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TV 채널을 돌리는데 호두까기 인형 발레극을 한다.
방송사 자체 행사로 전락한 각종 시상식을 보느니 이게 더 재미있었는데...

호두까기 인형 원작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TV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극에 나타난 내용을 보니...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이 문득 눈에 보인다.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그의 딸에 대한 이야기랄까...
일렉트라와는 다른...아버지와 딸에 대한 관계...그런게 보인다...

주인공 클라라에게 인형을 선물한 대부 드로셀마이어...
그는 밤에 나타난 쥐로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구해주고...
마법을 부려 환상의 세계로 클라라를 인도한다.

드로셀마이어는 절대적 힘을 지닌 아버지의 상징이다.
클라라에게 보여지는 환상의 세계는 그 아버지의 절대적 힘으로 만들어진 세계.
그 세계에서 가장 멋진 왕자는 결국 드로셀마이어의 또다른 모습이며...
그렇다면 일반적인 동화 속 왕자는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색안경(?)을 끼면서 호두까기 인형을 보니...
클라라는 권력에 붙어 사는 수동적인 모습만으로만 비춰진다.
몽환적인 내용과 화려한 음악/춤으로 포장되긴 했지만...
일종의 원조교제를 보는 듯한 느낌...
그런 면에서 발레 공연의 내용이 좀 불편해 보였다.

호두까지 인형 초연이 1892년이니 대략 100년이 넘어가는데...
이런 내용으로도 꾸준히 크리스마스때에 나와 주는거나...
범죄인 거 뻔히 알면서도 원조 교제가 횡횡하는거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거 내가 너무 오버하면서 생각한 걸까...


Posted by iki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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