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오사무...경제학은 왜 자연의 무한함을 전제로 했는가

"나카무라 오사무" 라는 일본 사람이 쓴 책 입니다.
2004년 여름 휴가를 같이 보낼 책을 찾으러...
서적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죠.

그 때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이란 책도 같이 샀는데..
그건 제가 산 책 중에서 Worst급에 속합니다.
다행히 이 책은 제대로 골랐더군요.

책 제목이 무지 깁니다.
"경제학은 왜 자연의 무한함을 전제로 했는가"
제대로 외우기도 힘들 정도죠.

제가 가진 경제 상식 중에서 참으로 의심스러운 것이 있는데..
도대체 왜 인플레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경제가 성장하면 왜 인플레가 되어야 하는지..
제로 성장이면 왜 실질적으로는 경제가 파탄이 나는지..
기존의 경제는 모 아니면 도로 굴러가는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는 경제는 왜 없는건지?
회사에서 경제학 박사와 같이 지내던 때가 있어서...
경제학 박사에게 물어 봤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 속에..
그 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긴 하는데..
이 책을 보면 왠지 그런 것에 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책을 읽어 보니 저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없었지만..
분명 경제학의 잘못된 기본 전제를 잡아내고는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엔트로피적인 사상을 깔고 있더군요.
그 엔트로피적인 사고 체계로 기존의 경제학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스미스/리카도/왈라스/막스 등등이 비판대상에 포함되어 있더군요.

책의 두께는 왠만한 논문집 수준이였습니다.
알고보니 박사학위논문을 일반인이 읽기 쉽게 풀이해 놓았더군요.
두께가 얇기는 한데 정독을 하면서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책 내용을 파악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책을 읽어 보니..
왜 농업을 개방하면 안 되는지가 명확하게 이해가 되더군요.
이 책을 읽은 얼마 뒤에..신문 기사를 보니..
전직 농림부 장관이 현 정부를 질타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현재 농림부 관료들은 공부를 안하고 실력이 없어서..
비교 우위론에 따라 농업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펼칠 만한 능력이 없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덕에...
전직 농림부 장관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건지..
대충 알 만 하더군요.

이 책에서는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 놓기는 하는데..
글쎄요.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도 합니다.
이 책 보고 결국 농사 짓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고민을 잠시 하기도 했습니만...
게으른 성격에 농사 짓다가는 굶어 죽기 딱 좋겠다 싶어서..
일단 귀농은 제 인생에서 제껴 놓았습니다.

하지만 무한성장은 어차피 불가능하니..
언젠가는 지속가능한 경제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올 것 같긴 합니다.
어차피 성장이라는 것은 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의 사용의 최대량은..
지구라는 열기관이 유지하는 엔트로피 수준 이내니까요.

참으로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은...
엄청나게 복잡하면서도 놀라운 시스템임에 틀림 없습니다.

무한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이미 스미스나 리카도가 옛날에 다 지적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고전 경제학에서도 이미 경제발전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었는데..
우리는 왜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자자손손 플러스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살 것 같은..
그런 허무맹랑한 착각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일까요?

자연와 인간을 따로 떼어내서 객관화를 시도한 때 부터..
무한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며 살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간은 참 보잘 것 없으면서도 오만한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은 알고 보면 독립변수로 구성되는 경우가 별로 없더군요.

기존 경제학의 잘못된 전제를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두께는 얇은데 가격은 15,000 원 입니다.
그래도 돈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