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다시피 . . .
그리이스 신화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스핑크스를 처치한 후 테베의 왕이 되어 자신의 어머니를 취한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신 분석학에서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배경으로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심리상태를 가르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고 합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취하다니 정말 천인공노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무의식은 인륜이나 도덕 같은 것에 우선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그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심리상태라고 하네요. 제가 알지 못하는 제 무의식 속에도 있을 수 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무의식 속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개인차에 의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만 감히 생각하건데 인류는 보편적으로 이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류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조물주에 대해 인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이스 신화에서는 크로노스가 그의 아버지인 우라노스를 거세합니다. 제우스 역시 그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제거하고 최고신의 자리에 오르지요.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신화 역할을 한다는 스타워즈 역시 다스베이더가 아버지와 같은 존재들을 제거하고 있으며 다스베이더 자신도 아들인 루크에 의해 제거 됩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신화들은 시간의 벽을 훌쩍 뛰어 넘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신화를 인간이 만들어 냈다는 가정을 인정한다면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메르 신화를 보면 우리들은 신들의 유전자를 가진 존재들입니다. 즉 신들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 입니다. 따라서 신들이 우리를 창조하였듯이 우리들도 우리를 닮은 피조물을 창조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런 유전자가 있다면 시간의 문제일 뿐 싫든 좋든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일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를 닮은 피조물을 창조하려 한다는 것, 즉 우리들 자신이 스스로 신의 존재로 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겠지만 그러면서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필멸의 존재이면서도 죽음을 의식하고 영생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도 어쩌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신이 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난 것이 아닐까요?
자신을 창조한 존재에 올라가려고 하려는 본능, 조물주를 넘어서려고 하는 본능, 이것이 인간 무의식에 잠재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정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동양의 신화에서는 이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생각될만한 이야기꺼리가 없어 보입니다. 있는데 제가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예전에는 존재했었는데 분서갱유 때에 다 날아가 버린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동양의 무의식에는 신에게 도전할 본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일까요?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이 널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