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이펙터 중에서 Compressor 라는 것이 있다.

왠만한 이펙터는 연결하면 음의 변화가 확 느껴지는데,
이놈의 컴프레서라는 놈은 쓰나 안 쓰나 소리의 변화가 없다.
이러니 도대체 이건 어디에 써 먹는 건가 싶은 의문이 예전부터 있었다.

세상이 바뀌어 검색으로 온갖 정보를 알아 볼 수 있게 되면서,
예전부터 궁금했던 컴프레서의 정체와 용도를 알아보고자 했으나,
사방팔방에서 이를 설명하는 자료들은 많고도 많은데,
접해보면 어려운 용어가 난무할 뿐 뭔 소리를 하는지 와 닿지가 않는다.

우선 컴프레서에 대한 설명들은 관점이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음향 엔지니어링 관점과 기타리스트의 관점이 있다.
전자는 전문 용어의 향연이라 뭔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어렵고,
후자는 뭔가 설명을 하는 듯 하다가 그냥 좋은 톤 만들기로 끝을 낸다.

이것저거 주워들은 단서들로 나름 생각을 해 보니,
디테일한 활용 방법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컴프레서를 써야 하는 이유와 활용 의도가 뭔지는 알게 되었다.
여기에 내 나름대로 알아낸 내용들을 기록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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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프레서는 태생이 음향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음향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컴프레서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음향 작업이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 후 각종 전기 장비를 동원하는 것인데,
장비의 전기적 용량 한계로 인해 소리 신호값의 크기에 제한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령 마이크를 예로 들자면,
마이크의 입력은 공기 압력이고 출력은 전압이다.
모든 전기 기기는 소자가 물리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량이 있고,
마이크도 예외가 아닌지라  출력 전압에 한계가 있다.

가령 소리의 크기(데시벨)가 1인 경우 마이크 출력 전압이 1V라면,
소리 크기가 10 인 경우 마이크 출력 전압도 10V가 되어야 하겠지만,
소리 크기가 1천억인 경우 마이크 출력 전압이 1천억V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마이크이든 최대 출력 전압은 한계치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마이크는 음향 시스템에서 시작 포인트에 불과하며,
마이크의 전기적 출력을 입력으로 받는 엠프들이 있고,
그 엠프들의 전기적 출력을 입력으로 받는 스피커가 있으며,
이것들은 모두 전기 기기인지라 입력/출력의 물리적 한계량이 존재한다.

전기기기는 한계 출력 이상은 출력을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
치명적인 문제는 한계치 이상의 입력량이 가해지는 경우이다.
한계치 이상의 입력이 주어지면 소자가 이를 버티지 못한다.
110V 전기기기에 220V 전원을 연결하면 터져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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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수가 육성으로 노래 부르는 것을 코 앞에서 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승전결을 갖춘 노래라면 작게 시작하여 점점 커지다 다시 작아진다.
아래 그림과 같이 진행 될 것이다.

 

같은 노래를 같은 가수가 마이크를 써서 스피커로 공연하는 경우,
아래와 같이 스피커 입력 한계치 내에서 소리 크기가 변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가수가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성량을 가지고 있고,
공연 중 극적효과를 높이겠다고 클라이맥스에서 냅다 소리를 지를 경우,
잘못해서 스피커 입력의 한계치를 넘어가게 되면 공연은 망하게 된다.

 


공연이 망할 판이니 아래 그림처럼 스피커의 볼륨을 낮추면,
스피커 입력 한계치가 넘어가는 상황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시작단계의 작은 소리가 더 작아지게 되어 공연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클라이맥스 부분의 음향만을 선택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음향팀에서 스피커 볼륨을 곡의 진행에 맞춰 계속 조정해 나가거나,
가수가 마이크를 입에서 멀리하여 스피커의 입력을 줄여야 한다.
가수들이 공연 중 마이크와 거리를 계속 조정하는 것이 나름 이유가 있다.

 


가수가 마이크 거리를 조정하여 선택적 구간에서 볼륨을 조정한 것이 컴프레싱이다.
이런 컴프레싱을 기계가 자동으로 하면 그 기계를 컴프레서라고 부른다.

마이크를 멀리하면 볼륨을 줄이게 되고 마이크를 좁히면 볼륨을 높이게 된다.

컴프레싱은 높은 볼륨을 깎기도 하지만 낮은 볼륨을 올리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설명들은 소리를 어떻게 낮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컴프레서는 높은 음량은 낮추고 낮은 음량은 높이는 기계이다.

다만 낮은 음량은 높이는 방법은 전체 볼륨을 증폭하는 단순한 방법이고,

높은 음량을 낮추는 방법은 꽤 복잡한 파리미터들이 동원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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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
멀티트랙으로 녹음된 음원들을 합쳐서 음악을 만들다 보면,
최종 결과 음원의 소리 크기가 한계치를 넘지 않아야 한다.

 

리미터를 써서 한계치 넘어가는 값은 싹뚝 잘라내면 편한데,
이러면 아무래도 음질이 엉망이 되고 작곡자의 의도가 망가진다.
그러다보니 각 트랙별 또는 구간별 볼륨을 일일히 조정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은 아무래도 반복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고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런 작업을 엔지니어의 설정에 맞춰 자동으로 해 주는 기계가 있으면,
엔지니어는 기계가 생성해 낸 결과물에 최종적인 볼륨 조정만 해 주면 된다.
이러면 단위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음향 신호의 양이 많아지게 되고,
녹음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생산 효율이 높아지니 투자 할 이유가 된다.

 

시장의 요구가 있으면 으레 공급이 생기기 마련이고,
음향 엔지니어를 위해 이런 일을 해 주는 기계가 나오게 되는데,
그게 아래 그림과 같이 생긴 컴프레서 기계이다.
작동방식도 여러가지이고 제품도 여러가지인 모양이다.

 

 

 

 

음향 엔지니어링을 위한 컴프레서는 1960년대에 나온 모양이고,

최초의 Compressor 이펙터는 1972년에 나온 MXR의 DynaComp라고 한다.

사진에서 보듯 파리미터 조절 단자가 꼴랑 2개 (Output, Sensitivity) 뿐이다.

당시 기술로는 음향 엔지니어링용 컴프레서의 기능을 페달에 모두 담을 수 없었다.

 

 

MXR의 DynaComp는 최초의 기타 컴프레서 이펙터이며 지금도 생산/판매 되고 있다.

아무래도 최장기 컴프레서 이펙터이기에 이걸 사용한 유명 기타리스트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괴랄한) 빈티지 이펙터 지위를 획득했으며 멀티이펙터 내 시뮬로도 제공된다.

Hellix 멀티 이펙터 내의 컴프레서 이펙터 목록 중  "Red Squeeze" 가 DynaComp 이다.

 

 

가수가 노래 중에 마이크 거리를 조정하여 볼륨을 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타의 컴프레서 이펙터 역시 연주 진행 중에 볼륨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주 중에 실시간으로 변화를 주는 이펙터들을 Dynamic 계열이라 한다.

 

다른 이펙터들도 연주 중에 동적으로 소리를 변화시키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펙터 체인의 전체 시스템 입장에서 입력은 기타의 픽업 출력이 되는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Dynamic이라는 단어에는 입력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뉘앙스가 있다.

이러니 Dynamic 계열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펙터 체인의 맨 앞부분에 놓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컴프레서의 기본 개념은 연주 진행 중에 볼륨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것이지만,
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전체 볼륨을 올리는 것도 컴프레서의 기능이다.
연주자가 수행하는 볼륨주법은 기타를 현악기 비슷하게 모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사람이 아닌 기계로 볼륨을 msec 단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 다른 효과가 발생한다.

 

그 동안 접한 자료들은 컴프레서가 볼륨을 줄이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다.

즉 Threshold, Attack, Release, Ratio의 4가지 파리미터에 대한 설명이 많다.

하지만 전체 볼륨을 올리는 기능에 대해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전체 볼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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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원래 탄현을 하는 순간부터 소리 크기가 줄어 든다.
탄현 하자마자 바로 소리가 죽는 것 보다는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이 당연히 좋다.
소리를 유지하려면 울림이 좋은 소재를 써야 하고 결국 제조 원가가 상승한다.
어쿠스틱이든 일렉기타이든 Sustain은 품질을 결정하는 꽤 중요한 요소이다.

 

컴프레서를 사용하면 동일한 기타에 대해 Sustain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Sustain 면에서 싸구려 기타로 비싼 기타를 쓰는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사실은 볼륨을 키워서 음 지속 시간을 확보한 후 부분적으로 볼륨을 줄여버린다.

이러면 같은 수준의 볼륨에 대해 Sustain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글로 설명하자니 어렵지만 그림으로 보면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현을 때리는 순간부터 소리가 계속 작아진다.

 

소리의 볼륨을 키우면 당연히 소리 지속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소리의 크기가 기준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소리의 크기를 줄여 버린다.

 

소리를 키운 후 큰 소리만 선택적으로 줄이면 결과적으로 Sustain이 길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림에서 보듯 원래 소리에서 볼륨을 더 키우는데 이를 Output (단위는 데시벨) 이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Limitor 처럼 극단적으로 신호를 줄이는 것으로 설명했지만,
컴프레서는 그림에서처럼 신호크기를 Threshold에 맞춰 싹뚝 자르지는 않는다.
암튼 저런 식으로 컴프레서는 Sustain을 늘리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설명의 편의상, 볼륨을 키운 후 Threshold를 적용하여 음량을 깎아낸다고 했으나,

컴프레서의 실제 동작은 Threshold를 먼저 적용하여 음량을 깎아내고,

이후 Output으로 정한 데시벨 값을 더하여 전체 볼륨을 높여 최종 출력을 내게 된다.

따라서 실제 Threshold는 그림의 Threshold에서 Output 데시벨만큼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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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능을 더해서 Threshold를 넘어섰을 때,
바로 소리를 깎아내지 않고 조금 기다렸다가 소리를 깎게 할 수도 있다.
이러면 소리 파형의 앞 부분이 펄스파처럼 치솟는 형상으로 바뀐다.
당연히 앞 부분의 펄스파는 동작 대기 시간만큼 발생한다.

 

 

기능적으로 잠시 대기하는 시간이지만,
결과를 보면 그 시간만큼 파형이 날카롭게 튀게 된다.
그래서 그 대기 시간을 Attack Time 이라 한다.

소리가 시작될 때 강렬한 느낌이 더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컴프레서가 Limitor처럼 동작하는 것으로 설명했으나,
컴프레서는 지정된 비율만큼 곱하여 소리를 줄인다. 이걸 Ratio라고 한다.

Ratio 값이 작을수록 소리가 줄어드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지금까지 Threshold를 넘어서는 소리에 대해서 감쇄가 동작하는 것으로 설명했으나,

Threshold를 넘는 볼륨에 대해 정해진 시간만큼 Ratio 비율에 대한 감쇄를 수행한다.

이를 Release Time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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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프레서는 소리 파형은 건드리지 않고 볼륨만 엄청 빠르게 변화시킨다.

원리가 이렇다보니 컴프레서 적용 시 음색의 변화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컴프레서가 강조된 톤에서 컴프레서를 끄면 톤이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는데,

예전에는 이게 도대체 뭘 어떻게 변화 시킨 건지 어림짐작도 가지 않았다.

 

컴프레서 이펙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의 MXR의 DynaComp였고,

이후 다른 제조사들도 제작을 했으나 DynaComp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진 못한다.

1979년에 등장한 Ross Compressor도 아래 사진과 같이 Sustain과 Level만 제공한다.

Level은 볼륨을 높이는 것이고 Sustain는 4개 파라미터를 퉁쳐 놓은 노브이다.

(출처 : When Were Phasers, Compressors, and More Classic Effects | Reverb News )

 

 

컴프레서의 개념은 디지털 환경에서 Software로 구현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아날로그 회로를 이용하여 구현하기에는 꽤 어려웠을 것이고 고가였을 것이다.

그걸 작은 페달에 아날로그 회로로 구현하려니 사진처럼 약식 기능만 제공된 모양이다.

지금도 최고급 컴프레서 이펙터에 대한 수식어로 "스튜디오 급"이란 묘사가 붙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80년대 이전까지는 효과적인 컴프레서 이펙터가 없었던 모양이다.

80년대 중반부터 흥하기 시작한 LA 메탈에서나 컴프레서 이펙터를 본격 사용한다.

즉 레드제플린이나 딥퍼플의 전성기 기타 사운드에는 컴프레서의 영향이 거의 없다.

음악 스타일이 올드락이나 블루스 계열이라면 컴프레서를 중용할 가능성은 낮다.

 

전술했듯이 Sustain을 강화하거나 피킹 시 Attack 감을 강조할 수도 있으므로,

클린톤을 예쁘게 만드는 과정에서 컴프레서는 꽤 유용하다고 한다.

Delay나 Reverb 등의 공간계 효과로도 Sustain을 강화할 수 있지만,
소리 질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Sustain을 강화하는 것은 컴프레서가 유리하다.

 

컴프레서는 전체적으로 볼륨을 끌어 올려서 서스테인과 어택감을 증가시키므로,

동일한 파형 소리라도 왠지 소리가 시원 시원하고 뻥 뚫리는 느낌을 준다.

올드락 기타 소리가 요즘 락 기타 소리에 비하면 다소 답답하게 들리는데,

컴프레서 이펙터의 존재 여부가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 먹느냐는 다들 각각의 방법들이 있는 듯 한데,

Sustain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기에 예쁜 클린톤 구성 시 활용되기도 하고,

리듬에도 초반 펀치감이 강조되면서도 Sustain이 길어 좋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내 기억에 90년대 락/메탈에서는 일단 무조건 컴프 걸고 시작했던 듯 하다.

 

속주나 강력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장르에서 컴프레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태핑 연주에서는 피킹 없이 해머링/풀링으로만 음을 내야 하는데,

컴프레서를 통해 전체 볼륨을 올려 놓고도 최대 음량을 제한해 놓으면,

살짝 쳐도 기본 성량을 얻을 수 있고 강한 스트로크에도 소리 크기가 한계치 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컴프레서로 Output 볼륨을 높일수록 덩달아 잡음 크기도 커지므로,

잡음을 제거하는 노이즈 필터도 써야 하고 뮤트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컴프레서는 최종적으로는 최저 볼륨을 끌어 올려 최고/최저 볼륨 차를 줄이므로,

강약을 폭 넓게 쓰며 뉘앙스를 표현해야 하는 장르에서 컴프레서는 독이 된다.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컴프레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고 역으로 기피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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