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예전에 몇번이고 왔던 외국의 도시였다. 예전에 출장인지, 여행인지 와서 매우 기분 좋게 지냈던 곳이였다. 숙소와 Downtown까지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었고 Downtown은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하게 항시 Expo를 하는 느낌이였다. 난 예전에 Downtown을 몇 번 방문에서 참 좋은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몇 년전 아예 전세로 집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나를 자꾸 귀찮게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내가 출장을 온 듯한데 사내 다른 팀에서 같은 곳으로 출장을 와서는 내가 가는 곳마다 곱사리를 끼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었지만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꿈 속에서도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어서 살짝 황당했다. ("저 놈 분명히 아는 놈인지 왜 모르지" 하는 느낌)
귀찮은 그들을 피해 움직이다 보니 어느 사이 다운타운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다운타운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듯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다운타운에 나는 멍해졌고 방향 감각을 상실한 나는 기존의 알고 있던 길을 찾지 못했다. 어렴풋히 숙소 방향에 맞춰 길을 잡아 움직였다. 가다 보니, 한인이 운영하는 듯한 "XX네 치킨"이란 간판이 걸린 가계가 보였다. "외국에 이민 와서도 치킨 가계를 하는구나" 하면서 계속 길을 걸어갔다.
걷다보니 왠 문이 보였다. 기묘하게도 길거리 한 가운데를 막은 조악한 집이 나타난 것이다. 집을 우회해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니 방이 하나 있고 방 구석에 누군가 누워 있었다. 무시하고 건너방으로 들어 가니 난간이 달린 회전 계단으로 길이 막혀 있었고 그 너머로 밖에 나갈 수 있는 문이 보였다. 계단 난간에 대 여섯살 먹은 듯한 여자 아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나를 보고는 "이거 건너가야 하는데..."라고 했고, 난 그 아이의 응원을 받아 난간을 잡아 타고 올라 건너서 계단에 올랐고 다시 계단에서 내려와 건너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뭔가 중요한 것(지갑 또는 여권)이 그 집 문 안쪽에 여전히 놓여 있었다. 그 집을 나오다가 흘린 듯 했고 어찌된 영문인지 열린 문 안쪽으로 그것이 뻔히 보임에도 난 그것을 집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아이에게 집어 달라고 했지만 아이는 할 수 없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집에서 그 아이의 의붓아버지로 보이는 왠 남자가 나타나 나에게 그것을 건네 주었다. 꿈 속에서 의붓아버지는 험악하고 나쁜 남자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젊고 선하게 생긴 인상이였다.
다시 길을 걸어 가는데 왠 커다란 창고형 매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에는 매장 주인과 종업원이 있었는데 종업원이 이병헌이었다. 그들은 내가 들어가도 본체만체 했고 매장 주인은 이병헌에게 뭐라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병헌은 사장님의 핀잔에 특유의 거만한 건들거림을 유지하며 "내가 왜 이곳에 있는데요?" 하며 반문했고 매장 옆에 위치한 교도소에 침입해서 뭔가 큰 한탕을 할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매장을 나와서 전세집 숙소에 들어 갔다. 숙소 건물의 복도 끝 다른 집 앞에는 정신이 살짝 나간 젊은 처자가 있었다. 그 여자를 지나 집으로 들어 왔는데 현관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났다. 내가 열어 주지 않아도 조만간 그 문이 열릴 것 같은 불안감에 문을 열어 보니 그 처자가 사제 열쇠로 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집안에 거리낌 없이 들어온 그녀는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노란색 포스터 물감통처럼 생긴 작은 병을 보고는 한국에 대한 추억이 있다며 그 작은 병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 그 병은 제주도와 감귤이 관련된 느낌이 있었다.)그 조그마한 병을 쟁취한 그녀는 좋아하며 숙소를 떠났고 복도 창문을 통해 나에게 눈을 맞추고는 작은 병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으로 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미친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귀엽기도 하구나 싶었다.
집안에는 넓은 작업실 비슷한 거실이 있었는데 그 곳에 왠 흑인이 갑툭튀 등장하여 앉아 있었다. 나는 갑자기 나타난 흑인에게 또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미친 여자와 흑인등장 사이에 갑툭튀 등장 인물이 또 있었던 듯 한데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때문에 무슨 집이 이 따위인가 싶어 화가 났으며, 2년 계약으로 전세를 얻었는데 몇 년이 지났는데도 집 주인에게 연락 한번이 없었다는 것이 상기 되면서 싸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 상태에서 흑인이 갑툭튀를 했으니 또 다시 소스라치게 놀란 것)
난 그 흑인에게 어디로 들어 왔냐고 물었더니, 그 흑인이 얼버무리다가 서툰 한국말로 "제주도? 거기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으면 여기로 들어 올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 (꿈에서 내가 이해하기로는 공항 게이트의 길 중간에 내 숙소와 연결된 비밀 통로가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즉 특정한 자격을 갖춘 이가 출입할 수 있는 공적 공간과 내 숙소라는 사적 공간 사이에 비밀통로가 있는 것이였다. 그 숙소는 보안상 그런 하자가 있는 곳이였고 그러기에 집 주인이 그 동안 나에게 연락을 한번도 안했구나 싶었다. 내가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쓴 건가 싶었다.)
그 흑인은 단순한 심부름꾼이였고 그가 심부름을 한 목적은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여 받아 가는 것이였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범죄에 연루된 것 같은 느낌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공간에 검은 가죽점퍼 차림의 건장한 백인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흑인에게 다가가 "그래...한번 계속 해봐"라는 태도로 흑인을 상대했고 머리가 살짝 벗겨진 다른 한 명은 옆에서 묵묵히 커다란 플라스틱 통과 비닐 봉투 등의 작업도구를 챙기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들은 킬러들이였다. 난 위협을 느끼고 도망쳤지만 그래 봐야 옆 방이였고 킬러는 나를 쫓아와 나를 칼로 찔러서 과다출혈로 죽이려고 했다. 킬러가 꺼내든 것이 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꺼낸 것은 스위스칼에 달린 작은 가위 같은 것이였고 형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어쨌든 난 찔리지 않으려고 저항했고 찔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킬러는 성공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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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어 두 눈을 말똥히 뜬 상태에서 처음 든 생각은, 그 외국 도시가 분명 실제하는 곳이고 내가 전에 분명히 가 봤던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그 도시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였다.
꿈에서는 분명히 내가 과거부터 알던 공간이라 생각했고 그 과거에 대한 기억도 있었지만, 그 기억이 지금 꾸었던 꿈에서 생겨난 기억인지 아니면 과거 몇 년전에 꾸었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던 꿈의 기억이 다시 열린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요즘 내가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꿈을 꾸나 싶기도 했지만, 현실의 상황과 꿈 속의 상황이 맞닿는 정황을 딱히 떠 올릴 수 없었다. 낮에 겪은 일들이 단기 기억 저장소인 해마에서 장기 기억 저장소인 대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꿈을 꾸는 것도 같은데, 그런 꿈은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낮에 겪었던 것들과 비슷하며 상황이 뒤죽박죽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개꿈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꿈은 삼사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는 외국의 어느 도시였고 그 꿈에서 계속 등장한 짧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요즘의 현실 상황과 비슷한 것은 없었다.
킬러들은 절대적인 심판관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꿈은 점진적으로 외부 공간에서 사적인 내부 공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애초에는 외국의 출장지였으나 길 한가운데 집인 남의 사적 영역으로 변화했고 다시 나의 사적 공간인 집으로 무대를 옮겨 왔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적 공간과 연결된 비밀스러운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시점에서 킬러들이 등장했다.
즉 꿈은 내부에 숨어 있어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런 영역의 입구에 다다른 것이고 아마 그 킬러들은 꿈이 더 이상 내부로 진행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나타난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아니면 꿈 속에서 내가 계속 시달리니까 이걸 다 끝내버리고 싶어서 등장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아무튼 킬러가 등장한 것은 내 자신의 나를 깨워 꿈을 종료시키려고 했던 것. 그래서 칼이 아닌 조그마한 가위 비슷한 흉기가 나타난 것인가 싶다. 싹뚝 자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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