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따라 종종 파워레인져 정글 포스를 억지로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뭐가 그렇게 재미 있는지 아이들은 보는 내내 넋이 나간 듯 열심히 보고...
그렇게 보는 것까지는 좋은데 보고 난 뒤 나를 상대로 파워레인져 놀이까지 한다.

뭐...나는 당연히 오르골(나쁜 괴물)이고 아이들을 파워레인져.
놀이를 하다가 좀 과해지면 그야말로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적당히 맞아 주면서 적당한 선에서 져 주면 되는데...
하다보면 아이들 울리면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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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파워레인져를 그렇게 보다 보니 웃기게 보이는 것이 있다.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만화가 다 그러한데...
주인공들의 등장 장면은 어김 없이 장대하게 묘사된다는 것이다.

눈 앞에 거대한 적을 두고는 항상 시간을 질질 끌면서 할꺼 다한다.
온갖 폼은 다 잡아가며 "어쩌고 저쩌고 정글 라이온!!!" 하며 짜잔 하고 등장.
그걸 주인공 대여섯명이 똑같이 반복하고 있으니 시간은 한참 간다.

내가 적이라면 바로 그 때 "뭐야 이거" 하면서 그냥 손바닥으로 탁 때려 잡을텐데...
항상 적은 주인공이 갖은 폼 다 잡으면서 등장하는거 끝까지 봐 주고는...
그 화려한 등장이 끝나고서야 응대해 준다.

미국의 슈퍼맨이라면 회전문에서 휘리릭 몇 바퀴 돌면 변신 완료하고 등장해 주신다.
스파이더맨? 잠시 자리를 비웠다 싶더니 어디가서 바쁘게 변신하고는 사태를 평정한다.
그에 비하면 일본 출신의 영웅들은 한창 바빠야 할 때에도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실전이라면 그 절차 지키는 동안 개박살이 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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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 출신의 주인공들은 그럴까?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한번 만들어 놓은 장면 계속 을궈먹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다만...
목적이야 뭐가 되었던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마음에 걸린다.

아주 옛날 원나라가 일본을 침공했을 때에도 사정은 비슷했다고 한다.
여몽 연합군이 일본과 전투를 할 때 몽고군은 희안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양 진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군 측에서 웬 장수가 앞으로 나서서 뭐라 뭐라 씨부리는데 그 내용인 즉은...

"나는 어디 어디에 있는 어느 가문 누구 누구의 몇대손인 아무개씨인데 어쩌고 저쩌고..."
전쟁터에 나와서 싸움은 안하고 자기 뒷배경 자랑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몽고군은 그냥 말도 없이 화살 몇 개 날려 죽이는 것으로 응답한다.
몽고군의 이런 직선적인 반응에 당시 일본군은 꽤 당황했던 듯 하다.

전쟁이라고 해도 섬나라에서 하는 전쟁의 방식이 대륙과는 달랐던 것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지만 일본에는 나름대로의 절차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전쟁이지만 통성명만으로도 그냥 승부가 나는 경우도 있었던 듯 하다.

어디로 도망갈 곳이 없는 섬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전면전은 결국 공멸로 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까?
까놓고 싸우지 않고 나름대로의 격식과 절차에 따른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식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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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의 주인공이 변신할 때에는 꼭 주어진 절차를 따른다.
제작비 절감 차원 뿐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섬나라 특유의 뭔가 꼬장꼬장하고 복잡한 절차를 따른다는 느낌.

파워레인져의 등장 장면을 보고 있으면서...
여몽 연합군 앞에서 자신의 등장을 요란하게 알렸던 일본 장수가 연상된다.
몽고군은 그냥 말 없이 화살 세례를 날렸으나...
오르골은 그 지루한 절차 끝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준다.

동경전력 핵발전소 사태가 터졌을 때...
일본이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든다.
위급한 상황에서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절차가 없어서 헤메는 느낌이다.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꼬장꼬장하게 사소한 절차에 발이 묶인 느낌.

일본 음식을 봐도 그런 느낌이 든다.
사시미 하나 써는데 뭔 칼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관례와 절차가 있다.
양은 쥐똥만큼 주면서 말이다.

일본은 메뉴얼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온갖 절차에 목을 메면 메뉴얼을 잘 만들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메뉴얼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면 당황하고 손 놔 버리게 된다는 것.

일본에는 절차에 목을 메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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