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헤르메스의 지팡이부터 생각해 보자.
헤르메스가 누구이든가?
그리이스 신화에서 전령의 신. "전령"이 어떤 존재이든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 . .
전달할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능력이 좋을수록 좋은 전령 아니던가?
사신이 말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국가 중대사가 결정된 일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결국 헤르메스는 사기와 협잡의 신으로도 통한다.
사기와 협잡이 전령의 덕목이라니 . . . 그럴듯한가?
대홍수로 인간을 쓸어 버리려던 Enlil.
하지만 Enki의 뒤통수 치는 배반으로 살아남은 인간이 있었다.
뒤늦게 살아 남은 인간을 발견한 Enlil은 응당 그 인간을 쳐 죽였어야 했을 것.
그러나 Enki의 말빨에 설복되어 그 남은 인간에게 오히려 영생을 주기 이른다.
Enki . . . 그의 협잡술과 구라는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뒷통수 친 것에 사죄하기는 커녕 오히려 Enlil을 설득하다니.
Enki는 아버지를 상대로도 협잡을 부린다.
제갈공명이 오나라로 장가가는 유비에게 꾀주머니를 주었던 것처럼...
Adapa를 An에게 올려 보냈을 때 그가 하늘에서 처신할 일종의 밀계를 주었던 것.
결국 Enki의 의도대로 Adapa는 무사 할 수 있었으며 . . .
또한 Enki의 의도대로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창세기의 아담은 이브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었으나 . . .
이브가 없었던 아다파는 영생의 빵을 먹지 못했던 것이다.
Enki의 상징은 뱀.
지혜의 신 Enki, 그리고 협잡의 신이라 할만한 Enki.
"사기꾼의 신"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뱀 또아리를 튼 모양이라니 . . .
이런 젠장, 헤르메스의 지팡이도 알고 보니 족보가 있는 거였구만.
지혜의 신 Enki, 그리고 그 지혜로 인간을 창조한 Enki.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명의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는 뱀자리.
그럴싸해. 이제 보니 의사와 사기꾼은 통하는데가 있는건가?
Enki의 최대 라이벌인 No2 Enlil.
Enlil의 손자 중에는 태양의 신 우투가 있다. 그리스의 태양신은 제우스의 아들인 아폴로.
아폴로가 왕뱀 퓌톤을 활로 쏘아 죽인 것이 다 사연이 있는 것이로구나.
Enlil의 Enki와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것이 바다 건너 그리스 신화에도 나타나다니 . . .
제우스가 자기의 형인 포세이돈을 바다로 밀어내고 하늘과 땅을 꿰차고 않은 것.
장자이지만 서자인 Enki가 Enlil에게 밀려 No3로 전락해 물의 신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이스에서도 주요한 신들은 제우스의 자손들이 해 먹었듯이 . . .
Enki의 후손들은 바빌론에 의해 날조된 창세기에서 엔릴의 자리를 꿰찬 . . .
마루둑을 제외하고는 변변찮은 위치에 있어야만 했다.
Enki . . . 지혜와 협잡으로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는 신.
장자이지만 서자라는 이유로 No3로 밀려나는 어쩔 수 없는 Minority 정서를 가진 신.
인간을 창조하였으며 신보다는 인간의 편을 많이 들었으나 . . .
인간이 영생을 가지는 것을 교묘한 방법으로 방해한 복잡한 성격의 신.
정치세력으로 치자면 진보주의자.
Enlil . . . 바람의 신, 대기의 신, 입으로 나오는 바람 즉 번복 불가능한 명령의 신.
An의 적통자로써 질서를 신봉하는 Majority 정서의 신.
신들의 족보에 먹칠을 하는 인간 세계를 쓸어 버렸던 냉정한 질서의 수호자.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게 보이고 재미 없어 보이는 신.
정치세력으로 치자면 정통 보수주의자.
이거 어디에서 많이 봐 왔던 구도 아닌가?
영화 메트릭스로 치자면 Enki는 오라클이고 Enlil은 아키텍트의 모습이다.
하나는 끊임없이 무질서를 만들어 가고 다른 한쪽은 끊임없이 질서를 잡아가는 . . .
오라클이 인간편을 든 것처럼 Enki는 인간편을 들어줬다.
그러나 스미스로 인한 오라클의 폭주가 없었다면 시온은 다시 멸망하고 말았을 것.
결국 오라클도 시온의 멸망에 한 고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인간을 만들어 냈으나 영생을 허락치 않았던 Enki의 모습과 어딘가 많이 닮지 않았는가?
내 머리속은 온통 수메르의 신들이 뒤덮고 있다.
행간을 읽어가는 재미, 이거 만만치 않구만. . .
선인들이 접해 보지 못한 수메르 신화 . . .
이런 보물 덩어리를 내가 읽을 수 있다니 . . . 행운이다. 행운.
천천히 생각하며 음미해 가자. 더 많은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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