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고 제2법칙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쪽으로 진행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공계통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진리처럼 통하고 있는 내용으로 법칙의 신분을 부여 받았을 정도입니다. 뉴튼의 운동역학도 20세기에 와서 수정이 되었지만 자연과학에서 아직까지 수정이 없었던 것은 아마도 열역학 법칙이 유일하지 싶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이 세상은 오로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열역학 제2법칙을 항상 느끼고 삽니다. 청소 안하고 가만 놔 두면 지저분해지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죠.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생명은 유지 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체가 가진 시스템은 엔트로피를 높이는 자연 활동에 저항하여 생존에 필요한만큼 엔트로피를 끊임없이 낮추는 기능들을 합니다.
인류가 여지껏 만들어낸 문명이라는 것도 결국 생존에 필요한만큼 엔트로피를 낮추는 일들을 해 왔습니다. 심지어 생명체가 지구에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지구가 물과 대기의 순환을 통해 표면의 엔트로피를 끊임없이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과 대기의 순환이 없다면 지구 표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여 어떠한 생물도 살 수 없게 됩니다.
열역학 법칙은 바꾸어 말하면 세상에 공짜라는 건 없다는 것과 동의어입니다. 지구는 지구표면의 엔트로피를 낮추고 있지만 그만큼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인간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인간사회의 엔트로피는 낮추고 있지만 그만큼 지구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결국 지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환경적인 재앙이 인간에게 돌아 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인과응보, 사필귀정은 무섭도록 들어 맞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말입니다...
저도 열역학 법칙을 철저히 믿었지만 요즘들어 "과연 정말로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시작한 초기 상태는 엔트로피가 지극하게 낮은 상태일텐데 그런 상태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요? 소위 천체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빅뱅 직전이 바로 그런 상태였을 겁니다. 빅뱅으로부터 엔트로피는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우주는 팽창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죠. 하지만 빅뱅 이전은 현재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뭐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을 거부하는 것은 바로 살아 있는 우리들 자신이니까요.
물론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에 우리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대신 다른 계의 엔트로피는 그만큼 상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엔트로피를 낮추는 활동 자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 일 아닌가요? 열역학 제2법칙은 죽어 있는 세상에서의 법칙입니다. 살아 있는 세상에서는 결코 법칙으로 적용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우주가 일방적으로 열역학 제2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주의 일부인 우리 자신은 이미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열역학 제2법칙을 부정하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 우주에서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하여 엔트로피를 낮추는 존재가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들이 아직까지 감지할 수 없는 세상에서 엔트로피를 낮추는 활동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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