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2016. 12. 27. 00:44

 

--- 8회까지 보고 적는 Review. 마지막까지 아마 잼 있게 볼 듯.

 

이야기의 주제는 1회 마지막회 장면에 모두 다 나왔다.

   지은탁   : "대박! 아저씨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김  신 : "너도 있네...너 진짜 뭐지?!"
   지은탁   : "여기가 진짜 캐나다구...아저씨 능력이 이 정도면...저 결심했어요"
      김  신 : "뭘?"
   지은탁   : "맘 먹었어요. 제가!"
      김  신 : "뭐..뭘?"
   지은탁   : "저 시집 갈께요. 아저씨한테.."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것 같거든요."
                "사랑해요~"

 

김고은이 주연했던 영화 "은교"에서 "연필"이란 단어는 은교에게 이적요의 능력을 지칭하는 단어였듯이,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이 반한 김신의 능력은 "캐나다 순간이동"이였다. 김은숙은 "파리의 연인"을 "캐나다의 도깨비"로 변주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본질이 신데렐라임은 동일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뻔뻔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밉지 않게 풀어낸다. 속물스럽게 진정성 제로의 "사랑해요"를 말하며 웃는 지은탁의 얼굴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라나?

 

신데렐라가 된장녀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그 이야기는 반복 될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도깨비는 꽤 공을 들인 괜찮은 신데렐라 이야기로 기억 될 수 있을 듯 하다. 이 드라마에서는 "왕자/신데렐라" 구도를 "도깨비/도깨비신부"로 구현했는데 주워 들은 지식으로 대충 만들어낸 것 같지 않다. 꽤 오랜시간 치밀한 노력을 들인 것이 보인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신 그 자신이라는 견해가 정밀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예수가 못 박혀 죽은 십자가를 교회에서 떠받드는 것도 맥락은 같다.

 

김신이 이미 태어난 지은탁을 살렸다면 그녀는 도깨비 신부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살아있는 존재는 고유의 이름을 가지며 존재와 이름은 동일시 된다. 지은탁은 이름이 없었던 시절, 즉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에 김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의 성을 따라 지은탁이란 이름을 받는다. 어머니 없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 나온 아테네 여신이 제우스의 여성 버젼이듯이, 아버지 없이 미혼모에게서 김신의 능력으로 태어난 지은탁은 김신의 여성 버젼이다.

 

검을 뺄 수 있는 도깨비 신부의 지위를 지은탁에게 부여하기 위한 장치는 의외로 꽤 치밀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신 그 자신이어야 하고 그러기에 지은탁은 김신 그 자신이어야 했다. 그러기에 김신이 공간이동을 했을 때에도 지은탁은 그를 따라 갈 수 있었고  김신이 시간을 멈췄을 때에도 지은탁은 김신과 같이 행동할 수 있었다. 아담의 갈빗뼈에서 탄생한 이브도 사실은 아담의 여성 버젼인 셈. 아담의 신부가 이브였듯이 김신의 신부는 지은탁어야 했다.

 

와우, 로맨틱 코메디 만담 대사나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신화 코드를 연구해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라는 구도를 만들어 냈을까? "파리의 연인" 결말을 꿈 비슷하게 만들면서 난리가 났었고 시크릿 가든에서도 살짝 죽음을 내비치기도 했었는데 이 양반은 뭔가 죽음과 삶이 나란히 있는 신화와 판타지에 예전부터 꾸준한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김신을 도깨비로 설정한 것도 꽤 많은 고민을 했었을 것 같다. 영락없이 김신은 관우와 비슷한 장군신이지만 장군신도 결국은 실체가 없는 귀신이니까 연애 상대로 적합하지 않았을 것.

 

김신이 무로 돌아간다면 그 자신도 김신인 지은탁도 무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신탁은 언제나 애매모호해서 뒷통수를 때리기 마련. 무로 돌아간다고 했지 죽는다고 한 적이 없다. 다들 자기 멋대로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죽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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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만담 같은 속사포 대사 속에 아제 개그 같은 말장난들이 넘쳐난다. 말장난 연구소를 따로 차렸나 싶을 정도의 분량. 대사 뿐인가? 등장인물의 이름도 곳곳에서 말장난. 김"신"이나 축구 잘한다는 김"축구"씨나 같은 맥락의 썰렁 농담.

 

PS : 김은숙 작가의 고향이 강릉이라던데, 강원도 사투리로 말장난 대사들을 하면 장난 아니게 웃길 듯. 저 위의 지은탁 대사들을 강원도 사투리 액센트로 읽어보니 착착 감긴다.

 

PS : 전생에 큰 죄를 지으면 저승사자를 한다는 설정...어디에서 본 듯한 설정이다...웹툰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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