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조셉캠벨, 역자는 이윤기, 출판사는 민음사

잘못 읽으면 주화입마를 입을 강렬한 책.

이 책에 나오는 한 구절만으로도 설을 풀자면 책 한권을 쓸 수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이 책 전체를 한 구절로 요약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은 언어로 전달 할 수 있는 경지 이상의 것에 대해 논하고 있다. 책을 굳이 분류하라면 인문 과학 서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읽는 내내 경전을 읽는 듯 했다.

페이지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어구들로 가득했지만 내가 쉽게 받아 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 태반이라 읽는 내내 시달렸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책의 내용이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나를 짓누른다. 저자를 통해 신화의 더 깊은 경지를 접했지만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리라.

조셉캠벨은 책의 제목 그대로 천의 얼굴 밑에 있는 영웅의 모습을 찾아내어 나에게 들이 밀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오히려 영웅이 가진 천의 얼굴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책에서 말하는 이율배반적인 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란 쉽지 않다.

일독을 마친 지금, 조셉캠벨은 나에게 대마왕이고 도깨비이자 끈끈이 괴물이다. 어설프게 그를 읽으면 그는 나를 잡아 먹을 듯 하다. 그가 아버지의 자궁으로서 나를 품고 내가 그 자궁을 찢고 나와 그와 화해 할 수 있기까지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이 신상에 좋을 듯.

사족 : 조셉캠벨이 말하는 경지를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가 지적하는 영웅 이야기의 구조적 측면을 접해 볼 수는 있었다. 때마침 다시 보게 된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는 그 전에 내가 볼 수 없었던 것이 보이게 되었다. 참나 알고보니 대마왕이 바로 폴 그 자신이라니. 조셉캠벨의 저작이 여러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암튼 이야기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에 눈이 떠진 듯 하다.

사족 2  : 내가 이 책을 읽기에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저자가 아니라 역자를 원망하고 싶어진다. 해석이 마음에 안 든다. 1판도 아니고 출판사 바꿔 가면서 낸 개정판인데도 오탈자가 눈에 띄고 문장도 아리송. 원문이 너무 어려워서 그랬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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