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심모원려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 받은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해 보니 생각보다 두께가 꽤 나가더군요.하지만 자서전이라서 그런지 복잡한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기에 읽어 나가기는 수월합니다.

무하마드 유누스, 그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이자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 불가한 그라민 은행의 총재입니다.

유누스는 빈민에게 융자를 내 주라고 은행을 설득하고 다녔지만 글자를 읽고 쓰지도 못하는 빈민에게 융자를 내어줄 은행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결국 유누스는 자신의 명의로 빈민들에게 융자를 내어 주다가 결국 자신이 그런 일을 하는 그라민 은행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런 은행이 버텨봐야 얼마나 버티겠냐고 하겠지만 도리어 그라민 은행은 이익을 만들어 내면서 직원이 만명을 넘어가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은행이 되었고 그 사업 모델을 전 세계에(아프리카, 심지어 잘 산다는 유럽과 미국까지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기존의 사고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이 뒤집어질 일이더군요. 도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사서 안 읽어보고는 배길 수가 없더군요.

사업 모델...

유누스는 별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쳤을 그라민 은행의 사업 모델은 책을 읽어보니 다음과 같더군요.

우선 빈민이라고 해도 개개인에게 융자를 내어 주지 않습니다. 반드시 5인 이상의 그룹으로 융자를 내어 줍니다. 그리고 단순히 다섯명이 모였다고 해도 융자를 내 주지 않습니다. 해당 그룹은 융자를 받기 위해서 심사를 통과 해야 하는데 그 심사에서는 융자 받을 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즉 일종의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문자를 모르는 빈민들이니 서면이 아니라 은행 직원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하지요.

심사를 통과하면 빈민들은 융자를 받게 되고 융자를 받은 후 1주일 이후부터는 1주일 단위로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합니다. 모든 절차는 그라민 은행 직원이 대행해 줍니다.

어떻게 보면 일수 놀이와 비슷한 체계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5인 이상의 그룹을 엮어야 한다는 것이고 융자는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홀아비 3년이면 이가 서말이고 과부 3년이면 쌀이 서말" 이라는 우리의 옛 속담이 그라민 은행의 사업 모델에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는 셈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가치 체계가 틀려서 남자는 돈이 생기면 자신을 위해서 쓰는데 비해 여자는 가족을 위해 쓴다는 합니다. 그래서 융자를 받으면 여자들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5명 이상의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만 있다는 '계'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5명의 그룹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각종 아이디어를 내 놓고 치열하게 토론을 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가난에 대한 개인의 탈출 의지를 훨씬 강화시키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계원들을 믿지 않으면 '계'를 할 수 없듯이 그라민의 융자 프로그램 역시 팀원들 간의 상호 의존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한 특이한 것이 일수 놀이 하듯이 꼬박 꼬박 단기간으로 돈을 받아 간다는 것이지요. Risk를 줄이는 효과도 있겠지만 유누스의 말에 따르면 무엇 보다는 적선으로 살아가던 빈민들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스스로 매일 돈을 갚아 나간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가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빈자에 대한 편견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제 자신이 가난한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였습니다. 빈민들에게 돈을 꿔 주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꿔 줄 용의가 있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돈을 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돈을 내 준다면 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선 내지는 기부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 봐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융자를 내 주는 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꺼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은행이 각종 지원과 기부금을 받아서 빈민들에게 못 받으면 말고 받으면 좋은 일종의 적선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서구 유럽의 잘 산다는 나라들이 시행하는 사회 복지라는 것이 그런 식이거든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더 하다보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며 게다가 게으르다는 생각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융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 입에 풀칠 할 최소한의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라고들 생각 하지요.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것은 융자가 아닌 사회적 공동 책임으로 인식 합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하지만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은 빈민에 대한 접근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아무리 못 배우고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사람에게는 위대한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게으름이나 교육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자본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 합니다. 초기 자본만 확보 된다면 그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은 그냥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빈민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자까지 챙겨서 돈을 받아내는 일반 은행의 대출 거래자와 동등하게 대접해 주며 도리어 그냥 돈을 갖다 바치는 적선과 다름없는 빈민지원은 이러한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기회를 사장시키고 결과적으로 가난을 몰아내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라민 은행의 성공 배경에는 인간은 그 자체로 이미 위대한 존재라는 철썩같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일자 무식의 인간이라도 최소한의 자본이 그에게 주어진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가난을 벗어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어느 누가 쉽게 실천 할 수 있겠습니까? 유누스라는 사람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는 이 책에서 유누스가 겪었을 수많은 시행 착오를 볼 수 있기를 기대 했었지만 그런 것은 생략 되거나 거의 언급이 되지 않더군요. 자서전이라 그런지 "나 잘났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유누스는 손 대는 것 마다 안 되는 일이 없더군요. 마치 고고한 마이더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유누스의 언급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라민 폰과 그라민 트러스트를 비롯한 다른 사업들이 모두 맞는 방향으로 전개 될 것인지는 앞으로도 좀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나가 보니 저자가 왠지 솔직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흠..역시 저는 삐딱한가요...-_-;;;

Posted by iki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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