죠. 읽어 내려가기에 좀 지루한 감은 있습니다만 내용은 꽤 괜찮더군요.

원제는 "The end of oil" 입니다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에너지 문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 생활의 근본이 되는 것은 결국 에너지 문제인데 현대 생활에서는 에너지가 공기만큼이나 흔하기 때문에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죠.

저도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볼 때 간혹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먼 미래에 인류가 멸망하고 새로운 생명체가 마치 공룡뼈 발굴하듯이 인류의 문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대단위 아파트 촌을 발견하게 된다면 새로운 생명체들은 아파트가 도대체 어디에 쓰인 것인지 알 수 없지 않을까요? 겨울에 이사 다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는 난방을 하지 않으면 정말 춥습니다. 석유나 가스 같은 에너지원이 없다면 아파트가 주거용 공간이라는 생각을 도저히 할 수 없겠죠. 이미 석유와 가스는 인류가 쓰다 다 없어져 버린 뒤일테니까요.

인류의 역사를 움직였던 본질적인 원인 중에서는 에너지 문제를 빼 놓을 수가 없고 현대 사회로 올수록 그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요즘의 국가간 역학 관계는 사실상 에너지 확보를 놓고 움직이기 때문에 에너지에서 바라본 관점을 모르면 여러 현상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기 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반 대중은 그 실상을 잘 모르고 있기에 혹자는 "에너지 문맹"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더군요.

저자는 현재 우리 인류가 어떤 에너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부분을 할애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석유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석유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사실들과 그 동안 미국이 취해온 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알고나면 정말 석유 때문에 전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결국 저자는 지금의 에너지원은 여러 이유로 취약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면서 대체 에너지를 언급합니다. 대체 에너지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저자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 현황과 한계를 조목 조목 나열해 놓고 있죠.

제레미 레프킨의 글이 휼륭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동을 깔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재미가 있습니다. 논조가 뚜렸하죠. 무슨 말 하고 싶은건지 감이 빨리 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내지르는 것이 없어서 읽다보면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느낌이 납니다. 가령 수소 전지를 언급한 부분을 보면 처음에는 마치 이 세상이 결국 수소 전지의 세상이 될 것 같은 장미빛 이야기를 쏟아 내더니 갑자기 수소 전지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마구 쏟아 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의식적으로 가치 중립을 지켜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다루려 하더군요. 계속 그런 식이라서 읽기에는 좀 피곤합니다. 많이 미적 미적 거리는 뉘앙스를 풍기죠. 결국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에너지 문제에 대한 연착륙입니다.

대체 에너지를 언급하면 보통은 엑슨&모빌을 비롯한 "Big 5"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비난은 없습니다. 부시가 "도쿄 기후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한 비난조차도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입장이 그러한 것이지를 서술할 뿐이죠. 읽다 보면 그들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여지껏 제가 접했던 에너지 문제 관련 글 중에서 이 책이 가장 넓고 전체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책의 논지는 2가지 정도로 요약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석유의 시대가 끝날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가 석유를 대체 할 것이고 여태까지의 개발 성과와 가능성을 볼 때 궁극적으로는 수소 전지를 중심으로 한 체계가 될 것이나 에너지원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2.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정치적인 문제가 전 세계적인 규모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러 저러한 것이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러 저러한 것이 있다..

뭐 이런 정도로 요약 될 듯 합니다..에너지 문맹을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을 한번 보시는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군요..

Posted by iki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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