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는 서울 태생이시고 어머니는 경상도 진주 태생이십니다.
어머니는 저를 낳으실 때 친정인 진주에서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난 곳은 진주의 어느 산부인과입니다만...
거의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서울에서 쭉 자라 왔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전 서울이라고 답합니다.
제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꽤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살았던 모양입니다.
남들은 추석 때에 시골을 가고 선산을 가지만...
전 망우리 묘지와 경기도 인근 공원묘지를 갑니다.
지방의 어떤 것과 닿는 연고가 없습니다.
추석 때 고생길을 가야 할 사람들은 저를 부러워합니다.
서울 토박이가 그런 때에는 편리합니다만...
다른 면에서는 좀 손해이기도 합니다.
돌아갈 고향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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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하다가 안 되면 고향가서 농사나 짓지"
진반농반으로 저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꽤 있습니다.
농사가 편하고 쉬운게 아니라건 다들 알고 있는 있는 거고...
저 말의 진짜 의미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실패하더라도 받아 줄 완충지가 있다는 것이죠.
저는 엎어지든 깨어지든 서울에서 지금 하는 일에 목을 메달아야 합니다.
서울이 고향인 저에게는 돌아갈 고향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고향이 없는 셈입니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배수의 진"을 치고 살아갑니다.
이런 성향이 "서울 깍쟁이"란 말로 표현되는 듯 싶군요.
실패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때문에 절대 실패 하지 않고 손해 보지 않을 짓만 골라 합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일에 상당히 주저합니다.
큰 인물이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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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 그 자신이 절대 변할 수 없습니다.
결국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하는거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결국은 세상을 바꾸어 나갑니다.
변방의 사람들이 중앙을 장악하여 세상을 바꾸는 것에 성공하더라도...
변방은 변방대로 놔 둬서 돌아갈 곳을 유지하는게 현명합니다.
그 자신들이 스스로 중앙이 되면 돌아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한번 크게 실패했을 때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조선의 사림이 중앙을 장악하였지만...
근거를 계속 변방에 유지한 것은 현명했습니다.
조광조나 송시열이 사약을 받아 죽었지만 그 세력은 살아 남을 수 있었지요.
중앙과는 다른 그 무엇을 변방에 계속 유지 할 수 있었습니다.
변방이 스스로 중앙이 되면 한번 실패했을 때 대책이 없습니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이 그 스스로를 중국의 중심에 두면서...
여진족은 없어지기 시작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들은 중심에 오르되 변방은 계속 유지시켜야 했습니다.
청나라가 없어짐과 동시에 여진족은 아예 없어져야 했습니다.
유목민과 정주민의 대결에서 유목민이 승리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결국 정주민에게 흡수를 당했던 건 배후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황하 유역이 중심지이지만 양쯔강을 배후지로 하고 있습니다.
유목민은 가는 곳이 고향이니 항구적인 배후지라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도꾸가와 막부는 그 자신의 근거지인 도쿄를 수도로 정했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도쿄가 무너지면서...
도꾸가와 막부 세력은 돌아 갈 곳이 없어 소멸되었습니다.
만약 이에야스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고 도쿄를 변방으로 유지했다면...
지금의 일본 정계는 꽤 다른 모습이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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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이 서울을 변화 시키지 못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촌놈들이 서울을 변화시킵니다.
중앙이 너무 비대해져서...
변방과 중앙이 같은 레벨이 되어 차이점이 없다면...
그 집단은 변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돌아갈 배후지를 잃게 되면...
한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중앙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변방이 필요합니다.
변방 없는 중앙은 결국 그 존재 자체를 위협받게 됩니다.
유전적 다양성이 있는 종이 생존에 유리하듯...
다양한 변방이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개발 모델을 지방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굉장히 위험합니다.
지방은 중앙과는 다른 그 지방 나름의 개발 모델을 갖추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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