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은 많은데 왜 식당에서는 한가지만 팔까?"
"양식,중식,일식,한식 모두 다 되는 식당은 없는걸까?"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예전 유머 1번지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걸 소재로 꽁트가 나오기도 했다.

뭐든지 주문 가능한 식당이 생겼는데...
안을 보니 전화로 다른 식당에 배달 주문을 넣고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

-------------------------------------------------------------------------------

누들로드를 보고 나니 왜 전문집이 있을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간다.

한가지만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품질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문집이 다 품질이 높은 것은 아니다.
전문집이라도 형편 없는 것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요소단위의 투입을 높이면 품질은 높아진다.
비싼 주방장과 비싼 식재료를 쓰면 품질은 높아진다.
전문집 여부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집이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 메뉴는 단지 음식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 맞는 식기,조리 기구, 주방, 식당 구조, 식사 에티켓까지 모두 결정된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이 모두 줄줄이 사탕으로 엮인다.

메뉴에 따라 식당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결정된다.
하나가 결정되면 다른 것이 연쇄적으로 모두 결정된다.
변하기 위해서는 일부가 아닌 전체를 뒤집어 엎어야 한다.

화덕이 중심이 되는 주방과 가마솥이 중심이 되는 주방은 다르다.
같은 공간에 몰아 넣더라도 사실은 두개의 개별 공간이다.
하늘에 해는 하나이듯 중심은 언제나 하나 뿐이다.

-------------------------------------------------------------------------------

전문집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창조라는 것이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세상 자체로 존재하고 그 자체로 완전하다.
돌은 그냥 돌이고 나무는 그냥 나무다.
돌은 돌로서 이미 완전하게 돌이다.

우리는 자연의 그것을 가져와서 재창조한다.
재창조라는 것은 없는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빼는 것이다.
뭔가 제약을 가하고 제약에 맞지 않는 것은 제거하여 폐기한다.

그래서 뭔가를 만들면 항상 쓰레기가 나온다.
만든다는 것은 어떤 것을 버린다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어쩌면 말이다...
진화라는 것이 뭔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빼나가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

All은 사실 Nothing과 같다.

세상 모든 음식을 다 먹고 싶은가?
그건 사실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는 것과 같다.

세상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싶은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는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동의어다.

All은 신에게만 허용되는 영역이다.
그 영역은 어떠한 법칙도 없으며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영역에서는 되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제약이 있다.
그리고 그 제약 그 자체가 존재의 근거가 된다.

뭔가 어떤 존재를 만든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있는 All의 영역에서 뭔가를 빼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메뉴를 만들어 내는 식당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은 거기에 제한을 가하여 전문집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

제한을 덜 가할수록 범용적이고 만능이 되어 간다.
아무 제한이 없으면 그야말로 만능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못하는 불능과 같아진다.

---------------------------------------------------------------------

진짜 신에게는 얼굴이 있고...
그 신의 얼굴에는 수많은 수염이 있는데...
그 수많은 수염 중 한가락 끝에 작은 신이 있다고 한다.
그 작은 신의 이름은 야훼...

유태 신앙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조금 알 듯 하다.

COSMOS의 반대는 다들 CHAOS라고 알고 있지만...
COSMOS는 CHAOS의 특별한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CHAOS에 제약을 가하여 특정한 흐름을 만들면 그게 COSMOS다.
다른 제약을 가하면 그에 따른 다른 COSMOS가 생긴다.

하나의 CHAOS에서 무수히 많은 COSMOS가 생길 수 있다.
얼굴에 덥수룩하게 난 수염의 숫자만큼이나 말이다.

말하자면 야훼 또한 전문집일 뿐이다.

'자작 >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크릿 컴백  (0) 2011.10.20
어쩌면 난 행운아였는지도 모른다.  (0) 2011.09.05
절차에 의거한 등장  (0) 2011.07.18
부작용이 심하네....  (0) 2011.05.10
일본 대지진...  (0) 2011.03.23
Posted by ikipus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90)
자작 (222)
(19)
지극히_개인적인 (4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