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늘상 가족들과 할인마트 가는 것이 일이다.
대부분의 할인마트는 주차장과 매장이 무빙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나...
초기에 지어진 일부는 엘리베이터로만 연결된 경우도 있다.
아무리 엘리베이터가 대용량이라고 해도...
사람 많은 주말에는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가는 것이 간단치가 않다.
윗층에서 내려올때부터 만원이든가, 아랫층에서 올라올때부터 만원이든가...
어찌 어찌 하여 엘리베이터를 잡고 탔더니...
사람들에게 밀리고 밀려서 깊숙한 안쪽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매장은 3층에서 시작되는데 우리는 1층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
1층에서 문이 열리는데 내리는 사람이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다.
"실례합니다. 길 좀 비켜 주세요"를 외치며 사람들을 헤치며 나오는데...
사람들의 눈길은 아무래도 곱지 않다.
그 때 어느 아주머니가 "미리 문쪽으로 나와 있지" 라며 볼멘 소리를 한다.
듣는 순간 기분이 팍 상했다.
아무튼 아이들 손 잡고 갈 길을 가는데...
그 볼멘 소리가 그렇게 기분 상할 일이였는지...
혹시 내가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고 보니...
나도 저 아주머니 욕할 것이 없었다.
나도 그 아주머니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미리 나와 있을 것이지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이게 뭐야"
예전에 나도 그런 불평 분명히 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불평 듣지 않게 행동에도 신경을 썼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별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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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버스 뒤쪽 좌석이 1인용이였다.
앉아 가는 자리는 적었지만 서서 갈 수 있는 인원은 지금 버스보다 더 많았다.
출퇴근 만원버스가 되는 때에...
앞쪽 출구에서는 사람들이 올라타지 못해 난리지만...
뒤쪽에는 상대적으로 자리가 널널하다.
차장이나 운전기사가 나서서...
뒤쪽으로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결코 뒷편 자리까지 빡빡해지는 일은 없다.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내릴 때를 대비해서...
사람들은 뒤쪽 내리는 출입구 근처에 포진한다.
결코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제 때에 내리지 못할 경우...
내가 내릴 수 있도록 비켜주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내릴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은 본인에게 잘못이 있었다.
앞에서 사람들이 타든 못 타든 그건 상관없다.
내가 필요할 때 내릴 수 있도록 노심초사하며 출구 근처에서 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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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도 버스와 동일한 Rule이 적용된다.
내릴 층에 가까워지면 알아서 출입구 근처로 진격해야 한다.
내릴 층에서 문 열리고 나서야 나 내릴테니 길 좀 비켜 달라는 요청은 무례한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어떻게 움직일수도 없을 정도로 꽉 차버린 상황에서는...
출입구 근처로 미리 이동할 수도 없다.
게다가 어린아이가 딸린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차라리 엘리베이터가 정지하고 문이 열리면...
일부는 잠시 내려서 나올 사람 나오도록 길을 터 준 뒤..
나갈 사람 나간 후 빈 공간을 다시 채워 정리를 하는 편이 낫다.
어느 정도 아는 사이들끼리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엘리베이터 이용은 대부분 그렇게 된다.
타인이 탈 수 있도록 좀 더 안쪽으로 움직여 공간을 만들어 주고...
바깥 쪽에 있는 사람은 안쪽의 사람이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결과적으로 앨리베이터 이용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할인마트 같은 곳에서는...
그런 배려는 없어지고 만다.
사람들은 혹시 내리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출구 근처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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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만 생각하면 지하철에 장애우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는 낭비다.
훨체어 쓰는 사람 몇명이나 된다고 세금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는가?
엘리베이터 설치한다고 지상의 도로가 좁아지는 경우도 있다.
보행자들이 겪는 불편을 생각하면 투입 금액외의 추가 비용이 꽤 있다.
다리를 다쳐서 불편하겠다는 마음은 들지만...
그건 그 사람의 사정일 뿐 내 알 바는 아닌거다.
몇 안 되는 사람들 위해 내가 다니는 계단이 좁아지는게 마뜩치가 않다.
안 되었다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몇 안 되는 소수를 위해 내가 낸 세금 써가며 뭔가를 한다는건 내키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나 버스와 마찬가지 상황인거다.
나에게 볼멘 소리를 한 아주머니의 생각은 그런 것이였다.
그리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
다수가 소수를 보듬어 주지 않았다.
같이 사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담 쌓고 안 보는 분위기였다.
같이 살기는커녕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바빠 죽을 지경이였다.
예전에는 분명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었다.
버스에서 못 내리면 못 내리는 본인이 그저 바보 되고 말 뿐이였다.
뭔가 거창한 것 같은 이름 아래 희생 할 것을 강요당했다.
내가 사회에 대해 뭔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흡사 죄 짓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 내릴테니 길 비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무례한 것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 소수 세력이 될까봐 노심초사한다.
대한민국에서 보험장사가 잘 되는 것도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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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글쎄...그 10년 동안 소수를 위해 다수가 움직인 것도 꽤 많았다.
함께 더불어 간다고 실적이 줄어들었을까?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볼멘 소리를 했던 그 아주머니...
분명히 대선 때 이명박을 찍었을거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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